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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미황사

浮萍草 2013. 3. 29. 07:00
    
    구름 하나, 바람 하나 없는 산사의 새벽
    
    벽 예불을 알리는 법당의 종소리가 울리기도 전 이른 시각, 어느새 나는 잠에서 깨어 있었다. 일어나지 않던 시간 기상에 대한 전날 밤의 걱정은 달빛 아래 고요하게 놓여 있던 경내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기우였음을 깨달으며 혼자 피식 웃었다. 남도의 끄트머리 땅끝마을이 지척인 곳에 있는 우리나라 최남단의 사찰 미황사.그 곳에서의 하룻밤이 지나가고 있다. 병풍 같은 달마산의 윤곽이 어둠속에서도 위압적인 웅장함을 발하며 전각들 뒤로 지켜 서 있다. 잠들기 전 경내를 거닐며 보았던 대웅전 뒤로 떠 있던 달은 어느덧 밤하늘을 가로질러 바다를 향해 가고 있다. 구름 하나, 바람 하나 없는 고요한 산사의 새벽이다. 미황사는 749년(신라 경덕왕8년) 의조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돌로 만들어진 배를 타고 온 금인(金人)이 말하길“나는 우전국(인도)의 왕이오. 배에 실려 있던 검은 돌이 갈라져 나온 황소에 불상과 경전을 싣고 가다 소가 누우면 그 자리에서 부처님을 모시도록 하시오.” 그리하여 그 소가 처음 쉬었던 자리에 지금은 부도밭만 남은 통교사를 만들었고,마지막 머문 자리에 바로 오늘날 미황사가 만들어졌다. 절의 이름 역시 소가 ‘음매’하는 울음소리에서 음을 가져와 ‘미’를,금인의 황금색 빛깔에서 ‘황’을 따와 ‘미황사’가 되었다고 한다. 언제든 농촌에서 만나는 소의 울음소리는 듣는 것만으로 평온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인데 설화 속의 소는 어떤 아름다운 소리를 내었길래 절의 이름까지 미황사로 만들게 했을까. 나는 문득 그 고요한 새벽의 한가운데에서 소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하지만 경내에는 그 어떤 소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새벽은 세상의 무(無)가 시작되는 시간을 담아내는 듯 부드러운 달빛만 소리 없이 하늘을 미끄러져 가는 것만을 허락하고 있었다. 그래. 조급할 필요가 있을까. 잠시 후면 새벽 예불의 종소리도,아침의 금빛 햇살도 떠오를텐데. 그 소리와 그 빛이 바로‘미황’이 아닐까!그저 온전하게 시작되고 있는 이 평범한 하루의 낯선 새벽 시간이 내게는 너무나 소중하게만 느껴졌다. 문득 하룻밤 머물렀던 방 한 켠에 써있던 어느 구절이 생각났다.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게 수행이에요” 이윽고 새벽예불의 종소리가 사찰의 하루를 연다. 남녘의 정적을 가르며 수행이라는 이름의 행복이 살포시 내게로 스며들고 있었다.
    불교신문 Vol 2807         이장희 일러스트레이터 www.tth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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