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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의 덫

浮萍草 2013. 12. 23. 09:36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둘 다 안 한다는 뜻"]
    주의력·시간 활용 관점서 보면 더 잦은 실수, 삶의 즐거움 감소, 수면의 질 악화 등 폐해 많아 정보통신 도구의 이점 많지만 상전처럼 돼버린 기계서 벗어나야 난 30년간 우리의 삶을 가장 크게 바꾼 메가트렌드는 아마 정보기술 즉 IT일 것이다. 1980년대 전반기만 하더라도 팩스보다는 텔렉스가 훨씬 많았고 랩톱은 고사하고 PC도 매우 드물었다. 휴대 전화는 물론 없었으며 인터넷·이메일·화상회의 등은 상당한 세월이 지난 후에야 나타났다. 만약 그 시점에 어느 누군가가 오늘날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의 각종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면 아무도 그를 믿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기구들이 하나도 없었을 당시의 사람들이 어떻게 사무를 볼 수 있었는지는 지금의 관점에서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마찬가지로, 당시 사람들 관점으로는 2013년을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 엄청난 정보의 홍수를 극복할 수 있을까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80년대 초의 상황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우리 인간의 적응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새삼 감탄하게 된다. 오늘날 정보의 홍수에 대처하기 위한 수단 하나가 바로 멀티태스킹(multitasking) 즉 동시에 몇 가지 일을 하는 것이다. 바쁜 회사 생활에서는 이렇게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게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러나 주의력, 시간, 신경 등의 귀한 자원을 의미 있게 활용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멀티태스킹은 오히려 문제가 많다. 해외에서 나온 실증 연구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은 ▲ 시간 낭비 ▲ 더 잦은 실수 ▲ 신경피로 ▲ 삶의 즐거움 감소 ▲ 수면의 질 악화 같은 폐해를 낳는다고 한다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필자는 또 어느 책에선가 푸빌리우스 시루스(Pubilius Syrus)라는 로마 시대 작가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둘 다 안 한다는 뜻이다". 또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는 평소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는 19명과 전혀 하지 않는 22명을 비교해 실험한 적이 있다. 이들은 모두 실험 중 투입되는 하찮은 자극에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로 되어 있었다. 실험 결과,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던 집단은 외부 자극이 몇 번 가해졌느냐에 상관없이 영향을 받지 않았다. 반면 멀티태스킹을 하던 집단은 자극의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성과가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두 과제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것도 더 힘들어했다. 이 실험 결과에 따르면,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사람들은 생각을 집중하고 통제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동시에 몇 가지 일을 하는 것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험 결과에서 보듯 이런 형태의 작업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점도 확실하다. 이메일 스마트폰 인터넷 등을 통해 끊임없이 유입되는 정보와 자극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고 작업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하려면 상당한 자제심이 필요하다.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폰 같은 기기가 계속 진화하면서 우리의 행동도 달라지고 있다. 많은 경영자가 비행기가 공항 활주로에 내리자마자 거의 본능적으로 스마트폰을 다시 켠다. 그들의 그런 행동 방식은 이미 굳어져 있는 듯하다. 현실적으로 최신 IT 기기 없이 회사 생활은 말할 것도 없고 사생활조차 영위하기 어려운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서 정보통신 도구의 이점은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때때로 사람을 언제든지 노예로 만드는 어느덧 우리의 상전처럼 돼버린 기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필자는 대학교수라는 직업 특성상 글을 많이 쓰는 편인데 학교 사무실에서는 거의 쓴 적이 없고 대부분 집에서 혼자 있을 때 작업을 한다. 회사에서도 경영자가 정신과 시간의 집중이 필요한 과제를 수행할 때는 짬짬이 방해받지 않는 여러 개의 짧은 시간대를 활용하기보다는 일정한 길이의 시간대 전체를 그것에 할애하는 편이 훨씬 낫다. 일의 성격에 따라 그 시간대는 몇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반나절 또는 며칠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모든 기계에서 벗어난 일정한 시간대를 어떤 특정 과업을 위해 회사 근무 시간 중에 따로 떼어내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시간이라는 매우 희귀한 자원을 의미 있고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아주 강력한 방법이다. 거의 모든 경우 집중과 몰입은 뛰어난 효율과 깊은 통찰로 이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 Biz Chosun ☜        유필화 성균관대학교 SKK GSB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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