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달팽이 박사의 생명 이야기

뱀의 눈과 코 사이 작은 구멍은 고성능 적외선 감지기

浮萍草 2013. 11. 30. 00:00
    멸종위기동물 구렁이가 몸을 둥글게 만 채 입을
    벌리고 있다. /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울잠 자려고 양지 바른 산자락을 슬금슬금 오르는 뱀. 그놈 잡겠다고 이곳저곳 동네 뒷산에 촘촘히 그물을 둘러 쳐 놨던 터라 덫에 걸리기도 했겠지. 발기부전 치료제 탓에 야생동물들이 살판났나 했는데 아직도 저런다. 이미 개구리들이 죄다 땅속에 꼭꼭 숨었으니 도리 없이 뱀도 들쥐들이 파놓은 땅굴이나 너럭바위 밑 깊고 배 좁은 틈새에 벌써 들었다. 땡땡 얼고 쫄쫄 굶으면서 똬리 굴에 떼거리로 동면하기에 땅꾼들이 뱀 굴을 만났다면 손쉽게 노다지를 캔다. 뱀은 파충류(爬蟲類)로 우리나라 뱀과동물에는 유혈목이(꽃뱀)·구렁이·살모사 등 11종이 있다. 뱀은 변온동물이라 대체로 외부 온도에 의존하기에 조류와 포유류가 속하는 정온동물에 비해 먹이는 1/10가량 먹으면서도 더 오래 견딘다. 뱀눈은 보기엔 멀쩡하지만 실제 장님이나 다름없고 귀머거리에 코도 형편없다. 하여 눈 코의 할 일을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혀가 대신한다. 연방 날름거려 공중의 냄새 분자를 혀끝에 묻혀 입 천장에 있는 야콥슨기관(Jacobson's organ)에 집어넣어 감각한다. 더불어 귀도 절벽이라 땅바닥 진동으로 소리를 느낀다. 또한 눈과 코 사이의 작은 구멍(pit organ)은 0.003도까지도 구별하여 새나 쥐 같은 것을 추적하니 예민한 적외선 감지기인 셈이다.
    왼쪽 허파는 퇴화하고 오른쪽 것으로만 활동하며 등뼈가 자그마치 300~ 400여개로 자잘하고 짤막짤막하기에 빙글빙글 똬리를 튼다. 뱀눈은 감고 뜨는 눈꺼풀이 없이 투명한 막으로 덮였고 요지부동의 눈알로 부라리고 빤히 노려보기에 넌덜머리 나게 매섭고 독살스럽다. 그래서 가늘게 뜬 매정한 실눈을 뱀눈에 빗댄다. 그리고 구렁이처럼 주행성인 것은 눈동자가 사람처럼 똥그랗지만 오밤중에 돌아치는 야행성 살모사 따위는 고양이 눈동자같이 세로로 짜개졌다. 그 리고 까슬까슬하고 가지런히 포개진 배 비늘(복린)과 척추에 한 쌍씩 나는 갈비뼈로 꾸불꾸불 배밀이 하는 운동을 사행(蛇行)이라 하는데 뱀은 죽어도 뒷걸음질치는 법이 없다. 뱀은 네 다리 동물에 속하지만 담벼락이나 굴을 기어드는 데 다리가 거추장스럽기에 송두리째 퇴화하고 몸속에 뒷다리 뼈만 흔적 기관으로 남았다. 그래서 뱀을 불에 그슬리면 뒷다리가 음경처럼 항문 끝에 삐죽 솟아나온다. 그런데 뱀 그림에 쓸데없이 발을 덧다는 군짓을 하여 오히려 그림을 못 쓰게 만드니 화사첨족(畵蛇添足·蛇足)이다. 그리고 뱀이나 도마뱀 무리는 엉뚱하게도 음경 끝자락이 두 가닥으로 짜개진 반음경(半陰莖·hemipenis)이다. 팔다리가 없는지라 삽입된 음경이 어설프게 빠져버릴 수 있지만 신통하게도 두 가닥을 양옆으로 좍 벌려 앙버틴다. 또한 무독한 뱀은 먹잇감을 세게 조여 숨통을 끊지만 독뱀은 물어서 죽인다. 그런데 살모사는 수정란이 어미 몸 안에서 까여 새끼로 태어나는 난태생(卵胎生)을 하는데 이른바 살모사(殺母蛇)란 말은 새끼들이 어미 배를 가르고 나왔을 것이라 고 수상쩍게 여겼던 탓에 붙은 말이다. 결코 어미를 해치거나 다치게 하지 않으니 억울하고 애먼 살모사 새끼로고 한데 뱀 중에 돌연변이로 색소 유전자가 없어진 백사(白蛇)가 생겨난다. 그 비싼 백사! 백사는 허물을 벗어도 희고 뱀은 죽어도 뱀이라 했겠다. 한데 이승에서 음흉한 짓을 많이 하면 뱀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하더라 아무렴 선생복종(善生福終)해야 할 터인데….
    Chosun         권오길·강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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