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H/생로병사

오진하거나 병을 늦게 발견해 낭패 보는 상황

浮萍草 2013. 11. 25. 17:36
    친한 환자 편의 봐주다 검사 생략, 의사가 모든 걸 알겠지 하고 과신
    나이와 성별에 걸맞지 않은 질병… 한참 헤매다 뒤늦게 발견해 고생
    오진 나는 상황 보면, '설마'가 작용… 환자와 의사, '혹시'에 관심 가져야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이 아파 애써 병원에 갔는데 오진으로 생고생했다면 그것처럼 억울한 일이 없을 것이다. 의사가 질병을 제때 발견하지 못해 한동안 '환자 아님'으로 여겨졌다면 그것 또한 서러운 상황이다. 더욱이 진단이 늦어져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쳤다면 여간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어디 가서 하소연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됐으니 되돌리기도 어렵다. 이런 경우는 의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의사들도 항상 경계한다. 하지만 의학에는 100%가 없고, 의사도 사람인지라 실수나 착각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오진은 의외로 환자가 의사의 가족이거나 친한 사람일 때 일어나기 쉽다. 젊은 여성이 유방에 멍울이 잡혀 엑스레이로 유방 조직을 살펴보는 유방 촬영술을 받았다 치자. 거기서 멍울 모양새가 암은 아닌 듯하게 보였다. 이런 경우 일반적 절차라면 혹시 모르니 바늘로 조직 검사를 하여 암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맞는다. 하지만 환자가 조카나 막내 이모이거나 친한 후배면 매우 낮은 확률을 위해 번거롭게 조직 검사를 기계적으로 권하기 주저하게 된다.
    몇 개월 두고 보자고 했다가 나중에 조직 검사에서 암 진단이 나오기도 한다. 환자를 나름대로 편하게 해주려 했다가 되레 망친 것이다. 가능한 한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려다 일을 그르친 경우다. 의사에게 환자를 가족처럼 대하라고 하지만, 그건 정성에 그쳐야 한다. 때론 의사가 환자 페이스에 말려 정확한 진단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요즘에는 동네 의원에서 진단을 이미 받고 종합병원에 와서 수술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치질이나 담석증 진단을 받고 바쁜 직장 생활 사이 틈을 내 휴가 날짜를 잡아 수술을 받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 진단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수술 의사가 봤을 때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을 수 있다. 치질로 생긴 항문 출혈은 있지만 다른 배변 장애가 의심된다든지 담석증으로 보기에는 좀 안 맞는 증상이 눈에 띌 수 있다. 의사로서는 대장 내시경이나 위 내시경을 해보고 수술하든지 하고 싶지만 환자가 이때 수술을 받지 않으면 할 시간이 없다며 일단 수술부터 받고 내시경 검사는 나중에 받겠다고 하면 수술을 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런가. 일단 한시름 놓았으니 느긋해진다. 그러다 나중에 직장암이나 위암이 발견되기도 한다. 병이라는 게 어디 한 가지만 있으라는 법이 있겠는가. 환자들이 병원을 찾은 상황도 영향을 미친다. 껄렁한 남자가 술 냄새 풍기며 배 아프다고 해서 응급실에 오면, 술병으로 인한 배탈이라고 쉽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복통을 일으킬 수 있는 수많은 질병을 잊곤 한다. 다이어트를 세게 한 티가 나는 스키니진 여성에게서 빈혈이 발견되면 빈혈을 일으키는 엄중한 질환에 대한 경각심은 느슨해진다. 그러다 원인 질병이 발견돼 큰코다친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나이나 성별에 걸맞지 않은 예상 밖 질병을 앓고 있어도 한참 헤맬 수 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나 류머티스성 관절염은 주로 여성이 앓는데 남성이 그와 같은 병을 앓으면 다른 가능성부터 뒤지다가 나중에 혹시나 해서 한 검사에서 진단이 나온다. 간혹 젊은 사람이 위암에 걸려 이른 나이에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래서 흔히들 젊었을 때 암에 걸리면 암이 더 빨라 자란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오해다. 사실은 그 나이에 설마 위암이겠어 하고 지내다 암을 뒤늦게 발견해 치료하기 때문에 젊은 암 환자의 생존율이 낮은 것이다. 환자가 보기에 사소한 것이라고 해서 의사에게 말을 안 하고 있다가 진단을 놓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희귀한 폐렴으로 고생한 환자가 있었는데 이 항생제를 써보고 저 항바이러스제도 썼으나 차도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환자의 취미는 고서적 수집이었다. 고서적을 모으고 들춰 보는 일상 속에서 그 안에 있던 곰팡이가 폐로 들어가 폐렴을 일으킨 것이다. 결국 곰팡이 치료제를 쓰고 폐렴은 좋아졌다. 의사가 진찰과 검사를 하면 모든 것을 알고 있겠거니 하는 과신은 금물이다. 특정 자세나 특수 상황에서 자신의 증상이 증폭되는 것을 면밀히 분석하고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것이 있으면 의사에게 말하는 것이 좋다. 의사들은 뚜렷한 진단이 잘 내려지지 않을 때 끝내는 '신경성'을 떠올린다. 환자도 답답한 경우다. 그래서 차라리 질병이 나오면 '반가운' 마음이 드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때론 환자가 되어야만 편한 처지가 되는 며느리도 있고 부모도 있는 법이다. 그것을 외면한 채 신경성이라 하면 그들은 섭섭하다. 그때는 무슨 진단이든 나와줘야 한다. 인생사 모든 분야, 설마 속에 일이 터지는 법이다. 세상사 어느 분야, 혹시나 안에 답이 숨어 있곤 한다. 오진 상황을 보면 돌다리도 두드려 가며 건너라는 말이 실감 난다.
    Chosun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 기자,의사 doct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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