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H/생로병사

똑같이 먹고 운동 안했는데, 누군 찌고 누군 빠지나

浮萍草 2013. 10. 8. 19:06
    "서서 움직이는 사소한 신체 활동도
    누적되면 하루 2000칼로리 차이 나
    앉으면 지방분해 효소 활동 안해 
    일상 신체 활동으로 비만 결정
    모든 것을 앉아서 하는 현대인 생활
    의자에 성인병 경고문 붙일 날 올지도"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은 분야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비슷한 체격의 두 사람이 있다. 이들은 식사량도 비슷하고 둘 다 운동을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 사람은 뚱뚱하고 다른 한 사람은 마른 경우를 흔히 본다. 체질 탓인가? 어떤 이는 물만 먹어도 살찐다는데 칼로리 제로인 물을 많이 먹는다고 해서 그럴 리야 없다. 그렇다면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체중은 은행계좌처럼 움직인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은행 잔액은 금세 바닥난다. 그 상태가 지속되면 마이너스가 된다. 잔액을 늘리려면 수입을 늘리든지 지출을 줄여야 한다. 너무나 뻔한 이 이치가 우리 몸에 거꾸로 적용된다. 먹어서 들어오는 칼로리보다 운동으로 나가는 칼로리가 적으면 살은 불어난다. 그 반대면 체중은 준다.
    아주 간단한 이 산수를 일상에 적용해 보자. 현재 하루 평균 칼로리(㎉) 섭취 권장량은 남자는 2500칼로리 여자는 2000칼로리이다. 이걸 매일 소비하면 에너지 과잉도 결손도 아닌 제로 상태가 되면서 살은 찌지도 빠지지도 않는다. 우선 1000칼로리는 온종일 아무것도 안 해도 기초대사량으로 사라진다. 숨을 쉬고, 심장이 뛰고, 머리를 굴리는 데 쓰인다. 섭취 칼로리의 10% 정도는 음식을 소화하는 데 발생하는 열로 소비된다. 누구나 밥을 먹으면 몸이 더워지는 것을 느낄 텐데 이 과정에서 섭취 칼로리를 연료로 쓴다. 여기까지는 개인별 차이가 거의 없다. 누구나 무엇을 하든 1300칼로리 정도는 기본적으로 쓴다. 나머지 소비는 몸의 움직임으로 결정 난다. 거기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비(非)운동성 신체 활동이다. 운동을 안 하고 지낸다고 했을 때, 남는 차이는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움직이느냐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유명 병원 메이요 클리닉은 재미난 실험을 했다. 연구진은 체격이 같으면서 한 그룹은 뚱뚱하고 한 그룹은 마른 실험 지원자를 모았다. 그리고는 그들의 속옷에 열흘 동안 전자 센서를 부착했다. 엉덩이 쪽에는 걷는 양을 감지하는 센서를 대고, 등과 다리 쪽에는 몸의 자세를 파악하는 센서를 붙였다. 양쪽 다 평소와 같은 양의 식사를 하게 했고 운동을 별도로 시키지 않았다. 그러자 놀라운 차이가 발견됐다. 비만한 사람은 마른 사람보다 하루에 2시간 반을 더 앉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신체 활동량을 달리해서 관찰한 실험도 있었다. 동일 체중 상태에서 한 그룹은 평소보다 서서 움직이는 시간을 늘리고 한 그룹은 평소와 같게 행동토록 했다. 이 역시 식사량을 동일하게 했고 운동을 별도로 시키지 않았다. 그러자 불과 3개월 만에 두 그룹 간에 체중 차이가 평균 4.4㎏ 생겼다. 이런 현상은 유전적 특성이 같은 쌍둥이 대상 연구에서도 그대로 나온다. 체질 탓이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움직임 누적 차이인 것이다. 그로 인한 하루 열량 소비 차이는 최대 2000칼로리나 된다. 이 차이로 뚱뚱하더라도 일상의 신체 움직임이 많으면 많을수록 당뇨병에 적게 걸린다. 분자생물학적으로 과잉 지방은 골격근에서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 리파아제(lipase)의 활동으로 태워지는데 앉아 있으면 리파아제도 활동을 멈춘다. 근육이 움직여야 비로소 작동을 시작한다. 몸이 앉으면 효소도 앉는 셈이다. 비만한 사람은 뇌에서 지방을 태우도록 지시하는 신경전달물질도 적게 나온다. 이는 앉아 있는 생활이 고착된 결과다. 인류에게 비만은 50년도 안 된 보건의료 이슈다. 걸어서 일터로 나가던 농경 사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문명 질환이다. 은행거래도 쇼핑도 의자에 앉아 하며 생긴 역병이다. 자동차로 출근해서 컴퓨터에 온종일 앉아 있다가, 자동차로 퇴근하여 TV 앞에 앉는 ‘의자 중독’과 같은 현대인의 생활 탓이다. 니코틴중독으로 담배를 끊지 못하고, 알코올중독으로 매일 술을 입에 대는 것처럼 말이다. 더욱이 식품 산업은 갈수록 번창하여 입맛을 유혹하고 빡빡하게 돌아가는 삶은 정기적인 운동을 어렵게 만든다. 일상생활에서의 소소한 움직임을 늘려나가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서서 일하는 사무실을 만들고 운동화 출근을 장려하는 문화도 생겼다. 복도에 러닝 트랙을 만들고 계단 오르기를 권장하려고 계단 복도에 에어컨도 틀고 음악을 틀어 놓기도 한다. 우리 몸은 생리학적으로 아주 게으르고 산술적이다. 몸 쓸 일이 없으면 절대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건강한 장수를 누리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생활공간 곳곳에 일과 때때로 가시방석을 깔아야 한다. 앞으로는 의자 겉면에 ‘의자에는 지방 분해율을 떨어뜨리는 성분이 있습니다. 장시간 앉아 있을 경우 비만을 유발하며 당뇨병·심장병·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문을 붙여야 할지 모르겠다.
    Chosun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 기자,의사 doct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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