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한식 이야기

김장

浮萍草 2013. 11. 14. 09:51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을까
    
    '독도는 우리땅’을 부른 가수 정광태의 노래 중에 ‘김치주제가’라는 것이 있다.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을까’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우리 식생활에서 김치가 가진 중요성을 군더더기 없이 설명하고 있다. 
    가사 그대로 중국음식을 먹어도 일본음식을 먹어도 김치가 없다면 왠지 허전하다.
    막연히 김치라고 하면 사실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종류가 존재한다. 
    하지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쯤 김치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포기째 담근 김장김치를 떠올릴 것이다.
    김장김치. 사진=쿡쿡TV

    김장은 우리네 선조들이 겨울철에 신선한 채소를 구하기 어려워 겨울이 시작할 때 즈음 김치를 많이 만들어 저장해 놓고 먹는 풍습에서 비롯됐다. 특히 서민들에게는 별다른 반찬이 없었기 때문에 김장김치는 밥과 함께 겨울 양식의 전부나 다름이 없었다. 김장 문화가 시작된 것은 매우 이른 시기부터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문헌에 등장하는 김장의 개념은 고려시대가 처음이다. 고려후기의 문신인 이규보가 지은 <동국이상집>에는‘무를 소금에 절여 구동지에 대비한다’는 구절이 있고 고려시대에 채소가공품을 저장하는 요물고(料物庫)라는 것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우리가 먹는 김장김치와는 재료나 조리법 면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겨우내 먹을 양식을 미리 만들어 저장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행위라 볼 수 있다. 지금과 같은 김장김치가 등장하기 시작한 때는 조선시대 임진왜란 이후 식생활에 고추가 사용되면서부터라고 본다. 단순히 소금을 첨가해 채소를 절임 형태로 먹어오던 풍습에서 갖가지 향신료를 첨가한 음식들이 등장하다가 고춧가루가 첨가와 함께 김장김치의 완성형에 이른 것 이다. 사실 채소에 염장을 해서 오랫동안 보관하며 섭취하는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수많은 문화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일반론이다. 하지만 김장이라는 문화가 특별한 이유는 현재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과 단순히 보존만을 위한 목적에서 벗어나 다양한 재료들을 첨가해 맛의 질을 높이고 ‘발효’라는 개념을 접목시켰다는 것 때문이다. 재배·유통·저장 분야에서 무궁한 발전을 이룬 현재에는 과거처럼 추운 겨울철이 다가온다는 이유로 굳이 저장음식을 만들 필요는 없다. 눈보라가 치는 한 겨울이 됐다고 파릇한 채소를 구하지 못하는 일은 없다.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김치를 만들어 먹어도 된다는 말이다. 다른 국가의 사례를 보더라도 더 이상 가정에서 저장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은 흔치 않다. 저장음식의 제조는 가정을 벗어나 기계화된 공장에서 제조해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됐다. 김치 역시 공장에서 만들어 판매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김장철에는 전국의 가정에서 대량으로 겨우내 먹을 김치 만드는 일에 매진한다. 주요 주거공간이 주택에서 아파트로 변경되면서 김장김치의 저장이 용이하지 않자 ‘김치냉장고’라는 발명품까지 만들어내며 김장을 지속해오고 있다. 효율성만 놓고 따지고 든다면 김장 자체는 이해 못할 행동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 강제로 시키지 않아도 우리는 겨울이 되면 김장을 하고 가족 혹은 이웃들과 나눔을 한다. 김장이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조리과정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거대한 문화가 된 것이다.
    Food Chosun     정재균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PD jeongsan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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