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한식 이야기

잔치국수

浮萍草 2013. 10. 4. 09:28
    잔칫날 이 음식 빠지면 섭섭해! 잔치국수의 기원
    이 선선해지며 본격적인 결혼시즌이 시작됐다. 
    결혼을 축하해주러 온 하객에게 대접하는 음식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최근 인기 있는 음식으로는 뷔페부터 코스요리 갈비탕까지 다양하지만 전통적인 잔치음식은 바로 국수다. 
    오죽하면 ‘잔치국수’라 불렀을까.
    여전히 결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잔치국수다. 사진=쿡쿡TV

    국수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음식이다. 근래야 값싸고 푸짐한 음식의 대명사처럼 변해버렸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적령기에 있는 선남선녀들에게‘국수 언제 먹여 줄 거냐’는 농담을 인사말처럼 건넬 정도로 잔치국수는 결혼의 상징물이었다. 뿐만 아니라 잔치국수는 그 옛날 이름 그대로 각종 잔치에 빠져서는 안될 음식이었고, 잔칫날에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기도 했다. 잔치국수가 귀했던 이유는 조선시대 때까지만 해도 밀가루가 비쌌기 때문이다. 우리네 선조들은 좋은 날을 축하해주러 온 손님에게 귀한 국수 한 그릇을 대접하는 것을 ‘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사실 밀가루로 만든 면이라고 하면 칼국수도 있지만 유독 가늘고 긴 면으로 만든 국수가 잔칫집 음식으로 준비됐던 이유는 외형과 관련 있다. 메밀로 만든 다른 면이나 칼국수에 비해 긴 잔치국수 면은 환갑을 맞은 노인에게는 ‘장수’를 기원하고 결혼을 하는 부부에게는 오랜 인연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 잔치를 대표하는 호사스러운 음식이었던 잔치국수가 대중화 된 시기는 일제강점기 이후다. 당시 한반도에 밀이 본격적으로 재배됐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원조 밀가루에다 싼값에 밀가루가 수입되면서 밀국수는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됐다. 이 무렵부터 혼례 때나 먹던 잔치국수는 들일을 하다 새참으로 뚝딱 해치우는‘두레음식’으로 자리 잡는다. 국수를 삶아 들로 가져가서 고명 없이 국물만 부어먹거나 양념장 정도를 곁들이는 소박한 음식으로 변모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잔치국수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집에서나 가끔 입맛이 없을 때 별미로 해먹던 잔치국수는 제법 그럴싸한 외식메뉴가 되어 돌아왔다. 멸치국수·잔치국수·장터국수라는 다양한 이름을 달고 국수 위에 오르는 고명도 다 변화해 무한한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잔치국수 본래가 가진 의미처럼 각종 대규모 행사에도 참가자들을 위한 대접용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삶아 놓은 면에 장국을 부으면 순식간에 국수 한 그릇이 뚝딱 완성되기 때문에 다수의 사람들이 나눠 먹기에 제격이다. 비록 예전만큼 호사로운 음식으로 여겨지지는 않지만 많은 이들이 좋은 날 부담없이 웃으며 한 그릇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꼭 비싸야만 귀한 음식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기쁨을 나누는데 한 몫 제대로 하는 잔치국수는 여전히 귀한 음식이다.
    Food Chosun     정재균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PD (jeongsan5@gmail.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