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 - 채마밭/푸드 이야기

가을엔… 밥

浮萍草 2013. 10. 3. 22:03
    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지요. 
    한국인의 주식인 쌀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뿐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주는 소울(soul) 푸드이기도 합니다. 
    가을이면 온갖 햇곡식이 쏟아져 나오지만 햅쌀은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햅쌀밥이 가을 식탁을 평정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이 가을의 주인공 햅쌀과 햅쌀밥을 만나러 가볼까요.

    ㆍ국가가 인정한 품질의 햅쌀 11종
    한국인의 주식인 쌀은 전국 각지에서 생산되는데 그해 수확해 12월까지 시장에 유통되는 쌀을 햅쌀이라고 한다. 햅쌀은 묵은쌀에 비해 쌀의 주요한 성분인 탄수화물 단백질 수분 등이 풍부해 밥을 지으면 특유의 윤기와 부드럽고 끈기 있는 질감, 구수한 맛이 특징이다. 밥맛 좋은 햅쌀을 고를 때는 쌀 포대에 표시된 양곡표시제 항목을 꼼꼼히 살펴본다. 이점식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벼품질관리실장은 "양곡표시제는 쌀 품질에 대한 소비자 알권리 보장과 우리 쌀의 품질 향상을 위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2005년 부터 시행해온 제도로 품종 단백질 함량 등의 권장사항 표기를 의무화해 소비자가 보다 알기 쉽도록 했다"고 말했다. 양곡표시제를 살펴보면 먼저 쌀 품종명을 확인할 수 있다. 쌀 품종이 표시되지 않은 것은 여러 가지 품종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 밥이 고르게 익지 않고 밥맛 역시 장담할 수 없다. 품종명이 표기된 것을 확인한 뒤에는 어떤 품종의 쌀을 구입할지 고민하게 된다. 이때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약 242개의 쌀 품종 중 밥맛과 쌀의 겉모양이 좋아 최고 품질 품종으로 선정된 품종인지를 확인한다. 지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농촌진흥청에서 최고 품질 품종으로 선정한 쌀 품종은 총 11개로 북부(경기 산간) 지역의 운광벼 중부(경기 충북) 지역의 고품벼· 하이아미·대보 남부(영·호남 충남) 지역의 삼광벼·호품벼·칠보벼·진수미·영호진미·미품·수광 등이 있다.
    ㆍ잘생긴 햅쌀이 맛도 좋다
    등급 확인도 중요하다. 등급은 1~5등급까지 있는데 쌀의 겉모양이 완전미에 가까울수록 등급이 높아진다. 완전미란 ¾이상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쌀로 쌀알이 맑고 투명하며 찹쌀처럼 흰 부분이 없고 병해충 등으로 색깔이 변하지 않고 금이 가지 않은 쌀을 말한다. 완전미가 아닌 쌀은 밥맛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므로 완전미 등급이 높은 쌀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단백질 함량도 확인한다. 단백질은 밥을 짓는 과정에서 쌀의 수분 흡수를 방해해 밥의 찰기와 질감을 떨어뜨려 밥맛을 나쁘게 한다. 쌀의 단백질 함량이 6.0% 이하일 때 '수' 6.1~7.0%일 때 '우' 7.1 이상일 때 '미'로 표시하니 참고한다. 생산연도를 확인해 가급적 최근에 생산된 것을 구입한다. 생산연도가 1년 이상 지난 쌀은 보관 중에 밥맛이 떨어짐으로 햅쌀이 유통되지 않을 때는 전년도에 생산된 쌀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도정 연월일 확인도 중요하다. 도정을 거친 쌀은 탄수화물 단백질 등의 성분이 공기 중의 산소를 만나 산화해 서서히 밥맛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가급적 최근에 도정한 쌀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이 외에 원산지, 중량, 생산자이력 등도 참조할 만하다.
    ㆍ갓 도정한 햅쌀일수록 영양소 풍부
    쌀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미네랄 등 우리 몸에 필요한 다양한 영양소를 고루 함유하고 있다. 쌀은 밀가루와 같은 탄수화물 식품과 달리 혈당을 서서히 올렸다가 내려주고 섬유질이 풍부해 적게 먹어도 포만감이 오래 유지된다. 또한 뇌의 주 영양분인 탄수화물이 쌀의 영양소 중 81%를 차지하고 있어 두뇌활동에 필요한 포도당을 충분히 공급해 준다. 같은 품종의 쌀이라도 묵은쌀과 햅쌀의 영양에는 차이가 있다. 쌀은 도정한 지 7일이 지나면 산화가 시작되고 15일이 지나면 맛과 영양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정지행 정지행한의원 원장은"햅쌀은 묵은쌀에 비해 영양소의 함유량이 높고 쌀이 오래될수록 비타민 성분은 현저히 감소한다"며"햅쌀의 녹말 성분은 소화가 잘되고 나트륨 칼슘 등의 미네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몸속의 독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ㆍ맛있는 햅쌀밥, 물 양부터 줄여야
    햅쌀은 수분이 풍부하고 밥을 지으면 촉촉하고 끈기가 있어 밥이 차지고 맛있다. 햅쌀로 밥을 지을 때는 평소보다 물 양을 줄여야 맛있는 밥이 된다. 요리연구가 김영빈씨는"평소에는 밥을 지을 때 물의 양을 쌀 양의 1.2~1.5배로 잡지만 햅쌀은 1.1배나 동량으로 해야 고슬고슬하게 밥을 지을 수 있다"며"밥을 지을 때 다시마를 한 장 넣으면 다시마의 알긴산이 쌀에 흡수되어 고슬고슬하고 윤기 있는 밥이 된다"고 조언했다. 햅쌀을 오랫동안 맛있게 먹으려면 보관 방법도 중요하다. 햅쌀을 구입했다 해도 보관을 잘 못하면 밥 맛이 없기 때문이다. 쌀은 햇빛에 노출되면 수분이 증발해 건조해지면서 쌀알이 부서지므로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보관한다. 쌀통에 사과 마늘 고추 양파 등을 넣으면 쌀벌레나 해충 등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요리 김영빈수랏간 도움말 농촌진흥청
    Food Chosun     글 이진주 기자 / 사진 장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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