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달팽이 박사의 생명 이야기

줄기엔 '해바라기꽃' 뿌리엔 '감자'… 이상야릇하다, 네 이름은 뚱딴지

浮萍草 2013. 9. 28. 10:21
    대구 북구 노곡교 인근 금호강가에 노란
    돼지감자꽃이 활짝 피었다. / 조선일보 DB
    엔 따끈하고 밤은 썰렁해 일교차가 심한 계절 가을 채소인 무·배추가 쑥쑥 자라고 과일도 탐스럽게 여문다. 다달이 키를 재보면, 대체로 아이들의 자람도 밤낮 기온차가 큰 봄가을에 일어나는 것을 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주야가 푹푹 찌는 한여름엔 성장을 멈추고 살아남기에 급급했던 것. 그리고 이맘때면 산야가 온통 국화과식물 꽃으로 뒤덮이니 그중에 '돼지감자'라는 것이 있다. 필자가 있는 춘천 애막골의 샘터나 밭가 여기저기에 무더기로 난 키다리들이 샛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돼지감자는 국화과(科), 해바라기 속(屬)의 다년초이며 해바라기 일종으로 북미 원산인 귀화식물이다. 후리후리하고 꼿꼿한 줄기는 족히 3m에 달하고 뚱딴지처럼 줄기 아래 잎은 마주나기(대생·對生)지만 위로 오르면서 어긋나기(호생·互生)한다. 원줄기와 곁가지 끄트머리에 해바라기 꽃보다 훨씬 작은(지름 2~4cm) 두상화(頭狀花·꽃대 끝에 꽃자루 없이 많은 꽃이 모여 피는 머리 꼴을 한 꽃) 여럿이 주렁주렁 달린다. 한마디로 '꼬마 해바라기 꽃'인 셈이다. 그리고 돼지감자 해바라기 코스모스(살살이꽃) 등 국화과 식물은 죄다 큼지막하고 둥그런 원반 모양의 꽃송이에 씨를 맺지 못하는(불임성·不稔性) 혓바닥 닮은 커다란 헛꽃(설상화·舌狀花·ray flower) 여러 개가 바깥에 한 바퀴 빙 둘러난다. 헛꽃은 돼지감자가 얼추 10∼12장 해바라기는 넉넉잡아 25~500개 살살이꽃은 고작 8개이다. 그리고 중심에 자잘하고 빽빽하게 박힌 꼴같잖은 꽃이 참꽃(관상화·管狀花·disk flower)인데 이것은 암수술 모두를 가진 양성화로 씨를 맺는다.
    참꽃은 돼지감자가 무려 50~60개, 해바라기는 자그마치 300~1,000개, 살살이꽃은 돼지감자와 맞먹는 50~70개이다. 참꽃 하나를 뽑아보면 끝이 둘로 짜개진 암술이 있고 아래 꽃대에 수술이 붙었다. 그 때문에 참꽃의 개수와 알알이 익은 씨앗 수가 같다. 사람들은 뜬금없다 하겠지만 이것들을 따서 낱낱이 헤아리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럼 불임인 주제에 헌걸차고 싱그러운 헛꽃은 왜 매달고 있단 말인가? 국화 쑥부쟁이 산국 같은 국화과 식물도 하나같이 관상화가 발달하지 않아서 봉접(蜂蝶)들이 저들을 알아보지 못하기에 커다란 꽃부리를 달아"어서 와요 나 여기 있소" 하고 알리는 것이다. 거참, 하찮아 보이는 푸새들도 예사롭지 않구나! 그런데 돼지감자 뿌리를 슬슬 캐들면 아연 놀랍게도 땅속줄기 끝에 감자 닮은 덩이뿌리가 달렸으니 이를 '돼지감자' 혹은'뚝감자'라 하는데, 감자처럼 동글동글, 몽글몽글하지 못하고 생강(生薑)같이 길쭉하거나 울퉁불퉁하며 결이 거칠다. 아마도 감자보다 질이 좀 떨어지거나 아니면 주로 돼지 사료로 썼기에 돼지감자라는 남다른 이름이 붙었을 텐데 괴상하게도 하늘(줄기)엔 해바라기 꽃들이 매달리고, 엉뚱하게도 땅(뿌리)엔 감자를 뒤룽뒤룽 매단 것이 이상야릇하고 생뚱맞기에 돼지감자를'뚱딴지'라 그럴싸하게 부르게 되었다. 이는 행동이나 사고방식 따위가 엉뚱한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거나, 고집 세고 무뚝뚝한 사람을 비꼴 때도 쓴다. 그렇지만 뚱딴지는 시쁘고 허투루 볼 하찮은 작자가 아니다. 식용 사료로 쓸 뿐만 아니라 생물연료(에탄올) 생산에도 쓰인다. 또 '천연 인슐린(insulin)'인 이눌린(inulin)이 듬뿍 들어 있어 당뇨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이렇든 저렇든 세상은 노상 생뚱맞고 엉뚱한 짓을 하는 괴짜 뚱딴지들이 바꿔놨고, 또 새로 바꿀 것이다. 보통 사람은 그저 보통일 뿐.
    Chosun         권오길·강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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