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서울시, 한양도성 터에서 ‘각자성돌’ 80여개 발굴
조선시대에도 공사 책임자의 이름과 기간·구간 등을 기록하는‘공사실명제’가 시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25일 “한양도성 터에서 ‘각자성돌’ 80여개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각자성돌에는 한양도성 축조를 맡았던 공사 책임자의 이름은 물론이고 공사 시작과 완료 시점, 공사 구간 등이 새겨져 있다.
서울시는 이번 발견으로 인해 현재까지 발견된 각자성돌은 모두 232개로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태조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한 지 5년 후인 1396년 한양도성 12.8㎞ 구간을 건축했다.
당시 19만여명이 동원돼 98일 만에 한양도성이 지어졌다.
한양도성은 이후 600년 동안 크고 작은 개·보수 공사를 거쳐왔다.
 | ▲ 서울 종로구 종로6가 흥인지문 북쪽편 한양도성에 조선시대 공사 책임자의 이름과 공사구간 등을 새겨넣은 ‘각자성돌’이 놓여 있다.서울시는 25일 각자성돌 80 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 서울시 제공 |
정도전이 책임자였던 도성조축도감은 한양도성을 견고하게 짓고 보수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일부 돌에 공사 시작·완료 시점, 공사 구간을 기록했다.
‘하늘 천(天)’자부터 ‘조상할 조(弔)’자까지 각각 다른 한자를 97개 새긴 것을 시작으로 개·보수 공사 때마다 여러 정보들이 돌에 새겨졌다.
효종 때부터는 공사 책임자 이름도 새겼다.
이번에 발견된 한 각자성돌 중에는 ‘감역 심지헌(監役 沈之憲)’이 한자로 적혀 있다.
공사감독 역할을 맡은 사람이 ‘심지헌’이라는 의미다.
서울시 도성관리팀은 승정원일기에 적힌 기록을 확인해 효종 6년(1655년) 7월15일에 심지헌이라는 사람이 공사 감독 역할을 맡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포(金浦)’처럼 경기 김포 지역 주민이 공사를 했다는 정보가 새겨진 각자성돌도 발견됐다.
공사 시작 시점을 적어놓은 돌도 있다.
‘경인삼월금시(庚寅三月禁始)’라고 적혀진 각자성돌은 숙종 36년(1710년)인 경인년 3월에 ‘금위영’이라는 군사구역에서 공사를 시작했다는 의미다.
서울시는 각자성돌 발굴을 통해 한양도성의 붕괴 및 개·보수 공사 기간을 더 정확히 유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숙종 때 사용된 것으로 여겨지던 세로 60㎝ 크기의 성돌이 숙종이 아닌 순종 때 사용된 것으로 새롭게 밝혀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 각자성돌에서 발견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양도성에 대한 3D지도를 만드는 등의 작업을 해 오는 12월 ‘한양도성 학술회의’ 발표를 할 계획이다.
문인식 서울시 도성관리팀장은“현장의 작자성돌과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의 문헌에 나오는 기록을 비교해 한양도성 공사 시기와 규모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Khan ☜ ■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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