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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주리듬이 정말 있는지 … 알고 싶어요.

浮萍草 2013. 8. 5. 09:32
    달 - 동아DB 제공
    "인간은 시적(詩的)으로 지상에 거주한다." - 휠더린 시야가 좁아서인지 필자는 천문학에 무관심한 편이지만 그래도 지구에서 별로 보이지 않는 두 천체 해와 달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천체를 아울러 ‘해와 달과 별’이라고 불렀다)을 보면 참 신비롭다는 생각이 든다. 해의 지름은 139만km으로 달의 지름인 3476km보다 400배나 더 크지만 지구에서 거리는 해가 1억4960만km로 달의 38만4400km보다 390배 더 멀기 때문에 결국 지구에서는 거의 같은 크기로 보인다. 우연이겠지만 참으로 미스터리한 일이다. 이렇다보니 인류는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해와 달을 짝으로 봤는데(태양의 입장에서는 어처구니 없겠지만), 해와 달은 각각 남성성과 여성성 양(陽)과 음(陰)을 상징한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의 힘(능력)이 많이 커졌지만 그럼에도 해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그러나 달은 이제 추석과 정월 대보름 때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신세가 됐다. 타인에게 미치는 자신의 영향력을 빼앗은 대상을 미워하기 마련이므로 달이 사람이라면 아마도 전구를 발명한 토머스 에디슨을 원망할 것이다. 인공조명의 등장으로 이제 사람들은 보름달이 떴는지 삭이라 밤하늘에서 모습을 볼 수 없는지도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ㆍ보름달 뜨면 수면시간 20분 짧아져
    “달 밝은 밤에 그대는 누구를 생각하세요 잠이 들면 그대는 무슨 꿈 꾸시나요 …” 1986년 발표된 양인자 작사, 김희갑 작곡, 이선희 노래의 명곡 ‘알고 싶어요’의 첫 두 소절이다. 상당히 서정적인 가사인데 이 상황을 필자 같은 냉정한 관찰자의 시점에서 재해석하면 ‘보름달빛에 잠이 잘 안와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간신히 잠들었을 텐데 그나마 깊이 잠들지 못하고 꿈자리가 사나웠을 것이다’ 정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동아시아에서는 보름달을 좋게 보지만 서구권에서는 불길한 징조로 보름달이 뜬 밤이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는 속설이 있다. 미신 또는 근거없는 믿음(혈액형 성격처럼)으로 여겨졌던 달의 주기성(차고 기욺)과 수면 사이의 관계가 정말 존재한다는 연구결과가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8월 5일자에 실렸다. 스위스 바젤대 정신병원 시간생물학센터 연구자들은 성인 33을 대상으로 수면의 양과 질을 분석한 결과 달의 주기성과 연관성이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달의 차고 기욺이 잠의 양과 질에 미치는 영향을 보
    여주는 데이터. 위로부터 주관적인 수면 질 평가,전체
    수면 시간, 램수면잠복기(잠든 뒤 램수면이 나타날 때
    까지 걸리는 시간), 깊은 서파 수면(4기), 델타파 활성,
    멜라토닌 수치(소등 2시간 전 뱉은 침)다. - Current
    Biology 제공
    달의 주기는 29.5일(삭망월 기준)이다. 보름달을 0으로 보면 앞뒤로 14.75일이 삭에 해당한다. 분석 결과 보름달이 떴을 때 잠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5분 더 길었고 전체 수면 시간도 평균 20분 짧았다. 그리고 깊이 잠들었을 때 나오는 델타파의 세기도 30%나 줄어들었다. 한마디로 보름달이 뜬 밤에는 잠의 양과 질이 다 떨어진다는 말이다. 물론 연구자들은 피험자들에게 연구의 목적이 달이 잠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것이라고 알려주지 않았다. 실험을 수행한 실무자들도 목적을 몰랐다. 단순히 수면 연구인줄 알고 테스트에 응했고 설문지를 작성했다. 앞의 객관적인 데이터와 마찬가지로 잠의 양과 질에 대한 피험자들의 주관적인 평가도 달의 주기성을 따랐다. 그렇다면 달은 어떻게 인체의 수면에 영향을 미친 것일까. 연구자들은 논문에서“보름달이라고 해도 지구에 명백한 중력 효과를 내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인체가 느끼는 중력의 변화가 잠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는 없다”며“물론 달이 바다에 미치는 기조력이 인체의 수분(혈액)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너무 미미하므로)”라고 쓰고 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이런 현상이 인체 내부에 존재하는 주기성, 즉 ‘월주리듬(circalunar rhythm)’에 따른 것 이라고 결론지었다. 지구의 자전으로 햇빛의 양이 24시간을 주기로 오르내리는 환경에서 지낸 결과 생명체가 일주리듬(circadian rhythm)을 지니게 됐듯이 달의 차고 기욺이라는 환경에 적응한 결과 ‘월주 리듬’이 생겼다는 말이다. 여기서 잠깐 일주리듬의 개념에 대해 오해할 수 있는 면을 언급한다. 즉 일주리듬은 생명체가 밤낮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환경에서 수십억 년 동안 적응하면서 갖게 된 내재적인 생체리듬으로 외부 신호(낮과 밤)가 사라져도 여전히 유지된다. 즉 하루 종일 불이 켜져 있는 실내에서 생활해도 몸은 24시간 주기로 생리적 지표가 오르내린다. 물론 일주리듬의 절대시간이 고정된 건 아니다. 시차가 나는 외국에 나가면 처음 며칠은 피곤해도 곧 적응하는데 일주리듬이 그곳의 환경자극(낮과 밤)에 맞춰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기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즉 22시간을 주기로 낮과 밤 조건을 만든 환경에 놓이면 인체는 그 새로운 일주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 고통스러운 생활을 한다는 말이다. 즉 외부 환경 변화는 생체리듬을 거기에 동조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주기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이번 결과에 따르면 달의 주기성도 우리 몸에 월주리듬이라는 흔적을 남겨놓았고 그 가운데 하나가 수면의 양과 질의 주기성으로 나타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는 내재적인 리듬이기 때문에 설사 인공조명의 범람으로 달의 주기성이 동조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어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 아무튼 논문의 데이터를 보면 분명 월주리듬이 존재하는 것 같기는 한데 솔직히 가슴에 와 닿지는 않는다. 그래서일까. 연구자들도 논문 말미에“월주리듬은 일주리듬만큼 뚜렷하지는 않지만 있는 게 확실하다”면서도“그 역할은 미스터리이고 아마도 개인차가 클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달의 차고 기욺에 꽤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자처럼 산문적인 성향의 인간들은 빼고 시인의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만 선별해 위의 실험을 다시 해본다면 훨씬 극적인 결과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Dongascience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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