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기생충 이야기

소의 음식을 탐하지 말자

浮萍草 2013. 8. 4. 22:51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
    대학 교수
    32세 여성 한 분이 오른쪽 윗배가 아파 병원에 왔다. 웬만하면 참아보려고 했는데 아파도 너무 아프다는 것이다. 맹장염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라 의사는 쓸개와 췌장을 한번 검사해 보자고 했다. 조영제를 넣자 놀랍게도 쓸개로 이어진 관(담도)에 뭔가가 있었다. 담도암일 가능성도 있는지라 의사는 즉각 수술을 시행했다. 다행히 암은 아니었다. 담도를 열자 거기서 나온 것은 길이가 2센티에 달하는 벌레 세 마리였다. 이 기생충의 이름은 간질. 좀 이상한 이름이긴 한데 사람에게 ‘간디스토마’가 있듯이 소에 사는 간디스토마라 생각하면 되겠다. 사는 곳이 담도인데 소는 담도가 커 간질이 있어도 별 문제가 없지만 사람의 담도야 어디 그런가? 2cm 짜리 큰 벌레가 좁은 담도에 들어와 요동을 쳤으니 그렇게 윗배가 아팠던 거였다. 그래도 이 여성분은 사정이 좀 낫다고 할 수 있다.
    사람 담도가 너무 좁다고 느낀 간질이 우리 몸 이곳저곳에 가서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수도 있는 노릇이니까. 1994년에 보고된 사례를 보자. 한 전경이 두통과 원인모를 쇠약감에 시달리다가 갑자기 오른쪽 눈에 극심한 통증이 생기면서 시력이 완전히 소실됐다. 알고 보니 전경의 눈에 간질이 들어가 그 사단이 난 것이었다. 이제 겨우 20대밖에 안된 꿈 많은 전경은 결국 오른쪽 눈을 적출하는 끔찍한 수술을 받아야 했으니 기생충에 걸린 대가치곤 너무 가혹했다. 이들은 어떻게 간질에 걸렸을까? 간질이 소의 기생충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기생충은 풀 특히 물가에 있는 풀(수초)이 감염원이다. 간질의 유충이 풀에 붙어 있으니 풀을 꺾어 제대로 조리하지 않고 먹으면 걸리는 것이다. 환자의 80%가 여성인 이유도 여성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풀을 잘 먹기 때문이리라. 간질에 걸렸던 5세 어린이의 경우를 보자. 이 어린이는 사과 케일 도라지 미나리 등으로 만든 채소생즙을 가끔 복용했다고 한다. 채소가 고기보다 몸에 좋은 건 확실하지만 미나리 생즙을 먹이다간 애를 잡는 수가 있다. 그렇다면 수초에는 간질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나라에선 아직 조사된 바가 없지만 프랑스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수초의 1~2% 정도가 간질을 갖고 있다고 하니 걸릴 확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간질은 극심한 증상을 유발하는데다 대부분의 기생충들과 달리 마땅한 치료약도 없다. 기생충 때문에 수술을 받는다는 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정 수초를 먹어야겠다면 기생충의 유충이 제거될 만큼 충분히 씻은 뒤 먹자. 간질에 걸리는 또 한 가지 방법은 소의 간을 날로 먹는 것이다. 물가의 풀은커녕 물가 근처도 안 가본 사람이 간질에 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래 기생충은 유충을 먹어야 감염되지 성충을 먹으면 감염되지 않는데 소가 방금 풀을 먹은 경우 간에 유충상태인 간질이 있을 수가 있다. 그래서 소간을 먹으면 그 유충이 사람에게 들어와 감염될 수 있는 거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게 소가 먹을 풀을 먹는 것도 모자라 소의 몸에서 살고픈 간질까지 빼앗아먹어서야 되겠는가? 소는 오직 풀만 먹지만 사람은 아주 다양한 것들을 먹는다. 소의 것은 소가 먹게 하고 사람은 사람의 것만 먹자. 소가 가끔씩“음메” 하고 우는 것은 자기가 먹을 풀을 빼앗긴 게 슬퍼서 그리고 사람 몸으로 건너간 간질이 걱정돼서일지도 모른다.
    K-Health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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