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달팽이 박사의 생명 이야기

냄비 속 개구리? 세상에 그런 뜨거움 모르는 미련퉁이가 있으랴

浮萍草 2013. 7. 7. 13:02
    조선일보 DB
    구리는 물과 뭍에 사는 양서류(兩棲類)의 일종이다. 그래서 앞다리와 뒷다리에 발가락이 각각 4·5개씩 있고 뒷다리 발가락 사이에는 커다란 물갈퀴가 있다. 다만 풋나무(갈잎나무·새나무·풋장 따위의 나무를 통틀어 이르는 말)에 사는 청개구리(tree frog)는 갈퀴가 없는 대신 잎사귀에 쩍쩍 달라붙게끔 무른 발가락뼈 끝에 넓적한 주걱 모양의 부드러운 빨판이 있다. 무시무시한 적응이요 변화로다! 한국에는 참개구리·청개구리·두꺼비·도롱뇽 등 17종이 서식한다. 참개구리를 본보기로 삼아보자. 참개구리는 암컷이 수컷보다 좀 크다. 끈적끈적한 살갗, 힘센 뒷다리 겉에 뚫린 콧구멍 두 겹의 눈꺼풀 둥그스름한 고막 불룩 튀어나온 레이더 같은 눈알 등이 특징이다. 암컷은 음치라 소리를 못 내고 수놈이 목 밑의 울음주머니를 부풀렸다가 오그려"개골개골" 하는 소리를 낸다. 암놈 눈에 들기 위해 밤이 이슥하도록 귀가 따갑게 사랑 노래를 한다. 개구리는 한 놈이 울기 시작하면 떼거리로 왕창 떠들다가 한순간 딱 그친다. 적막이 흐르다가 목소리에 금 가게 다시 고함을 지르고 또 울고…. 왜 이렇게 떼를 지어 소리를 지르는 것일까. 어슷비슷한 놈들이 여기저기서 와글거리니 포식자(천적)는 섞갈리고 헷갈려 어디에 어느 놈이 숨었는지 도통 겨냥(조준)해 잡을 수가 없다. 무논 한구석, 암놈을 놓고 서로 차지하겠다고 여러 수놈이 뒤엉켜 바동거리고 있다. 처절하게 다툼질하다가 종국엔 주먹심 좋은 놈이 암놈을 차지한다. 발정기가 되면 수놈 개구리의 앞다리 엄지발가락 아래에 혼인육지(婚姻肉指) 또는 포접돌기(抱接突起)라 부르는 거무튀튀하고 끈적끈적한 살점이 생긴다. 이것으로 암놈을 세게 움켜쥔다. 옴짝달싹 않고 암수 개구리가 덕지덕지 짝을 지어 있는 것을 보면 언뜻"짝짓기하나 보다"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개구리는 교미기(음경)가 없기에 그냥 껴안고 있을 뿐 이다. 암놈이 산란하면 수컷이 대뜸 정자를 뿌리는 체외수정을 한다. 수조에 서로 다른 두 어미에서 태어난 앳된 올챙이를 뒤섞어 두면 재밌는 현상이 생긴다. 두 패거리가"우르르"서로 편 가르기를 한다. 유유상종이라고 제 피붙이끼리 쪼르르 모여들고 무리지어 흙탕 치면서 논다. 이렇게 같은 족(族)끼리 서로 알아차리는 것을 친족인지(親族認知)라 하며 근친교배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한편 사람들이 개구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말이 있다.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바로 튀어나오지만 찬물에 넣고 천천히 가열하면 물이 뜨거워지는 것을 모르고 익어 죽게 되는 것을'끓는 물 속 개구리(boiling frog)' 라고 한다. 분야에 따라 '냄비 속 개구리''개구리 효과''개구리 경영론' 따위로 해석한다. 19세기에 시행한 실험으로 잘못 전해진 거짓부렁이다. 세상에 그런 미련퉁이는 없다. 염상섭의 단편소설 '표본실의 청개구리'에 나오는"청개구리를 해부하여 가지고 더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장을…" 같은 표현도 역시 거짓이다. 주위 온도에 따라 체온을 바꾸는 변온(냉혈)동물인 개구리는 실험실의 온도와 체온이 같아 김이 나지 않는다. 맞는 말도 있다. "개구리도 옴쳐야 멀리 뛴다." 아무리 바빠도 마땅히 준비하고 주선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개구리를 보면 안다. 움츠리면 움츠릴수록 멀리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을.
    Chosun     권오길·강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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