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옛글에서 읽는 오늘

법고창신(法古創新)

浮萍草 2013. 6. 28. 09:14
    것을 만들려는가? 
    새것을 잘 만드는 비법은 옛것을 잘 배우는 데 있다. 
    연암 박지원은 <초정집서>에서 ‘법고창신론(法古創新論)’을 펴면서 옛것을 잘 배운 사람으로 한신을 들었다.                                                                      
    한신의 군대는 연전연승하면서 조나라를 쳐들어갔다. 
    정형을 통과해야 했는데 좁고 긴 통로여서 군대 행렬이 길게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조나라에선 이를 노려 후미를 기습하여 보급선을 끊어 놓자는 계책이 나왔다. 
    기세등등한 한나라 군대와 정면대결하기보다는 포위하여 굶주림에 빠뜨리자는 것이다. 
    이 계책은 채택되지 않았다. 첩자를 통해 이 소식을 들은 한신은 기뻐했다.
     정형을 무사히 통과한 한신은 강을 등지고 진을 치게 했다. 
    이른바 ‘배수진’이었다. 
    한신은 또 기습할 병사 2000을 선발해 조나라 진영 부근 산 속에 매복시켰다. 
    그리고 조나라 진영을 공격했다가 여의치 않은 듯 강가의 진영으로 달아났다. 
    조나라 군대가 진영에서 나와 한나라 군대를 한참 공격했지만 배수진을 깨뜨리지 못했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자기 진영엔 온통 한나라의 붉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지 않은가. 
    그 틈에 매복 병사들이 기습했던 것이다. 
    한나라 군대는 당황한 조나라 군대를 협공하여 승리했다.
    승리한 후 장수들이 물었다. 
    “병법엔 산을 등지고 물을 앞에 두고 진을 치라고 했는데 배수진은 어찌된 술책인가요?” 
    한신이 말했다. 
    “병법에 있는데, 그대들이 살피지 못했을 뿐이다. 
    사지(死地)에 빠진 후에 산다 하지 않았는가? 
    살 곳이 있으면 병사들이 달아나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훗날 조선의 신립이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쳤다. 
    파죽지세로 북상하는 일본군에 대한 결사항전의 투지였다. 
    그러나 결정적 패배를 당했다. 
    다산 정약용은 당시 우리가 조나라 처지에 있었는데도 거꾸로 한나라 계책을 사용했다고 한탄했다. 
    탄금대에 이르기 전에 험한 문경새재를 길게 넘어오는 적군을 공략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신립은 한신의 배수진을 고지식하게 사용했다. 
    옛것을 흉내 냈지만 잘못 배운 것이다.
    옛것을 잘 배운 사람으로 연암은 또 후한의 우후를 들었다. 
    그는 손빈의 아궁이 작전을 변통했다. 
    손빈은 군대를 이동하면서 아궁이 수를 줄였다. 
    도망병이 속출하는 것처럼 보여 추격해온 적군을 함정에 빠뜨렸다. 
    병력이 열세였던 우후는 아궁이 수를 늘렸다. 
    구원병이 온 것처럼 보여, 적군이 추격을 포기하게 했다. 
    정반대였지만 옛것을 제대로 배운 것이다.
     연암은 “옛것을 배우되 변용할 줄 알고, 새것을 만들되 전범(典範)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법고가 곧 창신이요, 창신이 곧 법고였다. 
    새것을 만들려면, “옛것을 배우되 새롭게!” 
    
    Khan         김태희 실학21네트워크 대표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