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 - 채마밭/푸드 이야기

위기(危機)의 녹차(綠茶)

浮萍草 2013. 6. 19. 18:44
    커피 마시다 녹차 잊었다
    해마다 축구장 100개 면적 밭 사라져 농약 파동 후 커피에 입맛 뺏겨 "요즘 스님들도 녹차 대신 커피"
    난 주말 녹차의 수도로 불리는 전남 보성군의 대한다원 녹차밭을 찾았다. 4월 하순께(곡우) 첫잎을 따낸 녹차밭에선 다시 돋은 새순이 초록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새순을 따는 일손은 찾아볼 수 없었고 지난겨울 한파에 누렇게 얼어 죽은 녹차나무 흔적만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또 몇 해 전 영화·TV 광고 등의 촬영 명소로 입소문이 나면서 주차장을 가득 메웠던 관광객도 온데간데없었다. 대한다원 주용로 공장장은“요즘 녹차 소비가 줄어 전체 60만 평의 녹차밭 중 40만 평을 방치해 두고 있다”며 “관광객도 확 줄어 가끔 사진 찍는 사람만 찾는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녹차가 커피에 완전히 밀리면서 잊혀진 존재가 돼 버렸다”며 “요즘 녹차 농가에는 한파보다 더 무서운 게 커피”라고 말했다. 최근 커피가 호황을 누리고 메밀차·마테차 등 건강 기능성 차까지 잇따라 출시되면서 녹차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녹차는 2004년만 하더라도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곳에서 한 해 1667억원어치가 팔렸다. 하지만 지난해 판매액은 663억원어치가 전부다. 커피를 제외한 전체 차 제품 중 녹차의 판매 비중도 한때 90%(2004년)에 육박했지만 지난해에는 51%로 뚝 떨어 졌다. 이에 따라 보성군에서는 한때 1100㏊에 육박하던 녹차 재배지가 지난해 1063㏊까지 줄었고 1500t을 넘나들던 녹차 생산량도 1200t을 밑돌고 있다. 하지만 녹차 재배지 감소보다 더 심각한 것은 대한다원처럼 방치되는 녹차밭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치된 녹차밭은 정부의 통계상에는 재배지로 잡히지만 실제로는 녹차 농사를 포기한 땅이다. 보성군의 한 관계자는“보성군 내 전체 차밭의 30% 이상이 방치되고 있고 해마다 방치 면적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원예산업과의 한 관계자는“보성은 물론 보성과 함께 3대 녹차 생산지로 꼽히는 경남 하동이나 제주 등에서도 밭은 그대로인데 잎을 따지 않는 녹차밭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녹차 농가들 사이에서 수년 전부터 “매년 축구장 100개 정도의 녹차밭이 사라지고 있다”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보통 산비탈에 위치한 녹차밭이 방치될 경우 잡초가 무성해져 다시 녹차 수요가 살아나도 좋은 품질의 찻잎을 수확하기가 어려워진다.

    녹차는 1990년대 들어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비만이나 암 예방 효능이 알려지면서 90년대 후반부터는 생산량이 증가했다. 실제로 2002년 518㏊의 녹차밭에서 960t을 생산하던 보성군은 2006년에는 1111㏊에서 1572t을 생산했다. 전국적으로도 2008년 3774㏊의 재배지에서 3936t이 생산될 정도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녹차는 급격히 추락한다. 먼저 농약파동이 결정타였다. 당시 녹차 소비가 크게 증가하자 중국에서 수입량이 급증했다. 이 중 농약 성분이 남아 있는 녹차가 섞여 들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녹차 전반으로 소비자의 불신이 확산된 결과다. 또 커피와 달리 마시는 절차가 복잡하고 마신 뒤에는 찌꺼기가 남는 등 녹차가 간편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한 측면도 있다. 고려대 생명공학연구소 오미정 교수는“농약이 과다 사용된 녹차가 유통되면서 신뢰를 잃었고 다국적 커피까지 잇따라 들어와 외면받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커피는 파죽지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커피 수입량은 계속 증가세다. 2011년에는 수입량이 13만t을 돌파했다. 이를 커피잔으로 환산하면 18세 이상 전체 성인 남녀가 연간 338잔을 마셨다는 계산이 나온다. 거의 모든 성인 남녀가 하루 한 잔을 마신다는 얘기다. 글로벌리서치기관인 닐슨컴퍼니에 따르면 커피믹스 시장이 1조2000억원 커피 음료가 9000억원 커피전문점 시장이 1조원대로 커졌다. 반면 대형마트 등을 포함한 전체 녹차 시장 규모는 커피의 10분의 1 수준인 2000억~3000억원 정도에 머물고 있다. 이쯤 되면 녹차가 커피에 완패한 셈이다. 보성에서 만난 한 녹차 생산자는“요즘은 햇녹차를 싸들고 절에 가도 스님들이 녹차는 쳐다도 안 보고 커피만 찾을 정도”라고 한탄했다. 차 문화를 대변했던 사찰에서까지 차 대신 커피를 마실 지경에 이르렀다는 푸념이다.
    Joongang.Joinsmsn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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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와 협업도 … 녹차 생존 안간힘
    차 농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학계에서도 녹차의 부활 방안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우선 녹차의 효능을 부각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정종해 보성군수는 “녹차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은 비만 예방과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등에 도움을 준다”며“보성군민들의 비만율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낮은 것도 
    녹차를 많이 마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성군이 지난 4월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13년도 지역사회 건강조사에서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낮은 비만율(16.3%)을 기록한 비결이 녹차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동녹차연구소가 2010년 녹차에 관한 연구논문 653건을 분석한 결과 항암 효과(34%) 질병 예방과 개선(26%), 심장병 예방 및 개선(11%) 등을 다룬 것으로 나타
    났다.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신제품 개발도 한창이다.
    대한다원 장기선 대표는 “녹차를 활용한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사탕 소금 등 신제품을 판매 중”이라며“커피와의 협업을 통해 녹차라테 같은 신메뉴에 들어갈 녹차도 
    새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장효은 매암차문화박물관 학예실장 “소규모인 녹차 농가가 유명 브랜드의 커피전문점과 경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지자체 등이 나서 공동 브랜드 개발과 홍보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이마트 계약재배로 녹차 부활 물꼬=녹차 농가들은 유기농 녹차 생산을 확대해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보성군은 최근 이마트와 고급 녹차 유기농 녹차 생산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보성의 승설녹차 이재성 대표는“전국의 대다수 녹차 농가가 건강에 해로운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을 하고 있다”며“또 녹차밭은 초록이 넘치는 힐링의 공간인 
    만큼 체험공간을 확대해 관광상품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Joongang.Joinsmsn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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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헛개·마테·메밀·옥수수수염 기능성 곡물차, 대세가 되다
    수 녹차 소비는 줄어드는 반면 페트병에 담긴 음료(RTD) 시장에서 다양한 차 시장은 오히려 커지고 신제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2010년 1400억원 규모였던 RTD 곡물차 음료 시장은 2011년 1580억원, 지난해엔 1960억원 정도로 계속 증가세다.
    그간 차 음료 시장의 대세는 ‘옥수수 수염차’였다.
     2010년만 해도 전체 곡물차 시장에서 옥수수 수염차는 절반 이상(53.7%)을 차지했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엔 39.2%까지 떨어졌다. 
    이 틈새를 파고든 것이 헛개차다. 2010년만 해도 2.1%에 불과하던 헛개차는 올 1분기 29.1%까지 늘어났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을 타깃으로 한 제품, 홍삼과 결합한 제품 등 다양한 제품 출시에 힘입어서다. 
    지난해 헛개차 매출은 전년보다 144%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보리차 역시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반면 ‘17차’ 등으로 대표되는 곡물 혼합차는 2010년 이후로 매출이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올해 새로 출시된 차 제품들은 마테·메밀 등 다이어트나 혈액 순환을 도와주는 기능을 강화한 것들이 주다. 
    웅진식품은 루틴이 풍부한 타타리 메밀로 만든 ‘맵시 있는 밸런스 메밀차’를 출시했다. 
    루틴은 혈관 벽을 강화해 혈액 순환을 활발하게 해 준다고 알려져 있는 성분이다. 
    타타리 메밀은 히말라야 고원 중국 티베트 등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메밀 품종으로 일반 메밀보다 루틴 성분이 풍부하다.
    코카콜라는 ‘태양의 마테차’를 내놨다. 브라질산 마테잎을 추출해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마테는 폴리페놀이 일반 차보다 3배 더 많고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성분이다.
    녹차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특유의 떫은맛에, 일일이 우려내야 해 먹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를 불식하기 위해 녹차에 들어 있는 카테킨 성분만 뽑아 물에 타서 먹는 기능성 식품도 나왔다. 
    2009년 출시된 아모레퍼시픽의 ‘설록 워터플러스’로 지금까지 480억원 정도가 팔렸다. 
    ‘몸이 가벼워지는 물 워터플러스 체리펀치’와 ‘속이 든든해지는 다이어트 쉐이크 워터플러스’ 등 두 종류가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티 하우스 오설록도 지난해보다 25% 매출이 늘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찻잎에 꽃이나 과일 허브 등을 더한 건강 차들과 녹차 아이스크림 등 젊은 감각의 메뉴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Joongang.Joinsmsn     최지영 기자 choi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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