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 - 채마밭/푸드 이야기

조조(曹操)도 예상(豫想)치 못한 ‘계륵(鷄肋)’의 비상(飛上)

浮萍草 2013. 6. 13. 18:20
    ‘계륵(鷄肋: 닭의 갈비)’이라는 말이 있다. 
    유비의 군대와 전략적 요충지인 한중을 놓고 싸우는 중 불리한 상황에 처한 조조가 진격할 수도 퇴각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을 계륵 즉 닭갈비라는 말로 표현한 것
    이다. 
    버리자니 아깝고 요리를 하자니 먹을 것 없는 닭갈비를 바라보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요리사의 심정과 같았으리라.
    닭갈비

    이런 고사 탓에 닭갈비라는 말은 처치곤란한 물품이나 난감한 상황을 표현하는 말로 사용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한국인에게 닭갈비하면 가장먼저 떠오르는 것은 제법 괜찮은 외식메뉴의 이름.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국민먹거리가 한국인이 생각하는 닭갈비다. 재미있는 점은 한국의 닭갈비에 조조가 말한 닭갈비는 없다는 것이다. 음식 닭갈비는 치킨, 삼계탕처럼 닭의 모든 부위를 사용해 만든다. 그럼 왜 사용하지도 않는 부위의 명칭이 요리이름이 된 것일까. 이유는 닭갈비의 유래와 관련이 있다. 닭갈비의 고향이라 불리는 춘천에서 밝히는 공식적인 유래는 1960년 춘천에서 돼지갈비 가게를 운영하던 김영석씨가 돼지고기를 구하기 어려워 대신 닭을 돼지갈비 처럼 저미고 양념해 구워 팔면서 시작된다고 한다. 즉, 닭갈비라는 이름은 닭갈비를 사용해서 만든 음식이 아니라 닭고기를 이용해 돼지갈비처럼 만든 음식이라는 의미에서 붙었다. 개장국이 소고기를 사용하면 육개장, 닭고기를 사용하면 닭개장이 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갈비’라는 말이 부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요리형태를 지칭하는 말로 변한 것이다. 닭갈비의 초기형태는 유래에서 볼 수 있듯이 돼지갈비와 비슷했다. 양념을 발라 숙성시켰다가 숯불에 구워먹는 형태였다. 이후 71년에 닭갈비판이 등장하면서 현재와 같은 형태로 변했다. 기존 형태의 닭갈비는 숯불닭갈비로 철판에 채소와 함께 볶아먹는 형태가 닭갈비라는 명칭으로 정착됐다. 춘천시내를 벗어나 전국적으로 퍼져나간 닭갈비는 떡 고구마 당면 치즈 등 각종 재료를 선택 추가해 볶아먹는 방식으로 발전하기에 이른다. 선술집의 안주메뉴였던 닭갈비는 한끼 식사를 책임지는 음식이 되었다. 닭갈비가 국민적인 먹거리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여럿이 둘러 앉아 고기를 먹고 남은 양념에 밥까지 볶아먹어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으니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과 춘천 시내로 외출을 나온 군인들에게는 최고의 먹거리였던 셈이다. 90년대 이후부터 전국에 닭갈비 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나게 된 계기도 이와 동일하다.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음식인 것이다. 비록 진짜 닭갈비가 들어간 요리는 아니지만 닭갈비의 이름을 단 요리가 날개 돋힌 듯 팔리는 광경을 조조가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해진다.
    Food Chosun     정재균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PD jeongsan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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