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금기영역에 도전해 온 도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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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은 한국 사회의 금기 영역에 도전해왔다.
몇 년 전 그는 기독교 보수 교단에다 대고 자기 견해를 거침없이 구사한 바 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그는 <요한복음> 강해를 통해 율법지상의 근본주의 기독교와 현세기복적인 한국 기독교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물론 그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한국 기독교가 얼마나 일그러져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올의 기독교 비판은 한국 사회에 남 달리 날카롭고 광범위한 파장을 일으켰다.
혹자는 김용옥이 기독교를 비판하자 ‘자기 전공을 벗어나 타인의 영역에 개입하는 만용’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김용옥의 첫 저서를 보면 그가 일찍부터 기독교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라면 남녀 불문 누구나 여자의 보지 구멍에서 나온다.
그런데 이 만고불변의 진리를 부정하는 <창세기>를 우리는 어떻게 보아 주어야 하나?”(1990년 『여자란 무엇인가』에서)
이를 통해 볼 때 그가 주도하여 유발한 기독교리 논쟁에는 의외로 오랜 사색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과연 김용옥의 현 위치는 어디쯤이고 그의 학문적 의의는 어떤 것일는지?
단아하고 박식한 원로 문학자 박이문은 그의 역저『노장사상』(문학과 지성사) 서문에서 유학생 시절의 김용옥을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노자>나 <장자>의 텍스트에서 그들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이라고 생각되면서도 그 의미가 선명치 않은 몇 군데 구절이
있었다.
이러던 차에 타이베이대학과 도쿄대학에서 중국철학을 공부하고 현재 하버드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준비하고 있는 김용옥 씨를 만난
것은 극히 다행한 일이었다.
나는 그로부터 원문을 통해서 몇 번이고 되풀이하면서 자세하고도 정확한 설명을 듣고 많은 것을 비로소 깨쳤다.
나는 젊은 그의 학력(學力)에 큰 인상을 받았다.”
이로부터 얼마 후 김용옥은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다.
“20세기 인류 문명의 쓰레기장 같은 한반도에 나는 제4의 유학을 떠나는 결심으로 돌아왔다.”
최악의 군부독재가 행해지던 전두환 시절,도올이 조국에 돌아오면서 뱉은 말이다.
그의 발언은 범상한 해외 유학파의 것이 결코 아니었다.
나는 그가 한국 사회에 던진 모두(冒頭) 발언에서 신선하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그는 첫 저작『여자란 무엇인가』에서 우리에게 생소한‘기철학’을 소개했다.
그는 자기 전공에 놀라울 만큼의 치기와 자부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치기건 자부심이건 무엇을 말하든지 논리를 댈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내가 왜 삭발했는가’를 말하면서 원고지 600장 분량의 논거를 대기도 했다.
조국에 돌아오자마자 그는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선배나 스승 연배의 학자들부터 잡도리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철학자들은 서양 것 가져다 우려먹는 짓부터 삼가라.”
“한국의 사학자들은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부터 제대로 번역해 놓고 다른 일을 하라.”
그의 질타는 지당한 것이었다.
그는 모교이자 첫 직장이었던 고려대학에서 퇴출되었다.
나는 도올이 이후 제도권으로 다시 가지 않은 것(못한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만약 그가 대학으로 갔다면 그토록 자유분방하고 생산적인 담론들을 주저 없이 펼치지는 못했을 터이기 때문이다.
도올은 한국의 역사와 민족주의와 한의학,그리고 노자와 석가와 공자를 섭렵하더니 조선의 정치사상과 기독교에까지 관심의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그는 대다수 목사와 신부들이 외면하는 이른바 ‘경외성서’ 즉 <도마복음서>의 주석을 2년에 걸쳐 연재하고 강의했다.
나는 그가 만약 서양에서 태어났더라면 이미 세계적인 석학으로 이름을 날렸을 것이라고 본다.
그가 만약 영·정조 시대에 났더라면 실학자라고 거론되는 그 누구보다도 더 예리하고 통섭적인(consilience) 논저를 남겼을 터이다.
60을 훌쩍 넘긴 나이로 볼 때 그는 여전히 순박하고 정열적이다.
그는 자칭 국보였던 양주동보다 단연 '국보적'이다.
그는 미국의 언어인문학자 촘스키보다 단연 인문적이다.
그는 연암 박지원에 비해 국제적이고 다산 정약용에 비해 창조적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그는 석가나 예수를 자기와 대등한 한 인간으로서 대할 줄 아는 거의 유일한 한국의 학자인 것처럼 보인다.
☞ Poweroftruth ☜ ■ 김갑수
草浮 印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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