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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김종욱 찾기’- 남양주 흥국사

浮萍草 2013. 7. 17. 07:00
    첫사랑 찾으면 그 사랑 돌아오려나
    인도서 헤어진 첫사랑 김종욱 1000여명 김종욱 찾아 헤매 그 사랑은 결국 마음속에 있어
    만월보전안에 모셔진 석조약사여래좌상. 친근한 표정의 부처님이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는 듯하다.

    김종욱’이라는 이름 석자만 갖고 첫사랑을 찾아 나선
    영화 속 주인공 공유와 임수정이 흥국사 경내에서 ‘김종
    욱 스님’에게 합장하는 모습.
    지컬 감독 서지우(임수정)는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훈남의 청혼도 첫사랑을 못잊어 거절하고 만다. 굳이 찾지 않아도 만나게 될 운명을 믿고 있는 지우는 결혼을 서두르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첫사랑 상대를 찾아주는 ‘첫사랑 사무소’를 방문한다. 지우는 융통성 없고 꼼꼼한 남자 한기준(공유)이 창업한 첫사랑 사무소의 첫 손님이 된다. 10년 전 인도행 비행기에서 만났고 인도의 블루시티에서 사랑을 키웠는데, 한국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끝내 이루지 못한 첫사랑 김종욱을 찾아 나선다. 지우와 기준은 언제 끝날지 모를 김종욱 찾기에 동행하고 점점 서로에게 이끌린다. 첫사랑 사무소에서 뽑은 자료에 따르면 김종욱이란 이름을 가진 남자는 1000명이 넘는다. 두 사람은 축구선수,의사,산장지기 등 수많은 김종욱들을 찾아 나선다.
    그 중 김종욱이라는 이름을 가진 스님도 있다. 설마 출가를 했을까. 의구심을 안고 두 사람은 스님을 찾아 사찰로 향한다. 두 사람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속명 김종욱을 가진 스님은 합장인사로서 이들과 짧은 만남을 갖는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찰은 남양주 수락산에 있는 흥국사다.
      
    ▲ (좌)흥국사 대웅보전과 영산전. ▲ (중)대웅보전 위에 놓여 있는 궁전에서 볼 수 있는 잡상 ▲ (우) 흥국사 대방. 정면에 긴 주초석
    을 세웠고 뒷면은 대웅보전 앞마당과 높이가 같다. 산을 기울기에 기댄 듯 서 있다.

    조선 14대 왕인 선조의 부친 덕흥대원군 능인 덕릉이 위치한 덕흥대원군의 원찰이다. 아들이 왕이지만 본인은 왕이 아닌 까닭에 그의 무덤은 ‘능’이 아니라 사실 ‘묘’라고 불리게 됐다. 효성스러운 선조는 그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궁중사람들에게 땔감을 살 때 덕흥군 능에서 가져 왔다고 하면 값을 넉넉하게 쳐주고 덕흥군 묘에서 왔다고 하면 땔감을 사지 못하게 하였다. 이 방법이 효과가 좋아 민간에서 어느덧 덕흥대원군 능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559년(진평왕 21) 세속오계의 원광스님이 수락사로 창건했다가 1568년 덕흥대원군의 원당을 이곳에 지으면서 흥덕사(興德寺)로, 1626년 다시 흥국사(興國寺)로 개명하였다. 1790년(정조 14)에는 봉은사.봉선사.용주사.백련사 등과 함께 나라에서 임명한 관리들이 머물면서 왕실의 안녕을 비는 동시에 관할 사찰을 관리하는 오규정소로 선정되어 사격이 높았다. 영화 속 흥국사 장면이 나오면서 특이한 건물이 눈에 띄는 데 그곳이 바로 만월보전이다. 시왕전 뒤쪽에 석축을 쌓아 한단 높인 대지 위에 지어진 각변의 길이가 2.4m인 작은 전각이다. 1793년(정조 17) 이전 건물로 사찰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형태를 하고 있다. 안에는 석조약사여래좌상이 모셔져 있다. 하얀 분칠이 되어 있는 이 약사여래부처님에게 전해오는 일화가 있다. 건강을 잃은 태조 이성계를 위해 출가한 따님이 조성한 약사여래의 가피로 이성계가 건강을 되찾자 많은 신도들이 몰려들고 어느날 이 부처님이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한다. 얼마 후 시냇가에서 발견된 부처님을 모셔가려 아무리 힘을 합쳐도 요지부동이었다. 궁리 끝에 나라 안의 여러 절 이름을 대던 중 “흥국사로 가시겠습니까?”라고 묻자 꼼짝도 않던 부처님이 번쩍 들렸다고 한다. 이후 약사기도처로 지금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 첫사랑을 다시 만난 듯 반갑게 약사여래부처님께 인사를 올린다. 왕실 원찰로 발전해온 사찰답게 대웅보전과 만월보전 추녀마루에 성곽이나 궁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잡상(雜像)장식이 되어 있다. 이외에도 범상치 않은 돌계단 등 수준높은 성보들이 즐비하다. 영화 속 지우는 성장한다. 항상 10년 전에 머물러 있던 지우가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하루 하루 살아가면서 가끔씩 궁금해진다. 내가 지금 이순간 여기에 살고는 있는지 자문해본다.
    불교신문 Vol 2715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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