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불교미술의 해학

23.살아 숨쉬는 법향 부도

浮萍草 2013. 10. 1. 07:00
    산길을 오르다 보면 호젓한 곳에서 나를 바라보는 눈길을 느낄 수 있다. 이 산속에서 천년 뒤에 올 나를 기다리는 분이 있으니 그분들이 바로 이 사찰에서 중생 위해 수행하시다 원적에 드신 선사님들의 부도이다. 그냥 그 자리에 계시는 듯 안 계시는 듯 묵묵히 부처님의 심법(心法)을 말씀하시며 진리를 전하신다. 2 600년의 진리를 이어준 고마움에 합장 예경하고 침묵으로 진리를 깨우친다.
    단절의 현세에 ‘소통의 가르침’을 전하다
    용.서수 등 영물들 똬리…극락세계의 즐거움 노래해 사리 모신 탑신부 창문통해 선사와 시공초월한 대화 평범한 기와집 모양 통해 ‘현실이 곧 극락’의미 전해
    화순 쌍봉사 철감선사 부도
    도는 浮圖(부도),蒲圖(포도),佛圖(불도)등 여러 가지로 표기되고 있는데 원래는 佛陀(불타)와 같이 Buddha를 번역한 것이라고도 하여 결국 어원 으로 본다면 불타가 곧 부도이므로 삼국유사에 스님을 가리켜「浮屠之者 (부도지자)」라 하였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돌로 건조된 스님의 묘탑을 石造浮屠(석조부도)라 하며 우리나라에서 스님의 사리묘탑을 가리키는 실례가 신라 경문왕 12년(872)에 건립된 전라남도 곡성 태안사에 있는 大安寺 寂忍禪師照輪淸淨塔碑(대안사 적인선사조륜청정탑비) 비문 중에「起石浮屠之地(기석조부도지지)」라는 문구가 있으므로 적인선사의 묘탑이 곧 부도임을 알 수 있다. 부도에는 대개 탑비가 세워져 있어 이것은 개개인 스님들 행적은 물론이요 다른 스님과 관계나 寺蹟(사적),나아가 당시의 사회 및 문화의 일단까지도 알리고 있는 귀중한 史料(사료)가 되는 귀중한 금석 문화유산이다 본래 부도의 건립은 스승을 섬기는 제자의 극진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9세기에 이르러 당나라로부터 도의선사에 의하여 선종이 들어와 이후 구산 선문을 이루어 師資相承(사자상승)함으로써 선사 원적 후 추앙함에 있어 당연히 후세에 길이 남길 조형적인 장골처가 바로 석조 부도인 것이다. 석조 부도 또한 목조 건축물의 수법을 적용하여 팔각 궁전의 누각 형태로 극락세계를 무한한 상상력으로 장엄한 것으로 석탑이나 석등과 같이 크게 기단부,탑신부, 상륜부로 구성되어있다. 기단부 하대석에는 선사가 계시는 극락의 세계를 이곳에 갑자기 출현시켜 놓은 듯 팽창하는 영적인 기운을 나타내는 알 수 없이 무늬가 용과 뒤엉켜 있어 부도가 지상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영기화생(靈氣化生)으로 천상 에서 갑자기 나타난 형상을 하여 더욱 신비롭게 꾸미며,사자처럼 생긴 서수 (瑞獸)를 두어 외부로부터 부도를 수호토록 하였다. 중대석에는 팔부중을 새겨 선사를 외호하며 상대석에는 위로 핀 연꽃을 새겨 선사의 대좌로 사용 하였다.
    여주 고달사지 부도의 창문
    탑신부 아래에는 난간을 둘러 극락세계의 전각을 나타내고 난간 사이에 사람 머리에 새의 몸을 가진 극락세계 상상의 새 가릉빈가를 두어 미묘한 소리를 내고 항상 음악을 연주하는 주악 장면을 부조하여 극락세계의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선사의 사리가 장엄되어 있는 탑신부 중앙에는 사천왕과 인왕을 두어 호위토록 하였다. 문고리는 내부와의 왕래를, 향로는 항상 향공양을, 문창살 등을 두어 선사가 극락세계에서도 천인(天人)이 시봉토록 하였으며 탑신을 덮는 팔각지붕은 기왓골이 잘 표현되어 천상의 누각을 나타내고 선사께 공양을 올리는 비천상을 두어 끝없는 존경심을 표현하였다. 법화경에 비천이 음악을 연주하여 부처님을 공양하였다는 내용이 있어 부처님과 선사를 동일시하는 사상을 엿볼 수 있다.
    구례 연곡사 동부도 가릉빈가
    상륜부는 원래 인도의 복발형 탑파에서 유래된 부분으로 조형물의 강한 상승감과 지상과 천상을 연결시켜 극락조(極樂鳥)를 매개로 한 부도는 극락정토에 선사가 머무르는 곳의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극락의 집에도 해학이 존재하니 얼마나 즐거울까? 천 년 전 조상들의 무한한 상상력에 기인한 천부적인 해학에 감탄과 존경 심을 보낸다. 신라시대 부도인 화순 쌍봉사와 구례 연곡사의 부도를 보자.먼저 쌍봉사 부도는 철감선사의 부도로 완벽하게 상상으로 지은 극락의 집을 완벽하게 표현하였다. 기단 하대석의 영기문과 용의 표현은 부도가 지상에서 떠있는 느낌을 주고 있으며 그 위의 서수인 사자는 보는 이로 하여금 등골이 오싹하도록 매서운 눈초리로 쳐다보아 부도를 지키는 외호자로서의 역할을 단단히 한다.
    연곡사 동부도 사천왕
    또한 예쁘게 피어 오른 연꽃은 연화좌를 표현하였고 탑신 하부 난간 속 가릉빈가는 8개의 악기를 각각 연주하여 미묘한 극락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탑신 중앙부 사천왕과 인왕,문비는 철저한 경계태세로 돌입하였으며 탑신 상부 지붕은 천상의 누각도 이보다는 잘 지을 수 없도록 서까래,부연,기왓골 등 정교하기 이를 데 없다. 현실에서 보는 기와집이 극락의 집이라는 “현실이 곧 극락”이라는 해학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누각 밑에는 향로, 천인들이 공양을 올리고 있다. 다만 상륜부가 멸실되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다음 연곡사의 동부도의 사천왕의 표정을 보면 산사가 이리 고요한가? 곱고 앳되어 보이는 얼굴에 고개를 떨구어 졸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사천왕의 위용은 어딜 가고 군에 보낸 우리 아들처럼 정겹다. 가릉빈가들이 아무리 나팔을 불고 징을 쳐도 자장가 인양 보검은 아래로 떨어지고 졸고 있는 모습은 그냥 보듬고 싶은 마음뿐이다. 또한 여주 고달사지 원감선사 부도를 보자 부도를 보면 먼저 웃음이 나온다. 기단 중대석을 보면 짊어진 선사의 집이 ‘전혀 무겁지 않다’고 고른 이빨을 드러내고 씨-익 웃는 용의 모습이 오히려 보는 사람들을 위로한다.
    고달사지 원감국사 부도

    “웃고 살라고” 그리고 탑신부 중앙에는 사천왕이 보초를 서는 사이에 창문이 표현되어 있다. 만약 창문이 없다면 안에 계신 선사께서 얼마나 심심하고 답답해하실까. 바깥 구경도 하시라고 사리를 모신 곳에 창문을 두어 천년이 지난 지금도 선사의 가르침을 창문을 통해 직접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한 조상들의 지혜와 해학에 감탄할 뿐이다. “안에 선사님 계십니까?” 하고 사천왕에게 물으면 “직접 이야기 해보세요.” 할 것 같다. 창문 사이로 선사의 음성이 들리는 듯,창문 하나로 시공을 초월한 대화를 하는데 요즈음 온통 거리에는 확성기와 컨테이너 성벽만 존재할 뿐 서로 간 귀를 닫고 사니 세상사가 얼마나 어려울까? 1000년 전 조상들의 의사소통방법을 고달사지 원감선사의 부도를 통하여 배워야 할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선사들의 무덤인 부도에도 유머와 해학을 담아 삶고 죽음이 둘이 아니고 영원히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사의 부도는 극락을 다른 세계에 두지 않고 이곳이 극락이며 스승이 원적에 든 것이 아니라 제자들과 함께 이곳에서 가르침을 계속 이어가는 영원성을 부도에 담고 있다. 선사들의 무덤인 부도를 통하여 조상들이 추구하고자 하였던 불교의 사상과 불교미술의 해학이 현재의 우리들에게 얼마나 유익한 것인가를 살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불교신문 Vol         권중서 조계종 전문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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