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불교미술의 해학

22. 부처님 머무르시는 석탑

浮萍草 2013. 9. 24. 07:00
    사찰을 상징할 때 제일 많이 사용되는 문양이 석탑이다. 석탑의 문양을 보면 바로 사찰을 떠 올리고 부처님과 불교가 생각난다. 그만큼 석탑은 불교를 상징하는 제일 중요한 조형물이다. 사찰을 참배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띠는 석탑은 사찰의 금당 앞에 모셔진 부처님의 무덤으로 사리,경전,불상,소탑 등 부처님과 관련된 여러 상징물을 모신 신성한 곳이다. 불자들은 금당에 들어가기 전 먼저 불탑에 합장하고 오른쪽으로 3번 탑을 돌아 2600년 전 부처님께 하던 당시의 모습으로 예경을 한다. 예경을 하는 사람과 예경을 받는 부처님과의 시공을 초월한 만남이 거룩하기만 하다.
    불탑을 통해 시공초월하신 부처님 봬올까
    기단부서 상륜부까지 독창적 상징성 곳곳에 담겨 목탑 약점 보완 화강석으로…기술.예술미 최고조 ‘깨달음 진리’조형적 표현…조상의 예경심 ‘오롯이’
    실상사 석탑 상륜부
    리나라 석탑은 인도나 중국의 불탑 형태가 아닌 우리문화의 방식으로 독창적 이고 기발한 형태로, 돌로 부처님의 무덤을 만들어 부처님을 영원히 모시고자 하는 지극한 예경심을 조형으로 발전시켜왔다. 인도의 불탑이 둥근형을 이루거나 중국의 불탑이 기존의 고층루각(高層樓閣)을 탑 으로 전용하여 이곳에 사리를 봉안함으로써 목탑이 성립하게 되었으나 영속성 (永續性)을 지니지 못하는 목탑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우리 조상은 어느 곳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양질의 화강석에 착안하게 되었다. 이처럼 기존의 목탑에서 석탑으로 재료의 전환을 이룬 발상은 가히 획기적인 일 이었다. 정교하고 섬세하게 돌을 다듬어 석탑을 건립하여 탑에 대한 신앙심과 기술적,예술 적인 면에 있어서 그 어느 나라도 재현할 수 없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석탑을 만들었다. 석탑의 구성은 일반적으로 기단부,탑신부,상륜부로 나누어지는데 각 구성된 조형을 보면 불교 교리에 따라서 부처님이 어떠한 분이신지를 바로 알 수 있도록 조성하여 우리만의 독창적 상징성 나타내고 있다. 제일 밑단인 기단부 하단에는 12동물인 12지신을 두어 백성들이 부처님을 찬탄하고 외호토록 하였다. 이 얼마나 기발하고 해학적인 표현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을‘띠’라는 12동물로 나타내면 어느 한사람이라도 부처님을 받들지 않는 사람이 없다. 인간이 먼저 부처님을 예배하고 받들면 그 위 기단부 상단에 여래 8부중을 조각하여 천상의 성중들이 부처님을 외호토록 하였다.

    위 탑신부 초층에는 부처님 유골인 사리 등 여러 가지 상징물을 넣은 곳으로 이를 지키기 위해 사천왕이나 인왕 등 무장한 천상의 신을 배치하여 탑의 내부를 지키고 있다. 또한 초층 탑신에는 문고리나 자물쇠 등이 조각되어 있어 내부에 아주 중요한 그 무엇인가가 있음을 강력히 암시하고 있다. 또한 탑신 4면에 4방불인 동방 아촉불,남방 보생불,서방 아미타불, 북방 불공성취여래를 조각하였으며 탑신 내부 사리는 빛으로 화현하신 석가모니불로 중방 비로자나불을 상징하여 부처님이 우주 법계에 아니 계신 곳 없으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부처님을 모신 곳이 탑신부로 탑신부 맨 위에는 노반(露盤)이라는 사각 받침이 있는데 이는 승노반(承露盤)의 준말로 ‘은혜 를 베푼 이를 공경하여 받드는 대’란 뜻으로 부처님은 중생에게 한량없는 은혜를 베푸신 분이기 때문에 중생들은 지극히 공경하여 모셔야 할 분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상륜부 첫 상징물인 복발(覆鉢)은 부처님 발우를 나타낸 것으로 여래 10호 중에‘응공’을 나타낸 상징물로 응당 공양을 받을 자격이 있는 분을 상징하고 있다. 그래서 일체 중생들은 부처님께 공양드려야 할 의무가 있음을 일깨워 주고 있기도 한다. 상륜부 2번째 상징물인 앙화(仰花)는 연꽃으로 부처님이 앉아계시는 연화좌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연꽃은 원래 환생의 의미로 부처님은 중생에서 부처로 새로 태어나신 분이기 때문에 연꽃위에 앉으신다. 상륜부 3번째 상징물은 보륜(寶輪)이다. 부처님 육신은 탑신부에 장엄된 사리함 속에 계시지만 진리의 법신(法身)인 보륜은 상륜부에 장식되어 부처님의 말씀이 수레바퀴 돌듯 멈추지 않고 영원함을 나타내고 있는 상징성을 갖는다. 부처님은 중생을 위하여 진리를 설하시는 전륜성왕임으로 법의 수레바퀴인 보륜이 연화좌 위에 위치하여 부처님의 육신을 대신하여 나타내고 있다. 상륜부 4번째 상징물로 보개(寶蓋)가 있다. 보개는 천개(天蓋)라고도 하는데 존귀한 신분임을 상징하는 일산(日傘)이다. 보개는 부처님의 법신을 상징하는 법륜을 덮고 있다. 상륜부 5번째 상징물인 수연(水煙)은 물안개를 나타내고 있다. 부처님이 계시는 이곳이 신성한 곳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상륜부 6번째는 용차(龍車)로 용차는 부처님을 가장 가까이서 수호하는 역할을 하는 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용차 밑에 수연 즉 물안개가 있어 물속의 힘찬 용이 부처님을 지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상륜부 가장 높은 곳 정상에 보주(寶珠)가 있다. 보주는 모든 중생이 원래 부처임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부처님의 깨달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밀란타왕문경>에 보면 기원전 2세기 후반 인도에 침입한 그리스계 국왕인 메난드로스 왕이 나가세나 존사에게 부처님의 실재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전한다. “존사 나가세나여, 부처님은 현실에 존재합니까?”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부처님은 실재(實在)합니다.” “그러면 붓다가 여기에 있다든지 저기에 있다든지 하는 식으로 붓다를 보여 줄 수 있습니까?” “대왕이여 붓다는 일체의 고뇌를 끊으시고 육신을 떠나 완전한 편안(涅槃)의 상태에 드셨습니다. 그러므로 붓다가 ‘여기 거기에 계신다’며 보여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붓다를 ‘법을 몸으로 삼고 있는 분’으로서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왕이여 법은 붓다에 의해 설해진 까닭입니다”라고 대답하여 육체가 영생하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의 진리가 영원함을 말하고 있다. 깨달음의 진리를 조형적으로 표현한 우리나라의 석탑은 부처님에 대한 우리의 심성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석탑에 새겨진 조형을 통하여 불교 사상과 자기자신의 내적인 환희의 넘침을 느낄 수 있을 때 석탑 즉 불탑은 부처님이 머무르시는 새로운 세계임을 느끼게 되고 특별한 의미를 가진 조형물로 많은 사람들의 귀의처가 될 것이다.
    불교신문 Vol 2435         권중서 조계종 전문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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