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곳 보는 것은 일단 피하자
지하철을 타면 스마트폰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러다 지금 무슨 역쯤 왔는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들면 멀리 있는 글씨가 흐릿하다.
수초가 지나서야 역 이름을 알아본다.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공부를 했으니 저녁엔 술 한 잔 마시려고 한다.
대학가를 거닐며 술집 간판을 살피는데 글씨가 평소보다 흐릿하다.
내 눈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셔터버튼을 반쯤 누르면 사물에 자동으로 초점이 맞춰 진다.
칠판 글씨를 볼 때 책글씨를 볼 때 사람의 눈도 글자를 또렷하게 보려고 자동으로 그 곳에 초점을 맞추는데 눈 안에 있는 수정체와
섬모체근이 그 기능을 담당한다.
투명하고 말랑말랑한 수정체는 가까운 곳을 볼 때 섬모체근이 수축하여 모양이 두꺼워지고 먼 곳을 볼 때 섬모체근이 이완되어
모양이 얇아진다.
긴 시간동안 가까운 곳만을 보려면 섬모체근을 계속 수축시켜서 수정체를 두껍게 유지해야 한다.
그러다 오랜만에 먼 곳을 보려고 하면섬모체근의 이완이 늦어지고 수정체는 얇아지기까지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것이 지하철역 이름과 술집 간판 글씨가 흐릿하게 보였던 이유이다.
스마트폰이나 책을 장시간 볼 때는 가끔씩 먼 곳을 보면서 섬모체근에 휴식시간을 주는 게 좋다.
나이가 들면 수정체가 딱딱해지고 섬모체근이 약해져서 수정체 두께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증상들이 나이가 들면 더 쉽게 더 심하게 나타나는데 이것은 노안(老眼)의 증상 중 하나이다.
노안의 주요한 다른 증상은 알다시피 가까운 글씨에 초점이 잘 안 맞아서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다.
눈 초점이 안 맞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장시간 쉬지 않고 가까운 곳을 보는 것은 일단 피하는 게 좋다.
증상이 자주 생기고 불편하다면 안과에 들러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안경 도수가 내 눈에 잘 맞는지도 확인해 볼만 하다.
근시 안경도수가 과교정 되어 있는 경우에는 안경도수를 줄이면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가까운 글씨에 초점이 잘 안 맞는 증상이 있다면 안과에 들러 돋보기를 처방받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초점이 안 맞는 증상이 한쪽 눈에만 있다면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그 눈에 만병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불교신문 Vol 2903 ☜ ■ 오종현 동국대 일산병원 안과 교수
草浮 印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