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불교미술의 해학

19. 사홍서원 지키는 금강역사

浮萍草 2013. 9. 3. 07:00
    일주문을 지나 비탈길을 올라 한참을 걸어가면 숨이 막힐 듯 힘든 지점에 나타나는 곳이 금강문이다. 전각 모양의 구조형태를 취한 사찰의 처음 문이다. 일주문이 중생과 부처 너와 나 이러한 이분법적 차별을 벗어난 세계 즉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음을 일깨워 주는 문이라면 금강문은 깨지지 않는 금강석과 같은 마음을 내어서 사찰로 들어가는 사람마다 다시 한 번 부처님의 지혜를 배우기를 서원하고 가정으로 돌아갈 때는 보살도를 실천하는 보현행원을 깨어지지 않게 마음에 새겨 발원하는 곳이 바로 금강문의 금강역사(金剛力士)이다.
    울뚝불뚝 근육마다 ‘보살도 실천’ 가르침
    불법수호 중생의 바른 삶 지키는 ‘천상의 力士’ 사자 코끼리 엇갈린 배치 ‘보현행’ 중요성 강조
     
    하동 쌍계사 밀적금강과 나라연금강(오른쪽).
    강문에는 두 분의 금강(인왕)역사가 서 있는데 그 기원은 원래 고대 인도에서 문을 지키는 신인 야차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조형은 기원전 2세기 인도 바르후트나 산치탑문에서 시작되어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의 운강, 용문, 돈황 등 여러 석굴사원에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는 634년에 조성된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에 처음으로 나타나며 석굴암 입구에 있는 금강역사상은 그 조형적 예술성이 가장 뛰어나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케 하고 있다. 이처럼 사찰에서의 금강역사는 석탑 감실이나 석굴의 입구,전각의 입구에 좌우로 서서 불법을 수호하고 불자들의 서원이 깨지지 않도록 지키는 기능을 담당하는 분이 금강역사이다. 항상 부처님을 모시고 부처님의 비밀스런 사적을 알고 5백야차신을 시켜 현겁천불의 법을 수호하는 역할을 하는 밀적금강 역사와 두 눈을 부릅뜨고 잘 발달된 근육질 팔다리로 금방이라도 공격할 것만 같은 위협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나라연금강은 천상의 역사(力士)로 코끼리의 100만 배의 힘으로 중생구제에 앞장서는 역할을 한다. 사찰로 들어가면서 오른쪽에는 사자를 탄 문수동자가 살 상투에 고운 옷을 입고 참배객을 맞이한다. 그 뒤에는 밀적금강이 손을 앞으로 막는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다. 밀적금강은 항상 부처님을 모시고 부처님의 비밀스런 사적을 알고 기억하여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 불교에 귀의(歸依)하는 불자들의 첫 귀의가 귀의불 양족존(歸依佛 兩足尊)이다. 부처님의 두 발에 귀의하는 것이다. 먼저 부처님의 지혜의 발에 귀의한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이다. 지혜롭지 못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
    하동 쌍계사 문수동자.
    금강문에는 부처님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동자와 사자,그리고 밀적금강이 참배객을 맞아 지혜로운 사람이 되도록 도와준다. 또한 왼쪽에는 코끼리를 탄 보현동자가 미소 지으며 참배객을 맞이한다. 뒤에는 나라연금강이 주먹을 쥐고 금방이라도 내리칠 듯 공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나라연금강은 천상의 역사(力士)로 코끼리 100만 배 힘을 가진 금강으로 불보살의 수승한 몸이 견고하여 깨어지지 않음이 마치 금강역사와 같음을 나타내고 있다. 부처님의 두 발 중 복덕(福德)의 발에 귀의한다. 불교는 행동으로 남을 이롭게 하는 종교이다. 이것을 나타낸 것이 코끼리를 탄 보현동자이다. 코끼리 100만 배의 힘으로 중생구제에 앞장서라는 상징적 의미이다. 문수보살과 사자는 부처님의 지혜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으므로 사찰에 들어 오는 모든 중생은 불자들의 네 가지 큰 서원 중 두 가지인 번뇌를 끊고 부처님의 법을 배워야함을 이 조형을 통하여 일깨워 주고 있다. 또한 부처님의 복덕을 상징하는 것으로 절에서 부처님의 지혜를 배워서 중생 곁 으로 돌아 갈 때에 코끼리의 100만 배의 힘으로 중생구제에 힘쓰겠다는 사홍서원의 다른 두 가지인 중생을 다 건지고 불도를 이루고자하는 보현보살의 실천행을 우리 들이 다짐하는 곳으로 그 의미가 아주 크다. 불자들이 이곳 금강문을 지나며 사홍서원을 다시 한 번 굳게 다짐해야 할 것이다. 불자들이 부처님께 귀의하는 의미를 금강문에서 가슴깊이 새겨서 무너지지 않는 지혜와 끊임없는 행원을 갖추어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普提 下化衆生)하는 것을 나타낸 상징적인 문이 금강문의 금강역사와 문수,보현동자 그리고 사자와 코끼리 이다. 이러한 상징적 의미를 아주 잘 나타낸 곳이 하동 쌍계사 금강문이다. 밀적금강이 왼손에는 금강봉을 들고 오른손은 방어자세를 취하며 웃는 모습이다.
    “공부를 배움에 있어서는 그저 나쁜 것을 막고 마음을 경건히 할뿐이야”라고 말하려는 듯 겸손한 모습이 재미있다. 또한 그 뒤에 있는 문수동자를 태운 사자는 밀적금강의 이야기가 맞다는 듯 동의하는 표정이다. 사자의 용맹스러움은 어디다가 버렸는지 약간은 멍청스럽고 친근하다. 사찰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표정으로 이미지를 관리하며 지혜를 배우도록 배려하는 마음씨가 보이는 듯 인정이 많고,히죽 웃는 듯 듬성듬성 난 송곳니는 무서움과 악의가 끼어 있지 않아서 익살스럽다.
    하동 쌍계사 보현동자.
    사찰에 들어가면서 왼편 위쪽에는 코끼리 엉덩이 부분이 먼저 보이도록 배치한 것이 특이하다. 사찰에서 부처님 말씀을 배운 사람들이 가정으로 돌아갈 때 코끼리 얼굴을 먼저보아 보현행원을 잊지 않도록 하기위하여 사자와 어긋나게 배치한 것이다. 정말 멋진 발상이다. 보통사람들의 생각이라면 전면(前面)을 강조하여 사자와 코끼리의 머리 방향을 같이 했으려만 중생들이 보현행원을 잊지 않도록 배려한 조형배치의 지혜에 감탄할 뿐이다. 코끼리를 탄 보현동자가 웃음으로 배웅한다. 그 옆의 나라연금강은 머리에 상투를 올리고 꽉 다문 입술과 목에 나타난 근육,오른손 에 주먹을 쥐고 팔을 뻗으며 마음껏 힘을 과시하는 듯하다. 나라연금강의 중생구제 힘을 본받아 사찰을 다녀가는 사람들이 보살도를 실천하는 일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두 눈을 부릅뜨고 있다. 이처럼 사찰의 조형물을 잘 살펴보면 조형이 왜 그러한 모습인지 우리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사찰의 조형물은 부처님의 말씀을 형상화 한 것으로 의미 없이 그냥 만들어 진 것은 없다. 이러한 상징적 의미를 알고 본다면 더욱 흥미롭게 사찰의 조형물을 대할 수 있을 것 이다. 해학이란 일반적인 내용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변화된 표현과 내용이 절실 하고 새로움을 지니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흥미와 해학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불교신문 Vol 2429         권중서 조계종 전문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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