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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분의 탄생 2013-08-20

浮萍草 2013. 8. 20. 07:00
    하늘 아래 하늘 위 홀로 존귀하신 부처님 탄생을 찬탄하는 초파일은 우리민족이 2000년을 한결 같이 부처님에 대한 지극한 마음을 표현하는 경사스런 날이다. 부처님은 도솔천의 아늑하고 고요한 세계를 버리고 보살의 지위도 버리고 오직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서 인간이 부처됨을 중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능히 고통을 참아야 하는 사바의 세계로 몸을 던지셨다. 중생을 위하여 결행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인간으로 태어나서 부처를 이루지 못하면 다시 육도윤회의 기약 없는 생멸의 세계로 유전할 뿐이다.
    세존, 나심과 동시에 중생을 위한 사자후
    흰 코끼리 태몽.용왕 알현 등 상서로운 징조 나자마자 ‘생명의 존엄성’ 강조…위대한 풍모 九龍 뿜어내는 물에 아기부처님 표정 귀여워
    부산 범어사 탄생도
    혜(善慧) 행자가 발심한 이래 91겁의 한량없는 시간 속에 547번의 몸을 받아 지나 오면서 보살의 원행(願行)을 닦아‘호명보살’이라는 이름의 보처보살이 되어 하늘나라 도솔천에 머무르고 계셨다. 이때에 부처님이 이 세상에 출현하신다는 예고를 들은 수많은 천신(天神)들이 호명 보살을 찾아가‘세계의 모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부처가 되어 줄 것’을 간청하자 보살은 천신의 간청을 잠시 보류하고서 보살은 인간의 수명이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적당한 하생(下生)의 시기와 인도를 중심으로 한 잠부드비이파(염부제)가 부처 님이 출현하기에 적당한 대륙임과 전제군주 군소국가 중의 하나인 카필라국을 선택 하고 석가란 인도말로 ‘훌륭하다,어질다.’의 뜻으로 자기 족속에 대한 자긍심이 강한 석가족을 선택하였으며 아버지 숫도다나왕(정반왕)과‘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다’라는 뜻의 마야 왕비를 어머니로,다섯 가지를 관찰하시고 천인들의 간청을 받아들였다.
    이러할 즈음 숫도나다(정반)왕과 마야부인은 결혼한 지 20년이 넘도록 아기가 없어 왕위를 계승할 왕자를 기다리던 어느 날 밤 마야 왕비는 6개의 상아를 가진 흰색 코끼리가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오는 꿈을 꾸고 잉태하게 되어 보살은 드디어 중생계로 내려오셨다. 보살이 모태에 들자 제석천과 사천왕들은 보살과 어머니를 옹호하여 다른 사람들과 비인(非人)들로부터 보살을 수호하였다. 열 달이 차서 친정 데바다하로 가던 길 아름다운 룸비니 동산에 머물러 왕비는 아쇼카나무(무우수) 꽃가지를 잡으려는 순간 선채로 오른쪽 옆구리로 왕자를 탄생하였다. 그와 동시에 청정한 마음을 가진 네 명의 대범천이 황금그물을 가지고 와서 보살을 받았다. 그 때에 제석과 범왕과 사천왕은 그의 권속과 함께 모두 와서 보살을 호위하였으며 석제환인은 손에 보배 일산을 들고 태자를 가려 주었고 대범천왕은 흰 불자를 가지고 좌우에 시립하였다. 용왕의 형제 난타와 우바난타가 맑고 따뜻한 물과 시원한 청정수를 토하여 보살을 씻겨드렸다. 보살의 몸은 황금빛으로 더욱 빛나 서른 두 가지의 모습을 갖추었고 큰 광명으로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었다. 보살은 탄생하자마자 스스로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니 옮기는 걸음마다 연꽃송이가 피어올라 그 발걸음을 받쳐주었다. 일곱 걸음을 걷고 나서 사방과 상하를 둘러본 보살은 오른손을 위로 왼손을 아래로 가리키며 사자처럼 외쳤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고창 선운사 도솔래의상
    태자기 태어난 지 닷새가 되자 숫도다나왕은 태자의 머리를 씻기 우고 태자가 탄생 할 때 온갖 보배가 생기고 모든 사람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며 갖가지 상서로움이 길 하지 않은 것이 없어 이러한 연유로 이름을 ‘온갖 성스러운 징조를 두루 갖춰 모든 것을 이룬다.’는 뜻을 가진 싯다르타(Siddhartha)로 지었다. 이러한 부처님의 탄생 이야기가 사찰의 불화에 그대로 표현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학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부처님의 탄생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였다. 먼저 고창 선운사 영산전의 도솔래의상의 세부모습을 보자. 이 불화는 부처님이 성중의 호위를 받으시며 도솔천을 출발하여 마야부인의 태에 들어가는 장면을 나타내고 있다. 구름 속 가운데 흰 이빨이 여섯인 흰 코끼리를 탄 호명보살과 앞장선 세명의 동자 동녀가 꽃과 향을 뿌리며 길을 인도한다. 그 뒤에는 부처님이 탄생할 때 연주되었던 금(琴),슬(瑟), 북(鼓), 쟁(箏), 적(笛), 소(簫) 등 8종의 악기를 연주하여 부처님이 법을 설하실 때 나는 여덟 가지 음성을 나타내어 호명보살이 성불할 것임을 예견한다. 호명보살 뒤에는 무수한 천인들이 배웅한다. 번을 든 제석, 범천은 다른 구름을 타고 호위하며 상서로운 구름에 휩싸여 마야 부인의 침실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 다음 부산 범어사 영산전의 비람강생상을 보면 마야부인이 룸비니 동산에서 무우수(無憂樹)가지를 오른손으로 잡고 옆구리로 태자를 탄생한다. 이제 부처님이 탄생하셨으므로 중생의 근심걱정은 뚝이다! 그래서 근심걱정이 없다는 무우수이다. 참으로 재미난 이름이고 표현이다. 대범천이 꿇어앉아서 흰 보자기로 표현된 황금 그물로 부처님을 받아낸다.
    <잡아함경>에 ‘도솔천에는 처음 태어난 아이는 여덟 살 난 아이의 모습’이라 하여 옆구리로 태어나는 팔세 나이의 싯다르타는 도솔 천에서 오셨음을 강하게 의미하고 있다. 또한 두 손은 지권인을 하여 중생을 감싸 안음을 나타내고 고추도 살짝 보여주어 왕자가 태어났음을 알려주고 있다. 일산 대신 부채를 들고 있는 석제환인과 사해의 물을 흰 그릇에 받들고 있는 대범천이 시립하고 있으며,태자의 탄생을 축하하는 리본을 단 큰 꽃의 표현이 해학적이다. 이렇게 부처님이 탄생하시니 하늘의 아홉 마리 용들이 향수를 뿜어 태자의 몸을 씻어주고 있다. 산보집에 보면 “오방사해(五方四海)의 아홉 용왕이 일찍이 룸비니 동산에 모여 물을 뿜어 올리고 금신(金身)을 목욕시켜 수승한 과를 이루나니 원하옵건대 감로를 흘려 난당에 가득 차게 하소서” 아홉 마리 용을 찬탄하였다. 이러한 연유로 지금까지 아기 부처님을 목욕시키는 의식이 진행되고 있다.
    합천 해인사 토룡수
    합천 해인사 구룡토수(九龍吐水) 보면 아홉 마리용이 구름 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물뿜기 경쟁을 한다. 눈은 동그랗게 뜨고 흰 수염을 날리며 신나한다. 그 밑의 태자는 흰 그릇에 들어 있는 금빛 목욕탕 속에서 태자의 몸에서 나오는 오색 빛을 발하며 연꽃위에 앉아 큰 광명으로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구룡의 샤워기가 너무 간지러웠나 보다. 태자가 간지러움에 못 이겨 양손을 가슴에 대고 있는 해학적인 모습이 재미있다. 그 아래는 많은 천신들과 함께 범천, 제석천이 불자와 일산을 받쳐 들고 있으며 약간 놀란듯 한 사천왕도 합장하고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표정이 재미있다. 이제 목욕을 마친 태자는 범어사 탄생게송 불화를 보면 탄생의 울음이 아니라 중생을 향한 사자후를 외쳤다.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니 연꽃송이가 피어올라 그 발걸음을 받쳐주었다. 일곱 걸음을 걷고 나서 태자는 오른손을 위로 왼손을 아래로 가리키며 외쳤다. “하늘 위 하늘아래 모두가 존귀하구나. 중생의 모든 고통을 없애서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 정말 멋진 말이다. 모든 생명체의 존엄성을 인식시킨 위대한 부처님 첫 말씀! 인간 내면의 가식,욕망은 모두 물리치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순수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발가벗은 부처님의 탄생! 태어날 때 가져온 것은 전생의 업 뿐이지 물질은 이 세상에서 빌려다 쓰는 것을 나타내 보이려는 듯 발가벗은 태자의 모습이 경건하기만 하다. 가식의 옷을 입은 인간들이 부끄러울 뿐이다. 그리고 사방 일곱 걸음(4×7=28)으로 비상비비상처천 까지의 28천에 부처님의 탄생의 뜻을 알렸다. 위대한 세존의 탄생! 희유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불교신문 Vol 2424         권중서 조계종 전문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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