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한식 이야기

아귀찜

浮萍草 2013. 4. 11. 10:28
    물고기 팔자 바뀌는 것은 순식간, 바다의 악마에서 바다의 왕자가 된 아귀
    콤한 양념에 아삭아삭하고 굵직한 콩나물, 향긋한 미나리를 곁들이고 쫀득한 아귀를 버무려 커다란 접시에 수북이 쌓여 나오는 
    아귀찜,소주 안주로 빼놓을 수 없는 명품 먹거리다. 
    못생겨도 맛은 좋은 아귀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아귀 사진=쿡쿡TV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아귀를 ‘낚시하는 물고기’라는 의미로 조사어(釣絲漁)라 부르고 있다. 몸에 비해 큰 머리와 입을 가진 생김새를 보고 ‘배고픈 입을 가진 생선’이란 뜻으로 아구어(餓口漁)란 속칭이 있다고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종에 대한 소개만 있을 뿐 다른 문헌에서도 아귀를 어떻게 조리해 먹었는지는 나와있지 않다. 아귀는 그물에 걸리면 재수없다며 버려지거나 거름으로 사용되기 일쑤였다. 아귀를 잡아 배를 가르면 작은 물고기들을 얻을 수 있어 환영 받기도 했지만 아귀 자체는 늘 불필요한 어종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불필요하게 큰 머리와 입이 얼핏 보기에도 흉측하다. 먹을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 오죽했으면 탐욕 많은 자가 죽어서 된다는 귀신인 아귀(餓鬼)를 이름으로 붙였을까.
    아귀찜 사진=쿡쿡TV

    그런 아귀에 관한 조리법이 문서에 등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1984년에 발간된 <한국민속종합보고서>에 아귀찜이 처음 등장한다. 실제로 아귀찜을 대중적으로 먹기 시작한 때는 기록보다 이전인 1960년대라고 추측하고 그 탄생지는 마산이라고 알려져 있다. 바다의 악마라 불리던 아귀가 대중에게 사랑 받는 식재료로 탄생하게 된 계기는 장어국을 판매하던 할머니에 의해서라 전해진다. 어부들에 의해 버려진 아귀가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며 포 형태로 변하자 할머니가 그것을 북어찜과 비슷하게 조리해 만든 것이 시초라는 것이다. 버려지던 아귀는 아귀찜으로 재탄생하며 이제 경남 마산의 명물이 됐다. 매년 5월 9일로‘아귀데이’까지 정해지며 마산 오동동 아귀 거리에서 기념식과 전야제,축제 한마당을 열고 시상식까지 진행된다. 바다의 악마라 불리던 아귀팔자가 극진한 대접을 받는 바다의 왕자가 된 것이다. 사람 팔자만 모르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팔자도 언제 바뀔지 모르는 것이다. 지금의 아귀찜은 말린 아귀로 만든 것 외에도 부산을 중심으로 발달된 생 아귀로 만든 생 아귀찜도 즐겨먹는 추세다.
    Food Chosun         정재균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PD jeongsan5@gmail.com

      草浮
    印萍

'萍 - 창고 ㅈ ~ ㅎ > 한식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3.04.25
비빔국수  (0) 2013.04.18
잡채  (0) 2013.04.10
육개장  (0) 2013.04.08
미역국  (0) 2013.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