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담았나, 궁중요리의 꽃 신선로
 | 신선로는 화통이 달린 냄비를 지칭할 뿐만 아니라 그 냄비를 이용해 만든 음식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요리는 일명 열구자탕(悅口子湯)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맛이 좋은 탕’,‘입에 맞는
탕’이라는 의미다.
신선로는 궁중에서 먹던 음식이다.
쇠고기,간,천엽,돼지고기,꿩,닭,전복,해삼,숭어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갔으며 그
중에는 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식재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름다운 외관에서 보여지듯 만드는 방법은 매우 까다로웠다.
신선로 그릇에 삶은 고기를 먼저 깔고 날고기들을 각각 양념해 그 위에 담는다.
숭어∙민어들은 전유어로 만들어 담고 전복∙해삼∙표고는 알맞게 썰어 사이사이에
가지런히 놓는다.
미나리는 꼬치에 나란히 꿰어 초대로 지지고,계란은 노른자와 흰자를 갈라 지단을
부친다.
모든 재료는 신선로의 너비에 맞춰 직사각형 모양의 골패형으로 썰어 색을 맞춰
담는다.
그 위에 잣,호두,은행 등을 얹어 장식을 하고 간을 한 육수를 부어 끓이면 완성이다.
온갖 재료가 합쳐져 끓여지니 깊고 부드러운 맛이 절로 날 수 밖에 없다.
신선로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화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1940년 홍선표가
지은 <조선요리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연산군 때 시문에 능하고 음양학에 밝은 정희량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일찍이 점을 쳐서 자신의 운명과 수명을 알고 은둔할 뜻을
가졌다.
무오사화 때 의주로 귀양을 갔다가 돌아와서는 앞으로 이번 사화보다 더 심한 사화가 있을 것이니 깊은 산중에 들어가서 중이
되겠다며 집을 나섰다.
팔도를 유랑하던 정희량은 수화기제(水火旣濟)의 이치로 화로를 만들어 가지고 다니며 여러 가지 채소를 한데 넣어 익혀 먹었다.
그 후 그가 신선이 되어 속세를 떠난 뒤 세상 사람들이 그 화로를 신선로라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의 훠궈르(火鍋兒)란 냄비가 신선로와 생김새가 같아 중국에서 유래된 음식이라는 설도 있다.
1849년에 쓰여진 <동국세시기>에는 신선로를 중국의 난로회(煖爐會)에서 온 것이라 설명하고 있고,1946년 최남선이 집필한
<조선상식문답>에는‘중국음식에 우리 신선로와 똑 같은 그릇을 훠궈르라 하여 그릇 한가운데 숯불을 피우고 그 가장자리에 국을
끓여 어육과 채소를 익혀먹는 풍속이 있으니 신선로와 훠궈르가 이름은 다를망정 실제는 같다’고 적혀있다.
가장 유력한 설은 중국에서 유래됐다는 것인데 온전히 중국의 요리와 같다고 할 수는 없다.
가지각색 재료를 정갈하게 담아 맛 뿐만 아니라 멋까지 담아낸 신선로는 우리네 선조의 품격이 담긴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 Food Health Chosun Vol ☜ ■ 정재균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PD jeongsan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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