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H/생로병사

신경외과醫 주 종목이 뇌에서 척추로 옮아간 까닭

浮萍草 2013. 3. 12. 22:25
    경외과 의사는 한때 많은 젊은 의사가 하고 싶어하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인간의 뇌를 다루는 극적 요소가 있거니와 뇌수술이 많아 벌이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열기가 다소 식었다. 
    신경외과에서 뇌를 다루는 일이 많이 준 탓이다. 
    뇌종양이나 선천성 뇌질환은 예나 지금이나 발생 빈도가 별반 다르지 않다. 
    뇌암은 먹는 것이나 환경 요인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대개 원인을 알 수 없는 돌연변이 유전자에 의해 발생한다. 
    뇌종양은 대략 인구 10만명당 8명 정도 생기는데 지난 20년 동안 그 수치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렇게 변동이 없다면 어떤 요인으로 신경외과 의사의 메스가 뇌에서 멀어지게 된 것일까. 
    원인은 엉뚱한 곳에서 왔다. 
    다름 아닌 운전 문화와 자동차 안전장치의 발전이다. 
    과거에는 교통사고가 났다 하면 두개골 골절이 흔했다. 
    이어 뇌손상이 뒤따랐다. 신경외과 의사가 머리뼈를 열고 들어가 해야 할 일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거의 모든 운전자가 안전벨트를 맨다. 
    결정적인 것은 에어백과 ABS (Anti-lock Brake System) 브레이크 장치의 등장이다. 
    이로 인해 자동차 사고가 나더라도 두개골 골절이 확 줄었다. 
    오토바이와 자전거 이용 족들의 헬멧 착용도 보편화됨으로써 머리를 다치는 환자가 드물어졌다. 
    덩달아 신경외과 의사의 뇌수술 수요도 내려갔다. 
    안전벨트 미착용 범칙금 제도와 자동차 안전 기술의 발달이 신경외과의 판세를 바꿔놓은 것이다.
    요즘 신경외과 의사들의 관심사는 뇌보다 척추다. 
    여기에는 인터넷의 등장이 한몫한다. 
    컴퓨터 작업이 늘면서 우리는 예전보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척추가 받는 압력은 서 있을 때보다 앉아 있을 때 3~4배 증가한다. 
    그러다 보니 척추에 고장이 잦다. 
    오랜 압박으로 척추 뼈 사이 연골이 튀어나오는'디스크'젊은 환자가 늘고,척추에 퇴행성 변화가 일찍 찾아오는 중년 환자가 많아
    졌다. 
    이제 대다수 신경외과 의사는 시쳇말로 '등쳐먹고'(척추 수술로) 사는 직업이 됐다. 
    뇌에 물리적 타격은 줄고, 대신 그 자리에 고강도 스트레스와 불안,소외와 우울증이 파고들었다. 
    뇌에서만큼은 신경외과 의사의 손보다 정신과 의사의 머리가 바빠졌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문명의 발달과 노동 구조의 변화는 질병의 트렌드와 의료 수요를 바꾼다. 농기구와 어망을 쥐고 흔드는 농경·어업 사회는'주먹 병'을 일으키고,마우스를 움켜쥐는 정보·지식 사회는 손가락 인대를 공략한다. 비아그라 같은 혁신적인 약물이 솟아나면서 한의계 보약 수요를 쇠락시켰고 비뇨기과 의사들의 정력 주사 처방을 위축시켰다. 발가락을 옥죄는 하이힐 슈즈 홀릭의 유행으로 족부(足部) 정형외과 의사가 기지개를 켜게 됐고, 축산 산업 발전은 고기 소비량을 늘리고 치아 마모를 촉진하여 치과 임플란트 산업을 키웠다. 근거리 모니터 게임과 PC방 번창은 근시(近視)를 악화시켜 라식 업계를 환하게 하고 갈수록 농도가 짙어지는 노출 문화는 레이저 제모(除毛) 업종을 무성케 했다. 메디컬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치료 주체도 바꾼다. 요즘 흉부외과는 지원자 정원을 채우기도 급급하지만 흉부외과 의사도 한때는 의료계 인기 직종이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동맥경화로 좁아진 협심증 환자 치료는 흉부외과 의사가 도맡았다. 병든 관상동맥을 새 혈관으로 갈아치우는 심장 수술이 주된 치료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좁아진 관상동맥을 간편한 내과 시술로 넓혀주는 스텐트가 나오면서 흉부외과 의사의 일감이 대폭 줄었다. 대부분의 협심증 치료가 심장내과 의사에게 넘어간 지 오래다. 그런데 최근에는 스텐트 시술 건수도 줄고 있다. 협착증의 주범인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스타틴 성분의 약물이 엄청나게 처방되면서'스텐트 환자'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맥경화 초장부터 약을 먹으니 스텐트 시술까지 받을 일이 줄어든 것이다. 비만 인구가 많은 미국에서는 충치 예방 효과의 불소처럼 스타틴을 수돗물에 타자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콜레스테롤 강하제가 약국에서 누구나 살 수 있는 일반 의약품으로 바뀌면 20년 전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 들만이 하던 협심증 치료를 환자가 직접 하게 되는 셈이다. 어느 직업이나 시대 변화에 따라 부침이 있게 마련이다.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기술 발달과 사회 구조의 변동에 따라 의사들의 전공 분야 중에 한가해지는 것도 있고 바빠지는 분야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문명과 문화의 변화는 그 시대를 사는 인간의 몸에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는 점이다. 그걸 보면, 미래 의학 트렌드와 질병 패턴이 보인다. 한 가지 당부, 신경외과 의사와 맞닥뜨리기 겁나면, 자동차 뒷좌석에서도 안전벨트를 매시라.
    Chosun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 기자,의사 doctor@chosun.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