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H/생로병사

지하철에서 장년과 청년이 충돌하는 의학적 이유

浮萍草 2013. 2. 17. 15:57
    나이 들면 목소리 탁해지고 모노톤 청력 떨어져서 목청은 되레 커져
    일상의 말투도 혼내는 것으로 오인 청년층, 장년층 노화 현상 이해하고
    장년도 스스로의 신체 변화 파악해서 불필요한 세대 갈등 없애려 노력해야
    일러스트=오어진 기자
    리는 종종 얼굴을 모르는 사람과 통화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상대방의 나이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어르신들은 대개 목소리가 탁하다. 
    나이가 들면 목소리에도 노화가 온다. 
    성대의 탄력을 유지하는 콜라겐 섬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얼굴 피부에 주름이 잡히듯, 성대에도 잔주름이 생긴다. 
    탄력이 떨어진 고령의 성대는 양쪽 아귀가 딱 맞게 마찰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소 허스키하고 쉰 목소리가 난다. 
    그런 음성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배우 이순재씨나 윤여정씨의 목소리를 떠올리면 된다. 
    그럼에도 두 분의 목소리는 정감(情感)이 있다.
    노년이 되면 또 성대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는 윤활액의 분비가 감소한다. 
    그래서 성대 진동이 고르지 않고 음향의 풍성함이 준다. 
    목소리가 모노(mono)톤이 된다. 
    후두(喉頭)를 구성하는 연골에 칼슘이 축적되어 부드러운 연골이 단단한 뼈처럼 되는 
    경화(硬化) 현상도 온다. 
    그것으로 성대의 유연성은 더 떨어진다. 
    그 결과 목소리가 경직되고 높낮이 조절이 쉽지 않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누구나 이런 변화를 겪는다. 
    굳이 질병으로 이름 붙인다면 '노인성 후두증'이다. 
    일상 대화 속에서 그런 목소리는 자칫 권위적이고 꼬장꼬장하게 들릴 수 있다. 
    조금만 오래 들어도 지루하게 느껴진다. 
    머리에 피가 덜 마른 자녀가 부모의 잔소리를 갈수록 듣기 싫어하는 데는 목소리 변화 
    탓도 있다.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예전보다 커졌다면,이건 청력이 떨어진 징후다. 
    양쪽 귀에 이어폰을 낀 사람에게 말을 붙였다가 상대방이 갑자기 큰목소리로 대답하여 적잖이 당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귀가 안 들리면 목소리가 커진다. 
    자신이 낸 목소리를 듣고 거기에 맞춰 목소리의 볼륨을 조절하게 되는데,청력이 감소하면 자신의 목소리가 작다고 느껴져 목청을 
    높이게 된다. 
    이로 인해 평소의 말투가 자칫 야단치는 것처럼 들린다. 
    듣는 이가 순간적으로 기분 나쁠 수 있다. 
    사소한 지적도 상대방이 "이 양반이 왜 나를 혼내려 들지?" 하며 의문을 품을 만하다.
    흰머리가 늘수록 표정은 굳어진다. 
    20여 개 안면 근육의 잔 움직임이 줄어든 탓이다. 
    자신은 미소 짓는 표정이라고 생각하지만 근육의 경직으로 뜻한 바 표정이 섬세하게 나오지 않는다. 
    표정의 디테일 감소로 괜스레 무뚝뚝한 인물로 비칠 수 있다. 
    본인은 원래 따스한 사람인데도 말이다.
    시력의 저하는 많은 것을 놓치게 한다. 
    멀리서 다가오는 지인의 반가운 눈인사를 무시하는 사람이 된다. 
    다정한 나를 봤음 직한 거리에서도 모른 체하는 무심한 인간을 만든다. 
    노년의 시각(視覺)은 화려한 색에 불안감을 느낀다. 
    무채색에 안정감을 느끼니 회색과 검은색 옷만 선호하게 된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전체적인 인상이 다소 어둡고 보수적으로 비칠 수 있다.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하고 화려한 옷차림은 그들에게 시각적으로 산만하고 불편하며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 
    이처럼 의학적인 이유로 장년 세대는 젊은 세대와 어긋나고 충돌하기 쉽다. 
    그 갈등과 시비의 현장이 지하철이고, 시청광장이며, 종로다.
    왕성한 활동으로 근육을 단련하지 않으면 금세 근육량이 줄고 근섬유 위축이 온다. 
    지난한 삶을 지탱해온 노년기의 관절은 닳고 닳아서 강도 높은 하체 운동을 하기 어렵다. 
    다리 운동 부족은 골 소실을 불러서 골다공증이 오게 한다. 
    이로 인해 근육의 지구력이 떨어져 오래 서 있기 힘들어진다. 
    버스와 지하철의 노인석은 공경의 배려이기도 하지만 의학적 처방전이다. 
    노년에는 팔과 손 근육 움직임의 조화로움도 무뎌져 무언가를 쉽게 떨어뜨리고 흘리게 된다. 
    옷에 음식물이 묻어 냄새가 배곤 한다. 
    침샘의 노화로 타액의 분비도 줄어 웬만큼 깔끔하지 않으면 입 냄새가 나기도 쉽다. 노년의 불편한 진실이다.
    장년과 청년 세대가 서로 불편하고 탐탁지 않아 하는 것들을 의학적 시각으로 바라보면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젊은 세대가 나이 든 세대의 신체 변화를 안다면 그들의 세계를 한결 더 넓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갈수록 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연대기적 세대 차이는 점점 길어지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과 젊은 세대들에게 '노인 의학'을 가르쳐야 한다. 
    골다공증이 왜 생기는지를 소년 소녀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그게 세대 차이를 줄이는 시작이다.
    장년 세대는 청년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미래'를 이미 겪었다. 
    이제는 스스로의 노화 현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알게 모르게 자신에게 찾아오는 육체 변화가 세대 갈등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아래 세대는 위 세대의 몸을 이해하고,위 세대는 아래 세대의 정신을 이해하는 교집합이 커진다면'신·구 세대 갈등'은 확연히 
    줄 것이다. 
    많은 이들이 고령사회를 걱정하지만 나는 낙관적이다. 
    우리 사회에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생태계의 원리가 항상 작동한다고 믿는다.
    
    Chosun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 기자,의사 doct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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