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陰.陽地의性

‘처녀성’에 대한 어느 날의 단상

浮萍草 2011. 7. 18. 12:34
여성성에 대한 당당한 자신감이 물리적 처녀성 회복보다 우선해야 

BEST LIFE 性功 CEO
강경숙 테레사여성의원 원장
“자 가벼운 수면마취 들어갑니다. 
천천히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세요. 
천천히, 그렇죠. 
더 천천히. 하나, 둘, 셋, 넷, 오케이, 굿, 릴랙스(relax)!”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어서 지금까지의 내가 아닌 다른 나로 살고 싶어서 남반구의 끝에서 지구를 
반 바퀴 돌아온 그녀다.
어린 시절 나고 자란 고향 같은 서울의 작은 클리닉을 찾은 그녀는 아직도 젊은 20대 후반이다. 
짙은 갈색 웨이브 머리에 까만 눈동자를 빛내며 블루진을 입고 서 있지만 자신을 표현하기에는 
그녀의 한국어가 몹시 서툴다.
똑똑 혈관 안으로 떨어지는 링거 수액에 하얀 수면마취 용액이 가득하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잠을 못 이루고 흐느끼며 알아듣기 어려운 강한 영국식 악센트가 섞인 영어로 
무언가를 향해 누군가를 향해 끊임없이 고함을 지르는 중이다.
과거의 흔적을 지우고 싶다며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것은 단지 그녀의 육신일 뿐이다. 
그녀의 의식은 수술대 위에 있는 것 같지 않다. 
차가운 고해실 마룻바닥에 엎드려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바람만이 가득한 황량한 모래사막을 홀로 횡단하는 중인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과거의 어느 지점에 멈추어 서서 누군가와 매듭짓지 않은 어떤 이야기를 하는 중인 것 같기도 하다. 
간간이 한숨 쉬며 속삭이듯 미소 짓는 그녀의 얼굴에선 젊음의 다디단 향내가 진하게 배어 나와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지구 반 바퀴 돌아 클리닉 찾은 그녀
무엇이 이토록 그녀를 힘들게 했을까? 인류학을 전공하는 평범한 대학원생, 그것도 서구식 교육을 받은 그녀가 무엇 때문에 이런 
야만적인(?) 질 성형수술을 선택했을까? 
그녀는 왜 의료용 메스로 상처를 내고 절개해내고 다시 꿰매고 좁히기를 반복하며 바보스러울 정도로 지루하게 두 달 동안 살이 
아물기를 기다려야 하는 수술을 원했을까? 
물론 그녀의 내면을 모두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티첼리 작품 ‘비너스의 탄생’
회복실에서 편안히 잠든 그녀를 보며 어느 심포지엄에서 읽었던 조금은 기괴할 수도 있는 한 여성의 고백을 떠올려본다. 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질 깊숙한 곳에는 비밀스럽게 감추어진 어떤 ‘지점’들이 있고 대부분의 여성은 이곳에 자신의 성적인 정체성과 관련된 개인적인 상처나 고통 오래되고 의미심장한 기억들을 쌓아두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편안하고 좋은 상대와 잠자리를 하게 되더라도 이 지점이 자극을 받으면 처음 몇 번은 불쾌하고 고통스러운 혹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혹스럽고 힘든 감정의 변화들을 잘 견뎌내면 편안하고 좋은 상대와의 성관계는 과거의 나쁜 기억들을 긍정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강한 힘이 된다는 내용이다. 물론 그녀에게 오르가슴 장애가 있는지,지금까지 관계했던 남자들은 몇 명인지,첫 경험은 언제 했는지,그것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긍정적이었는지,사춘기 때 성폭행이나 성희롱 등의 깊은 상처는 없었는지,강간의 경험이 있는지,인종적인 편견이나 열등감 주입이 성적인 억압으로도 작용했는지,원치 않았지만 상대방을 그저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성관계를 맺었는지,단지 성적인 접촉만을 위해 다수의 남자를 사귄 경험이 있는지,현실의 어려움이나 스트레스를 섹스로 풀려고 했는지,이국땅에서의 외로움으로 인해 관계 중독에 빠지지 않았는지 등을 꼬치꼬치 물어보지는 않았다.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여성성에 자신감이 부족해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등 성이 주는 모든 부정적이고 나쁜 기억들을 섣불리 치료한다고 달려들기엔 정말이지 그녀는 아직 너무나 젊은 나이다. 좋은 아버지의 자질을 가진 착한 남자를 골라 자연이 준 자신의 생식본능을 긍정적으로 수용하여 ‘아이 낳기’에도 충실해야 할 연령 이다.
어쩌면 이 작은 클리닉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싶었던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기꺼이 혼자만의 여행을 감행한 그녀의 결정을 존중해주는 것 뿐일 수 있다.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몽롱한 수면마취 속에서 그녀가 사막의 쏟아지는 별빛으로 과거가 씻겨나가는 체험을 했는지, 내리는 빗줄기 와 후회의 눈물이 범벅이 되어 자신과 인생을 사랑할 새로운 힘을 얻었는지 알 수는 없다. 여성성 가진 모든 여성은 아름다운 존재 여성 성클리닉을 운영하다 보면 ‘성’이 주는 기쁨이나 쾌락, 생명 에너지에 도취된다기보다는 ‘성경험’이 주는 아픔과 괴로움에 공감하는 일이 더 잦다. 뇌를 절제하듯 기억을 절제해내고 단단히 여러 겹으로 봉해 다시는 열리지 못하게 한다거나 혹은 고대의 주술사라도 되어 장미꽃 향기로 잊고 싶고 지우고 싶은 뇌 속의 아픈 기억들을 다 씻어버리게도 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간간이 느낄 때가 있다. 사실 지금 젖이 나오는 유방과, 생명을 품을 수 있는 자궁과, 상대방과 자신 에게 생의 기쁨과 에너지를 채워줄 수 있는 질을 가진 여성인 그녀는 어떤 상황이든 어떤 연령이든 너무도 아름답고 힘이 있어 보인다. 자신만의 ‘여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나쁜 기억들로 자신의 여성성을 물들이지 않는다면 누구나 날마다 ‘처녀성’을 회복할 수도 있다. 그 당당한 자신감은 자신과 주위 사람에게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원천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이 자궁과 질을 가진 여성이라는 존재가 가진 힘이다. 이코노미 강경숙 테레사여성의원·성클리닉 원장 drtere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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