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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리포솜 화장품의 불편한 진실

浮萍草 2016. 3. 21. 09:57
    리포솜 화장품, 깊숙이는 커녕 각질도 못 뚫는다
    1960년대 발견된 리포솜은 세포막처럼 지질 이중막으로 이뤄진 공 형태로 내부에 유효물질을 담을 수 있다.따라서 화장품 분야와 제약 분야에서 유효성분을
    운반하는 수단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 바젤대 제공
    ‘피부 깊숙이 유효성분이 침투해 효과를 내는 리포솜 화장품.’ 익숙함에 있어서 남녀의 차이가 큰 과학용어 가운데 하나가 리포솜(liposome)일 것이다. 화장품에 관심이 있는 여성 대다수는 위의 문구와 같은 맥락의 얘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막상 사려고 하니 리포솜 화장품이 꽤 비싸 망설인 경험이 있는 여성도 있을 것이다. 리포솜은 세포처럼 지질 이중막으로 이루어진 아주 작은(보통 수백 나노미터 크기) 공이다. 내부 공간에 항노화나 미백 작용을 하는 유효성분을 넣은 리포솜을 함유한 화장품을 바르면 리포솜이 피부 각질층을 이루는 세포 사이로 침투해 그 밑에 있는 피부세포에 도달해 세포 안으로 ‘쏙’ 들어간 뒤 막이 터지면서 유효성분이 세포질 안에서 작용한다는 그림 같은 얘기다. 참고로 피부는 크게 세 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바깥쪽에서부터 표피, 진피, 피하조직이다. 혈관은 진피까지 있다.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는데 피가 나지 않는다면 표피만 손상된 거라는 말이다. 외부로부터 몸을 차단해 보호하는 게 표피의 주된 역할이지만 나이가 들어 피부가 변형되고 재생이 늦어지면서 우리는 ‘너도 이제 늙는구나’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러면 충격을 받아 피부를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고 때로는 고가의 리포솜 화장품도 구매한다. 화장품은 당연히 피부표면, 즉 표피의 바깥쪽에 바른다. 표피 두께는 신체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0.1mm 정도다. 그 아래 진피 두께 역시 어디냐에 따라 차이가 크기만 대략 1mm 정도이고 피하조직은 좀 더 두껍다. 그 밑에는 근육이 있다. 따라서 얼핏 생각하면 굳이 리포솜 화장품이 아니더라도 종이 한 장 두께인 0.1mm 정도야 ‘가볍게’ 뚫고 진피까지도 화장품 성분이 도달할 것 같다. 그렇다면 표피가 그렇게 만만한 조직일까. 표피도 다섯 층으로 세분할 수 있는데 진피와 맞닿아 있는 기저층에서 바깥쪽으로 가시층,과립층,투명층,각질층이다. 이 다섯 종류는 원래부터 다른 게 아니라 기저층이 세포분열을 하면서 세포들이 위로 밀려 올라가며 성격이 바뀌는 것이다. 맨 바깥쪽 각질층은 사실상 죽은 세포로 때가 되면 피부에서 떨어져 나간다. 오랜만에 목욕탕에 가서 때를 불린 다음에 이태리 타올로 밀면 굵은 때가 뚝뚝 떨어지는데 바로 피부에 붙어있던 각질층 덩어리다. 각질층의 두께 역시 신체부위에 따라 다른데 10~4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mm) 정도다. 따라서 어떤 유효성분이 진피는 고사하고라도 표피의 기저층 세포까지 도달하려면 먼저 각질층을 통과해야 한다.
    최근까지도 많은 연구자들은 리포솜이 온전한 형태로 피부의 각질층 세포 사이 공간을 통과해 그 아래 표피나 진피까지 이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2012년
    ‘Soft Matter’라는 학술지에 발표된 한 논문의 그림으로 리포솜(녹색 공)이 각질층(stratum corneum)을 통과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 ‘Soft Matter’ 제공
    ㆍ 5㎛ 너머서는 흔적 안 보여
    학술지 ‘플로스원’ 1월 11일자에는 젊은 시절 5년 반을 화장품 회사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리포솜의 피부 침투 메커니즘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필자에게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실렸다. 즉 리포솜이 피부 진피에 도달하기는커녕 표피의 각질층도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 남덴마크대 요나단 브레버 교수팀은 유도방출억제현미경을 써서 피부에 바른 리포솜의 운명을 촬영해 이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 유도방출억제현미경은 독일 막스플랑크 생물물리연구소 슈테판 헬 소장이 발명한 장치로 헬 소장에게 2014년 노벨화학상을 안겨줬다. 유도방출억제현미경이란 형광물질을 넣은 관찰대상에 레이저빔을 쏴 형광이 나오게 한 뒤 나노미터 크기의 부피를 제외한 다른 곳에 또 다른 레이저빔을 쏴 형광을 없애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얻어 기존 광학현미경의 해상력을 극복한 현미경이다. 연구자들은 기증 받은 사람 피부에 형광물질을 함유한 리포좀을 바르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피부를 얼려 단면을 잘라 유도방출억제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온전한 리포좀 형태가 거의 보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리포솜에 함유된 형광물질도 각질층을 거의 뚫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혹 수㎛까지 들어간 건 있지만 5㎛가 넘으면 보이지 않았다. 즉 각질층의 절반도 뚫지 못한 셈이다.
    최근 남덴마크대 연구자들은 유도방출억제현미경을 이용해 사람 피부에 바른 리포솜이 각질층을 얼마 뚫고 가지 못한 채 대부분 파괴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리포솜에 함유된 형광색소의 분포를 보여주는 피부단면으로 각질층(SC)의 바깥쪽 일부만이 형광을 냄을 알 수 있다. - 플로스원 제공

    연구자들은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리포솜이 온전한 상태로 각질층의 세포 사이 공간 사이로 들어가 진피층에 도달하는 게 아니라 각질층에서 바깥쪽에서 모두 깨져 내용물이 흘러나온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리포솜을 이루고 있는 계면활성제 분자가 각질에 영향을 미쳐 내용물의 투과성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에 놀란 필자는 옛날 화장품 연구소 시절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현재 모 화장품 회사 임원) 내용을 설명하며 의견을 구했는데,뜻밖에도“아마 그럴 것” 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즉 20여 년 전 리포좀이 피부에 침투하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을 때는(물론 전자현미경이 있어서 해상력은 문제가 없었지만 리포좀과 세포막이 다 이중막 구조라 명쾌히 구분할 수 없었다) 리포솜이 온전한 형태로 침투한다는 메커니즘이 마케팅 컨셉으로도 그럴듯한 설명이었지만 그 뒤 새로운 관찰방법이 생기면서 이에 대해 회의적인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말이다. 다만 실제 피부에서는 화장품에 함유된 리포솜의 일부가 털이 박혀 있는 틈(얼굴 피부에도 솜털이 있다)으로 스며들어가 진피에 도달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경로일 경우 유효성분이 굳이 리포솜에 들어있을 필요는 없다.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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