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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美 의회에서 사라진 이유는?

浮萍草 2016. 2. 25. 11:46
    필리버스터...美 하원은 불인정, 상원은 종결 가능
    '테러방지법' 처리 저지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위원이 10시간 18분 동안 발언을 했다.
    법갈등을 날치기 몸싸움이 아닌,제도적 차원에서 풀고자 마련된 국회선진화법의 필리버스터(Filibuster) 제도가 파행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비례대표)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10시간 18분에 걸쳐 테러방지법 통과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을 진행해 우리나라 헌정사상 최장 (最長) 필리버스터 기록을 갈아치웠다. 은 의원은 이날 새벽 2시 30분부터 낮 12시 48분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연속 발언했다. 필리버스터는 의회 본회의에서 특정안건이 통과 못하도록 장시간 발언하는‘입법 지연전술’을 통칭하는 말이다. 필리버스터 수단으로는 장시간 발언 외에도 정족수 확인요청이나 호명투표 요청 등이 있다. 지난 2012년 5월 국회선진화법(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면서 본회의 심의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가능한 필리버스터 제도가 도입됐다. 국회선진화법은 새누리당이 2012년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 황우여ㆍ황영철ㆍ구상찬ㆍ김세연 의원 등이 주도하고,민주당 박상천ㆍ원혜영ㆍ김성곤ㆍ김춘진 의원 등이 가세하면서 발의됐었다. 결과적으로 여당이 도입한 제도로 야당이 재미를 본 셈이 됐다. 이번 ‘사건’이 한국 의회사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자못 흥미롭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책상을 치며 “자다가 깰 통탄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ㆍ제헌국회부터 1973년까지 필리버스터 가능
    우리나라 국회의 필리버스터 약사(略史)를 살펴보면 이렇다. 과거 제헌국회(유엔 감시 아래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를 실시하여 구성된 국회)에서 제정한 국회법 제46조에 따르면 의원의 질의,토론,기타 발언에 대해 국회 결의가 있을 때 외에는 시간을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사실상 발언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제5대 국회(1960년 9월)부터 본회의 발언시간을 본회의 의결로 제한할 수 있도록 했으나(양원제 국회법 제98조),구체적으로 발언시간을 규정하지 않았다. 1973년에 들어 처음으로 ‘의원의 발언시간은 45분을 초과 못하도록’ 국회법이 고쳐졌다. 다만 ‘국회의장은 15분을 초과하는 범위 안에서 1회 안에서 연장을 허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따라서 국회에서 필리버스터가 가능했던 시기는 제헌국회부터 1973년까지로 볼 수 있다. 장시간 발언 사례로는 1964년 4월 20일(제6대 국회 제41회 제19차 회의)에 김대중 의원이 동료의원인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를 막으려 5시간 19분 동안 발언하여 구속동의안 처리를 무산시켰었다. 국회 역사상 최장 필리버스터 사례는 1969년 8월 29일(제7대 국회) 법제사법위 제71회 회의에서 일어났다. 야당인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을 저지하려 무려 10시간 15분간 반대토론을 했다. 당시로선 기상천외했던 박 의원의 필리버스터 노력에도 3선 개헌안은 국회를 통과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 기록은 47년만에 은수미 의원의 ‘입씨름’에 의해 ‘무참히’ 깨졌다. ㆍ 미국 하원은 필리버스터 인정하지 않아
    필리버스터를 허용하는 대표적인 의회는 미국 상원이다. 발언권을 부여받은 상원의원이 원할 때까지 발언을 계속할 수 있으며 본인의 동의없이는 발언권을 방해받지 못한다. 몇 명의 의원이 발언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제한규정은 없다. 우리나라 국회도 이 제도를 원용한다. 그러나 미국 하원의 경우 1842년에 ‘발언시간 제한규정’이 생기면서 필리버스터가 인정되고 있지 않다. 상하원이 필리버스터를 달리 채택하는 것은 미국 의회 민주주의가 지닌 다양성의 한 풍경이다. 필리버스터를 둘러싼 논란은 미국 의회주의 역사이기도 하다. 1960년대 미국 남부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흑인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시민권 개혁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악용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필리버스터 개혁 노력이 본격화되었다고 전해진다.
    미국 예일대 데이비드 메이휴 교수

    데이비드 메이휴(David R. Mayhew) 예일대 정치학과 교수는 2014년 12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도 유사한 논쟁이 상원의 필리버스터 제도를 둘러싸고 계속되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다. “사실 그 전부터 필리버스터 제도를 고치거나 아예 없애기 위한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러한 노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반발이 있었습니다. 필리버스터를 개혁하려는 측과 개혁을 무력화하려는 측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의회제도 개혁은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낳곤 한다는,개혁은 좋은 의도만 가진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줬습니다.” 필리버스터의 남용 내지 악용이 의회 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상원은 필리버스터를 무한정 허용할 경우 상원의 입법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킬 수 있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방해’할 순 없어도‘종결’시킬 수는 있다는 얘기다. 상원 의사규칙 제22조에 따라 16명의 상원의원이 이른바‘토론종결(cloture) 동의안’을 제출하면 이 동의안은 이틀 후에 표결에 부쳐진다. 토론종결을 위해서는 상원의원의 5분의 3인 60인(super-majority)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해 다수당에 유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체 상원의원 수는 100명. 토론종결이 의결되면 해당의제에 대한 심의는 30시간 이내에 마쳐야 한다. 최근에는 필리버스터뿐만 아니라 다른 다양한 의사지연 전술을 극복하기 위해 토론종결 규정을 많이 상용하고 있다고 한다. (참조 인용 : <필리버스터 제도의 국회 도입 논의 및 쟁점>, 국회입법조사처 전진영 조사관, jyjeon@nars.go.kr) ㆍ美 써몬드 의원, 24시간18분 반대연설
    미국 상원에서 역대 최장시간의 필리버스터 기록은 1957년 민권법(the Civil Rights Act)에 대한 심의과정에서 있었다. 이 법에 반대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인 스트롬 써몬드(Strom Thurmond) 민주당 의원은 무려 24시간18분 동안 반대연설을 했다고 전해진다. 영국 의회는 미국 상원과 달리 의원의 발언시 의제와 무관한 발언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의제 외 발언을 할 경우 의장이 발언정지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 하원 의사규칙 제42조) 영국 의회에서 가장 장시간 발언기록은 1828년 헨리 브로엄(Henry Brougham) 의원의 6시간 발언이다. 21세기 들어 최장시간 발언기록은 2005년 12월 앤드류 디스모어(Andrew Dismore) 노동당 의원이 보수당 의원안을 저지하기 위해 3시간 17분간 발언한 것이다. 프랑스 의회에서는 2006년 8월 좌파 야당이 국영기업인 가즈 드 프랑스(Gaz de France)의 민영화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에 반대하기 위해 13만7449건의 수정 안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필리버스터를 시도한 바가 있다. 일본 의회의 대표적인 필리버스터 수단은 우보(牛步)투표이다. 이는 본회의 표결 시, 법안처리 시한을 늦춰 법안이 자동 폐기토록 하는 전술을 의미한다. 일본 의회는 우리나라처럼 회기 내에 의결되지 않는 의안은 폐기토록 규정하고 있다. 우보전술이 이용됐던 대표적인 사례는 1987년 예산안 심의와 1992년 유엔평화유지군활동협력법안(PKO협력법안)이라고 전해진다. 당시 야당은 ‘1m 나가는데 1시간’이라는 지침을 정해놓고 표결을 지연시켰다.⊙
      글 김태완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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