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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발생의 ‘불운’ 가설 반박하는 논문 나와

浮萍草 2016. 1. 18. 10:55
    의학상식의 동력학
    pixabay 제공
    물론, 진리와 실험과학을 말하는 건 모순어법이다. 우리가 구성한 이론은 구할 수 있는 사실에 가장 적합한 것일 뿐,더 많이 알게 됨에 따라 바뀌거나‘개선’될 수 있는 대상이다. - 윌리엄 폴, ‘Immunity(면역)’에서
    술지 ‘네이처’ 2015년 12월 17일자에는 잘못된 과학상식,즉 신화를 다룬 장문의 기사가 실렸다. 잘못된 과학상식 다섯 가지를 제시하며 그 실상을 얘기하는데 다섯 가지 신화는 다음과 같다. ①암의 조기검진이 꼭 필요하다, ②항산화제는 좋고 자유라디칼은 나쁘다, ③사람의 뇌는 예외적으로 크다 ④좋아하는 방식으로 공부해야 가장 효과적이다, ⑤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익하면서도 흥미로운 글이었음에도 좀 씁쓸했다. 필자인 메간 스커델라리 과학기자가 (아마도) 독자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기사의 도입부에 의학사(최소한 역학(epidemiology)사에 남을 ‘어처구니없는’ 해프닝 일지도 모르는 우리나라의 사례를 소개했기 때문이다. 바로 갑상선암 이야기로 기사 내용은 이렇다. ㆍ갑상선암 수술 35% 급감
    한국의 경제수준이 높아지고 건강검진이 정밀해지면서 갑상선 초음파 검사로 갑상선암 발견이 급증해 1999년 10만 명당 5건에서 2011년 70건이 됐다. 이 가운데 3분의 2가 수술로 갑상선을 제거했고 그 결과 평생 약을 먹는 신세가 됐다(갑상선 호르몬을 제대로 못 만들므로). 이런 희생을 치렀음에도 한국에서 갑상선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연간 10만 명당 1명으로 변화가 없다. 지난 2014년 몇몇 의사들이 갑상선 검진을 중단하라고 주장했지만 대한갑상선학회는“검진과 치료는 인간의 기본 권리”라며 반박했다. 어떤 암이든 조기검진이 목숨을 구한다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 기자(메간 스커델라리)는 어찌 되었던 좀 문제가 있다. 즉 그 뒤 한국의 상황을 알아보지 않았다면 성실성의 문제다. 즉 갑상선암 검진 논란이 거세지자 ‘국가암검진위원회’는“증상이 없는 성인에게 일상적인 갑상선 초음파 검진은 권고하지 않는다”고 발표했고 실제 지난해 1분기 감상선암 수술 건수는 6400건으로 2014년 1분기1만600건보다 35%나 급감했다. 만에 하나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도입부의 극적효과를 위해 모른척했다면 양심에 문제가 있는 사람 아닐까. 아무튼 기사에서 다룬 다섯 가지 신화 가운데 첫 번째인 ‘모든 암에서 검진이 목숨을 구한다’에 대한 진실을 살펴보자. 기사에 따르면 정기적인 검진이 도움이 되는 암(폐,자궁경부, 대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모든 암이 그런 건 아니다. 즉 암은 초기에 발견할수록 생존율이 높다는 게 ‘당연한’ 얘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기사에서는 갑상선암, 전립선암, 유방암의 경우 조기검진이 사망률을 낮추지 못한다는 대규모 역학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한편 보통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많은 암이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일생에 걸쳐 해로운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 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을 부검한 결과 노인의 경우 절반 정도가 몸에 암을 지니고 있었다는 연구 논문이 2004년 ‘네이처’에 실리기도 했다. 따라서 안 해도 되는 지나치게 정밀한 조기검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불필요한 갑상선절제술, 유방절제술, 전립선절제술을 받는 현실은 문제라는 얘기다. 물론 이는 통계가 적용되는 역학의 관점이다. 즉 집단수준에서 검진의 이익(생존)이 위험(불필요한 치료에 따른 사고나 장애)보다 크지 않다는 말이다. ㆍ암 발생 절반은 불운의 결과?
    영국의 과학논문 조사기관인 알트메트릭(Altmetric)은 학술적인 평가뿐 아니라 언론이나 일반대중의 반응까지 포함해 논문지수를 산정한다. 즉 뉴스 이야기, 블로그 포스트, 트위트, 페이스북 포스트, 구글플러스 포스트, 비디오, 위키피디아 참고문헌 등의 인용횟수를 수치화한다. 따라서 알트메트릭 논문지수가 높을 경우 그만큼 화제가 됐다는 뜻이다. 지난 연말 발표한 ‘인기논문 베스트 100’에서 암에 대한 기존 과학상식에 도전한 논문이 4위에 선정됐다. 학술지 ‘사이언스’ 2015년 1월 2일자에 발표된 논문으로 암 발생의 상당 부분은 불운의 결과라는 내용이다. 이는 암이 흡연이나 운동부족 같은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한 질병이라는 상식에 반하는 결과로 상당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필자 역시 논문을 읽고 충격을 받은 뒤 정신을 수습해 이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다. ☞ (바로가기) 암은 여전히 은유로서의 질병인가 ☜ 당시 논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암은 유전자 변이의 질환으로 그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환경 요인으로 발암물질이나 자외선 등에 노출돼 세포의 DNA가 손상된 결과 암세포가 생길 수 있다. 한편 변이유전자를 물려받은 경우 세포가 분열하다가 암세포로 바뀌기가 쉽다. 끝으로 정상 세포가 분열하는 과정에 임의로 생긴 변이가 축적돼 암세포가 나오기도 한다. 현대의학은 발암요인으로 환경과 유전을 큰 비중으로 다루고 있지만 세 번째 가능성은 드물다고 보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의 암유전학자 버트 보겔스타인 교수와 수리생물학자 크리스티안 토마세티 박사는 신체조직에 따라 암 발생률이 큰 차이를 보이는 현상에 의문이 들었다. 오늘날 암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환경 요인과 유전 요인이 정말 그렇다면 이렇게 편차가 클 리가 없다는 것. 연구자들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진화생물학의 이론,즉 암은 ‘다세포 생물이 진화하며 치러야 하는 대가’라는 측면에 주목했다. 즉 세포가 분열(DNA복제)을 하다보면 실수가 생기기 마련이고 실수가 쌓이다보면 암이 생긴다는 것. 이들은 신체조직에 따른 줄기세포의 평생에 걸친 분열횟수를 추측한 논문들을 추적했고 동시에 각 조직별 암 발생률 데이터도 모아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연구자들은 둘 사이에서 0.804이라는 높은 상관계수를 얻었다. 상관계수가 1이면 두 변수가 100% 비례하는 것이고 0이면 전혀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두 변수 사이가 인과관계라면 상관계수의 제곱이 한 변수가 다른 변수에 미치는 영향력이라고 한다. 즉 암 발생의 65%는 줄기세포의 분열횟수로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이다. 세포분열이 왕성한 조직일수록 실수가 일어나는 횟수도 많기 때문에 암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는 것. 흔한 암 가운데 환경요인이 크다는 유방암과 전립선암은 줄기세포 데이터가 부족해 포함하지 않은 걸 감안해도 암 발생의 대략 절반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 즉 ‘불운’의 결과로 발생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생활습관을 개선해 암을 예방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고 연구자들은 덧붙였다 ㆍ암 발생의 90%는 환경요인
    암에 대한 과학상식을 타파한 위의 논문이 나가고 1년이 지나 ‘사이언스’의 라이벌인 ‘네이처’(1월 7일자)에 위의 논문을 반박하는 논문이 실렸다. 즉 세포분열 과정에서 임의적인 실수로 암이 발생하는 경우는 전체의 10~30% 미만(통계 방식에 따라 편차가 있다)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논문을 읽어보면 사실상 10% 미만이라는 내용이다. 이게 맞다면 암은 생활습관의 질병이라는 기존 과학상식은 부활해야 한다! 미국 스토니브룩대의 연구자들은 현재 암 발생의 ‘불운 가설(bad luck hypothesis)’로 불리는‘사이언스’ 논문의 내용은 데이터를 잘못 해석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즉 세포 분열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수가 임의로 일어난 것인지 외부요인으로 일어난 것인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암 발생률과 줄기세포 분열횟수 사이의 상관관계 분석해 전체 암 발생의 65%가 불운의 결과라고,즉 임의의 변이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는 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즉 분열과정에서 임의로 일어난 오류만을 고려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암 발생률(세로축)과 줄기세포 분열횟수(가로축)의 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에 분포돼 있는 여러 암 가운데 아래쪽에 있는 것들만을 임의로 일어난 경우로 가정했다. 그리고 위에 있는 것들은 임의 변이와 외부요인으로 인한 변이가 섞여 있는 걸로 봤다.
    지난해 초 발표돼 화제가 된 암 발생의 ‘불운 가설’은 데이터를 잘못 해서한 결과라고 주장하는 논문이 ‘네이처’ 1월 7일자에 실렸다.즉 암 발생률(세로축)과
    줄기세포 분열횟수(가로축)의 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에 분포돼 있는 여러 암 가운데 아래쪽에 있는 것들만(빨간점선)을 임의로 일어난 경우로 가정할 경우
    많은 암에서 외부요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90%를 넘는다. - 네이처 제공

    예를 들어 평생 1000억 회 이상 세포 분열하는 소장에서 일생동안 암에 걸릴 위험성이 0.01%인데 비슷한 횟수로 분열하는 간에서 일생동안 암에 걸릴 위험성이 0.1%라고 하자. 이 경우 소장암이 100%로 임의로 발생한다고 해도 간암은 10%에 불과하다. 즉 간암의 90%는 외부요인 때문이라는 말이다. 이런 식으로 데이터를 재해석하자 대부분의 암에서 발생의 90% 이상이 외부요인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어서 연구자들은 새로운 해석에 부합하는 연구결과들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암 발생의 역학으로, 잘 알려진 얘기다. 즉 서유럽의 유방암 발생률은 동아시아나 중앙아프리카의 거의 5배이고(현재 우리나라는 예외가 됐을 것이다), 특히 전립선암의 경우 호주와 뉴질랜드의 경우 동남아시아의 25배나 된다고 한다. 대장암의 75% 이상이 음식 때문으로 추정되고 흑색종의 65~89%는 자외선 때문이라고 본다. 한편 감염이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인간유두종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 발생원인의 90%를 차지할 뿐 아니라 항문암의 90%, 구강인두암의 70%를 차지한다. 여성만 조심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간염바이러스(B형과 C형)는 간암 발병원인의 80%를 차지하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암의 65~70%를 일으킨다. 1930년에서 2011년 사이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 통계를 보면 15배가 넘게 늘어났다.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한반도를 덮치는 미세먼지도 폐암증가에 ‘기여’할 것 이라고 생각하면 우울해진다.
    ☞ (유료) “그녀를 사랑한다면, 함께 맞으세요” ☜
    두 번째로 돌연변이의 성격을 분석한 결과다. 즉 각종 암에서 확인된 30여 곳의 돌연변이 자리를 분석한 결과 나이에 비례해 증가하는 즉 임의적인 변이는 두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변이들의 발생률은 나이와 별 상관이 없었다. 즉 외부요인이 변이의 원인이라는 뜻이다. 끝으로 임의의 변이가 암으로 이어질 확률에 대한 문제다. 대략 세포분열 1억 번에 한 번 꼴로 돌연변이가 일어난다. 그런데 돌연변이가 한 곳 일어났다고 정상세포가 바로 암세포가 되는 건 아니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지난해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는데,이에 따르면 폐암과 대장암의 경우 결정적인 유전자에서 ‘단지 세 곳’의 변이만 있으면 암세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논문 자체는 유전자 변이로 암이 생기기 쉽다는 주장이지만, 한 세포에서 ‘세 곳이나’ 임의의 변이가 생길 확률은 높지 않다. 결국 데이터 재해석과 이를 뒷받침하는 다른 연구결과들을 고려할 때 암 발생에서 임의의 돌연변이 즉 불운이 원인일 경우는 10% 미만일 것이라는 게 저자들의 결론이다. 암에 대처하는데 예방이 여전히 중요한 전략이라는 말이다. 귀가 몹시 얇은 필자는 지난해 논문을 보면서 무릎을 쳤지만 이번 논문을 읽으며 ‘이게 훨씬 더 설득력이 있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암 발생에서 불운이 차지하는 요인이 50%이건 10%이건 예방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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