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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사라진 과학계 별들 8 왼손잡이 DNA 존재를 밝힌 생물학자 알렉산더 리치

浮萍草 2015. 12. 29. 07:30
    난 세 해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필자는 ‘과학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제목으로 그해 타계한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뒤돌아봤습니다. 
    어느새 2015년도 며칠 남지 않았네요. 
    올 한 해도 여러 저명한 과학자들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지막 과학카페에서 이들을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과학저널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부고가 실린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
    네이처’에는 ‘부고(obituary)’, ‘사이언스’에는‘회고(retrospective)’라는 제목의 란에 주로 동료나 제자들이 글을 기고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올해 ‘네이처’에는 18건,‘사이언스’에는 4건의 부고가 실렸습니다. 
    두 저널에서 함께 소개한 사람은 두 명입니다. 
    두 곳을 합치면 모두 20명이나 되네요. 이들을 사망한 순서에 따라 한 사람씩 소개합니다.
    
    ㆍ알렉산더 리치 (1924 ~ 2015. 4.27) 왼손잡이 DNA 존재를 밝힌 생물학자
    알렉산더 리치 - Josiah D. Rich 제공
    자연은 대칭을 선호한다지만 가끔 비대칭인 대상들이 존재한다. 유전정보를 지니고 있는 DNA이중나선도 그런 예로 나선이 오른쪽 방향으로 꼬여있다. 즉 1953년 왓슨과 크릭이 구조를 규명한 DNA이중나선(B-DNA)을 거울에 비친 모습은 결코 원본과 겹치지 않는다. 오른손과 왼손의 관계와 마찬가지다. 그런데 1979년 왼손잡이 DNA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엄밀히 말해 오른손잡이 DNA의 거울상은 아니지만(분자를 이루는 원자의 배열이 좀 달라 전체적으로 폭이 좁고 길쭉하며 뼈대를 이루는 인산기가 지그재그 배열을 한다. 따라서 Z-DNA라고 부른다.) 아무튼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발견이었다. 지난해 4월 27일 Z-DNA를 발견한 생물학자 알렉산더 리치(Alexander Rich)가 91세로 영면했다. 1924년 미국 코네티컷주 하트포드에서 태어난 리치는 성(rich)과는 반대로 대공황으로 어린 시절을 어렵게 보냈지만 뛰어난 성적으로 하버드대에 들어가 생화학으로 학사학위를 받고 하버드대의대에 진학했다. 1949년 전설적인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의 실험실에 박사후연구원으로 들어가 5년 동안 머무르며 X선 결정학을 익혔다. 그러나 아쉽게도 폴링과 공저로 쓴 논문이 한 편도 없다. 이에 대해 폴링은 “이 친구가 한 일은 별로 없지만 많이 배웠을 것”이라고 촌평했다. 미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 물리화학분과에 취직한 리치는 1955년 영국 캐번디시연구소로 건너가 DNA이중나선구조를 밝힌 프랜시스 크릭과 함께 단백질 폴리글리신Ⅱ와 콜라겐의 구조를 규명했다.
    NIMH로 돌아와서는 RNA 역시 DNA처럼 이중나선구조를 형성할 수 있음을 보였다. 1958년 MIT 교수로 자리를 옮긴 리치는 RNA가 DNA와 결합할 수 있음을 보였는데 이는 훗날 DNA칩을 만드는데 출발점이 됐다. 한편 대장균 같은 원핵생물에서 전사로 만들어지고 있는 전령RNA에 리보솜이 줄줄이 달라붙어 번역,즉 단백질을 만드는 복합체인 폴리솜(polysome)을 규명했다. 다들 생명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기초연구다. 1979년 결정학자 앤드류 왕과 함께 Z-DNA의 존재를 규명했는데,이 구조가 몇몇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고 일부 바이러스의 병원성에 연관돼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리치는 사업에도 관심이 많아 바이오벤처 세 곳을 설립하는데 참여했다고 한다.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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