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 - 채마밭/한반도 지질공원 생성의 비밀

한반도 지질공원 생성의 비밀 2 - 1 무주·진안권-마이산

浮萍草 2016. 1. 7. 10:54
    돌과 모래 비빈 콘크리트 같은…세월이 뚫은 구멍 숭숭
    국내 드물고 세계적 규모의 역암산 잔돌 자갈 바위가 홍수 휩쓸려 쌓여 땅속 깊은 곳에서 굳어 암석으로 땅 위 노출돼 풍화로 돌 빠져나와 초대형 타포니 이뤄 벌집처럼 역암층 깊이는 1500~2000m 추정 한반도 ‘불의 시대’였던 백악기 때 가로세로 50㎞ 미만 분지 14개 생겨 진안 분지는 반사다리꼴 단층 작용 급격, 수천만년 퇴적
    마이산 탑사 옆에 있는 암마이봉(해발 686m) 전경.국내 최대의 역암층으로 된 산이다.역암층에서 암석이 떨어져 나온 곳에 대규모 타포니가 발달한 모습도
    특이하다. 사진=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북 진안의 마이산 도립공원에서 범상치 않은 지질 경관을 느끼려면 굳이 말의 귀처럼 생겼다는 마이봉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남부주차장에서 금당사를 지나면 큰 연못인 탑영제 너머 검은 바탕에 암갈색 커다란 구멍이 숭숭 뚫린 낯선 바위산이 보인다. 벌집 같기도 하고 해골 같기도 해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주변에 나타나는 암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궁금증은 더해진다. 바위산도 아니고 흙산도 아닌, 자갈과 바위로 이뤄진 산이 곳곳에 숨어 있다. 탑사에 이르러 마이산을 코앞에서 살펴보면 크고 작은 돌과 모래를 비벼놓은 것 같다. 동행한 전라북도 관계자는“이 산을 콘크리트로 부어 만들었는지 내기를 했다며 맞는지 묻는 전화가 종종 걸려온다”고 말한다.
    돌과 자갈 모래로 이뤄져 언뜻 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것 같지만 마이산은 자연이 빚은 역암층이다. 사진=곽윤섭 선임기자

    물론 아니다. 전북도의 지질공원 코디네이터인 최승현 박사는 “마이산은 국내에서 보기 드물고 세계적인 규모의 역암산”이라고 말했다.  역암이란 잔돌과 자갈,때론 큰 바위까지 홍수에 쓸려내려 쌓인 뒤 땅속 깊은 곳에서 굳어 만들어진 암석을 말한다. 진안에서 어떻게 이처럼 커다란 역암층이 생겼고, 또 어떻게 지상에 노출된 뒤 구멍이 숭숭 뚫린 차별침식 지형인 초대형 타포니를 형성했을까. ㆍ노령산맥 솟고 섬진-금강 나뉠 때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마이산이 생긴 것은 한반도와 아시아 전체에 큰 지구조 변동이 벌어질 때였다”며“조각난 땅덩어리들이 모여 오늘날 보는 형태의 아시아 대륙을 이루고 한반도에서는 노령산맥이 솟아 섬진강과 금강 수계가 나뉜 것도 바로 그때”라고 말했다.
    중생대 초인 트라이아스기(약 2억4천만년 전)부터 백악기 초(약 1억2천만년 전)까지 동아시아의 지구조 변동 모습.대륙 조각이 충돌하면서 봉합해 현재의
    모습을 형성하던 시기였다. 아래 오른쪽 지도는 한반도 주변의 상세한 모습. 그림=이윤수 외(2011) <곤드와나 연구>

    중생대 백악기 때 한반도는 ‘불의 시대’였다. 옛 태평양판은 한반도 지척에서 대륙판 밑으로 파고들면서 요즘의 일본처럼 화산활동이 활발했다. 또 아시아가 형성되면서 발생한 힘이 한반도를 남북으로 압축하는가 하면 때로는 방향이 바뀌어 동서 방향으로 짓누르기도 했다. 이로 인해 단층선을 중심으로 땅덩어리가 이리저리 밀리면서 크고 작은 분지가 생겼고 단층과 같은 균열대를 따라 마그마가 삐쳐 올라와 분출하기도 했다.
    백악기 때 형성된 분지의 위치(8번이 진안 분지)와 그 형성 과정. 일본 일부가 한반도와 가깝고 해양판의 대륙판 밑으로 들어가는 섭입대가 가깝다.
    그림=조성권 외(2000), <지구과학 리뷰>

    한반도 중·남부에서 도시가 발달한 분지 상당수가 이때 생겼다. 진안을 비롯해 해남,영동,음성,공주,격포,부여,무주,풍암,함평 등 가로세로의 길이가 50㎞ 미만인 분지 14개가 이때의 한반도 격변으로 생겼다. 이들 분지는 지층이 단층선을 따라 수평 방향으로 미끄러지는 과정에서 생겼다. 수평이동을 하는 두 단층 사이에 위치한 진안 분지는 북서-남동 방향으로 당기는 힘을 받아 생성된 마름모꼴 함몰지다. 길이 35㎞, 너비 15㎞ 크기에 북동-남서 방향의 반으로 자른 사다리꼴 형태였다. 분지의 북동쪽 끄트머리에 마이산 역암층이 위치한다.
    진안 분지의 구조도. 선은 단층선을 지층은 하늘색이 화산암, 쑥색이 퇴적암, 점이 화강암을 가리킨다. 마이산은 진안 북쪽 퇴적암 끄트머리 부근에 위치한다.
    그림=황재하 외(2012) <지질학회지>, 오른쪽 그림은 진안 분지와 같은 '당겨 열림 형 분지'가 생기는 매커니즘. 양우헌(2013) <지질학회지>

    움푹 팬 분지의 급경사를 따라 주변 화산으로부터 화산재와 각종 암석이 홍수 때마다 쓸려 들어갔다. 오 교수는 “마이산에 국내 최대 역암층이 분포하게 된 것은 이곳의 단층작용이 매우 급격했으며 하천 상류 지역에 급사면이 형성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안 분지의 퇴적작용은 백악기 초인 1억3000만~1억년 사이에 시작돼 7500만년 전까지 수천만년 동안 지속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오 교수는 덧붙였다. ㆍ 지름 1m 큰 바위도 콕콕
    암마이봉에 드러난 역암의 초대형 바위. 지름이 1m에 이르는 것들도 있어 하천 상류에서 급경사에 떠밀려온 것으로 보인다. 사진=조홍섭 환경전문기자

    탑사 옆에 100m 이상 높이로 서 있는 역암층을 보면 당시 분지의 마이산 지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할 수 있다. 모래 사이에 여러 크기의 암석이 박혀 있지만 지름 1m에 이르는 큰 바위도 눈에 띈다. 또 지층 속 암석들이 일어선 형태가 아니라 나란히 누워 있는 모습도 두드러진다. 오창환 교수는 “단층의 가파른 사면 아래 깊은 호수로 큰 돌들이 쏟아져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암석이 일정한 방향을 가리키며 누워 있어 물살의 흐름을 유추할 수 있다. 사진=조홍섭 기자

    마이산 역암층의 깊이는 얼마나 될까. 이영엽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약 1500~2000m로 추정했다. 자갈과 모래가 역암이 되려면 깊게 쌓여 강한 압력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자갈과 모래가 압착되고 석회질이나 규산질 접착물질로 결합되어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굳은 암석이 만들어질 수 있다. 마이산 역암층이 수천만년 동안 버티며 아직 서 있음은 이런 ‘천연 콘크리트’가 얼마나 단단한지 보여준다. 해발 686m와 680m인 암마이봉·수마이봉이 현재와 같은 단단한 역암으로 굳으려면 그 위로 1000m 이상 깊이의 지층이 눌렀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은수사에서 바라본 암마이봉(왼쪽)과 수마이봉. 지상에 노출된 지 수천만년이 지났지만 단단히 버티고 있다. 사진=곽윤섭 선임기자

    마이산은 역암층 위의 지층이 깎여나가면서 비로소 지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오창환 교수는 인도판과 아시아판이 충돌해 히말라야 산맥을 형성한 5000만년 전 이후일 것으로 본다.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힘에 의해 가라앉아 호수 바닥에 쌓였던 역암층은 이번에는 한반도를 동쪽에서 짓누르는 힘을 받으면서 솟아올랐다. 이영엽 교수는 부근의 옛 지형을 고려해 진안 분지가 주변보다 약 450m 상승한 것으로 보았다. ㆍ400년 전 타포니 속 지은 수선루 멀쩡
    탑사 주변에서 본 암마이봉의 타포니. 세계적인 규모이다. 사진=곽윤섭 선임기자

    마이산의 역암층을 신비롭게 만드는 주인공은 타포니다. 역암층에서 풍화로 돌이 떨어져 나간 구멍이 산을 벌집 모양으로 만들었다. 구멍은 옆으로 확장해 점점 커지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타포니가 발달한 것은 대부분 암벽의 남쪽 사면이다. 오 교수는 “역암층이 남쪽으로 기울어져 암석에 스며든 빗물이 남쪽으로 흐르고, 이때 역암을 접착시키던 석회질이 녹아 암석이 떨어져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갑용 처사가 지은 탑사의 돌은 오른쪽 역암층 타포니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다. 사진=곽윤섭 기자

    이갑용 처사가 1885년 마이산에 들어와 30여년 동안 쌓았다는 80여개의 돌탑 재료는 바로 타포니로 떨어져 나온 역암의 암석이다. 그렇다면 역암층 절벽에 위태롭게 박혀 있는 바위가 바닥에 떨어질 위험은 없을까.
    타포니의 바위가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본 주민은 거의 없다. 드문 예로 2013년 바닥에 떨어진 돌을 박광식 지질공원 해설사가 발견했다.
    가운데 큰 돌. 사진=조홍섭 기자

    오 교수는“절벽 밑에서 석탑이 100년 이상 서 있고 사찰도 멀쩡한 것이 낙석이 흔치 않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박광식 지질공원 해설사는 “2013년 역암층에서 떨어져 바닥에 놓인 돌을 본 적이 있지만 동네 사람들도 낙석을 본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수선루는 역암층의 타포니에 지은 유서깊은 정자이다. 마이산에서 6킬로나 떨어진 섬진강변에 자리 잡고 있다. 사진=곽윤섭 기자

    역암층은 마이산에만 있는 게 아니다. 마이산에서 6㎞쯤 떨어진 진안군 마령면 강정리 섬진강 가에는 수선루라는 특이한 정자가 있다. 연안 송씨 진유 등 네 형제가 조선 숙종 12년(1686년) 역암층의 타포니 속에 지은 집이다. 1억년 전 지질 현상은 400년 전 정자와 100년 전 돌탑을 거쳐 오늘까지 문화와 오롯이 연결돼 있다.
    ㆍ인터뷰 오창환 전북대 기후환경과학과 교수
    “무주·진안, 대륙 충돌의 지각 격변 자취 고스란히 간직”
    ‘한반도는 지질 대국’이란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지질학 연구가 세계 수준이란 뜻이 아니다. 한반도가 땅은 좁지만 지질학적 다양성과 복잡성에서 중국과 맞먹는다는 데서 나온 얘기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사진)는“대륙 충돌과 해양판 섭입 등 지난 20억년 동안의 지각변동 흔적이 좁은 한반도 땅에서 다 나온다. 그러니 몇 안 되는 지질학자에게 한반도는 넓은 땅”이라고 말한다.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대륙입니다. 25억년 전부터 1억3000만년 전 사이에 수십개의 작은 땅덩어리가 합쳐져 형성됐습니다. 그런 격변의 자취를 무주·진안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무주읍 오산리 구상화강편마암이나 무주구천동의 21경인 구월담 혼성암,진안 마이산 역암층에서 그런 대륙 충돌의 지각변동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과거와 지하 세계로의 상상 여행일 뿐 아니라 노령산맥이 솟아 물줄기가 나뉘고 무주와 진안 분지가 생긴 기원을 추적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 교수는 마이산의 형성에는 백악기 초와 신생대 초의 지각변동이 큰 구실을 했다고 보았다. “백악기 초인 1억3000만~1억년 사이에 한국과 중국이 포함된 동아시아판과 시베리아 등으로 이뤄진 로라시아판이 충돌해 남쪽 방향으로 압축력이 발생했고 그로 인한 단층운동으로 진안 분지 등 한반도에 여러 분지가 생겼습니다.” 분지 안 호수로 나중에 역암층이 될 퇴적물이 쌓였고 9300만~7500만년 전에는 화산이 분출해 진안 분지 주변에 운장산과 천반산 등이 생겼다. 마이산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또 한번의 큰 지각변동이 필요했다. 오 교수는“5500만~2500만년 사이 인도판이 아시아판과 충돌해 히말라야 산맥이 만들어졌는데 그 힘으로 단층 운동이 일어나 진안 분지가 융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땅이 솟으면서 무주 적상산부터 진안 남쪽 내장산,무등산으로 이어지는 노령산맥이 이때 형성됐을 것으로 오 교수는 보았다. 그 결과 금강, 동진·만경강, 섬진강으로 물줄기가 나뉘어 생물종이 분화하는 등 한반도에 중요한 변화가 왔다는 것 이다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글·사진 조홍섭 한겨레신문 환경전문기자겸 논설위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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