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 - 채마밭/환경생태 물바람숲

고치 속 맵시벌 애벌레, 위험 어떻게 알고 튈까

浮萍草 2016. 1. 6. 10:53
    알팔파바구미에 기생하는 생물방제 일꾼, 고치속 애벌레 그늘로 이동
    고치속 10달 걸려, 천적 피하고 최적 환경 찾아…체중 감소 대가 지급
    충은 방어나 도피수단이 별로 없는 애벌레일 때가 가장 취약하다. 포식자에게는 영양 많고 부드러운 먹이인 이때 살아남는 방법이 없을까.  주변 상황에 따라 움직이지 못하는 애벌레나 고치,번데기를 위해 곤충 어미는 애초 포식자가 미치지 못하고 발생 환경이 좋은 땅속 등에 자리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드물기는 해도 움직이지 못하는 애벌레 상태에서 점프를 하는 곤충이 있다. 나비와 나방, 딱정벌레, 벌 종류 가운데 그런 사례가 있다. 맵시벌과에 속하는 기생벌의 일종(학명 Bathyplectes anurus)은 천적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에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곤충이다. 알팔파를 해치는 바구미에 기생한다.
    알팔파바구미에 기생하는 기생벌의 일종. 고치 상태로 점프 행동을 한다.

    길이 3㎜인 이 작은 기생벌은 알팔파바구미의 애벌레 몸속에 알을 낳는다. 바구미 애벌레는 자라 고치를 만드는데,이때 몸속의 기생벌 애벌레는 바구미 애벌레를 먹어치운 뒤 고치 속에 자신의 고치를 따로 만든다. 그런데 길이 3~4㎜, 폭 2㎜ 크기에 가운데 흰 띠를 두른 팥알처럼 생긴 이 고치는 놀랍게도 통통 뛴다. 과학자들은 처음 이 기생벌이 고치를 뚫고 나오려고 이런 행동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차츰 고치의 방어 행동임이 분명해졌다. 애벌레는 고치 속에서 몸을 휘었다 폈다 하면서 채찍처럼 고치를 때려 뛰어 오른다.

    일본 규슈대 연구진은 이 기생벌 고치가 언제 점프 행동을 더 많이 하고 그런 행동에 무슨 이득과 손실이 있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는 과학저널 <자연의 과학> 12월21일치에 실렸다. 고치는 햇볕이 쪼이는 곳에서일수록 더 자주 뛰었다. 빛의 강도가 차츰 변하는 장소에 고치를 여려 개 두었더니 대부분 뛰어 그늘 쪽으로 옮겨갔다. 연구자들은 고치가 그늘을 선호하는 것은 고치가 마르는 것을 막고 천적을 피하려는 행동인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햇빛이 비치는 곳의 애벌레는 그렇지 않은 곳보다 사망률이 현저하게 높았다. 온도가 높으면 체온이 상승하고 쉽게 마른다. 그런데 온도가 높다고 애벌레가 점프를 더 자주 하지는 않았다. 대신 온도변화가 클수록 점프의 빈도가 높아졌다. 환경변화에 민감하다는 뜻이다. 습도가 낮은 곳도 피하는 습성을 보였다.
    알팔파바구미에 기생하는 맵시벌의 성체, 알, 애벌레(왼쪽부터). 사진=USDA-ARS

    천적인 개미가 나타났을 때는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 개미가 있는 곳에서는 점프의 횟수가 늘어났다. 개미의 출현을 고치가 어떻게 감지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아마도 진동이나 화학물질로 알아채지 않을까 추정된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그런데 일단 개미와 접촉을 한 고치는 마치 죽은 척하는 것처럼 점프를 일절 하지 않았다. 이 기생벌의 애벌레가 왜 이런 점프 행동을 하는지는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연구자들은 이 기생벌의 애벌레가 고치 안에서 10개월이라는 오랜 기간 지내는 것이 한 원인이라고 보았다. 늦봄에 고치를 만들어 이듬해 3월 말에나 고치를 뚫고 기생벌이 나온다. 그 사이에 고치가 밟히거나 햇볕에 마르고 천적이나 병원체의 먹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른 곤충과 달리 기생벌 어미는 새끼를 위한 최적의 장소를 고를 수가 없다. 새끼를 기를 장소는 숙주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애벌레의 점프 행동은 어떤 대가를 치를까. 연구자들은 점프를 하는 고치는 그렇지 않은 애벌레에 견줘 체중이 2.22% 감소했다는 실험 결과를 제시했다.   적어 보이지만 애벌레의 체중감소는 어른벌레의 체중감소와 적응력 부족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런 행동이 곤충계에 드문 이유도 점프 행동의 대가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Yoriko Saeki et. al., Costs and benefits of larval jumping behaviour of Bathyplectes anurus, Sci Nat (2016) 103:1, DOI 10.1007/s00114-015-1324-1.
              글·사진 조홍섭 한겨레신문 환경전문기자겸 논설위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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