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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뭄] 인공강우탄 쏘아올린 중국 vs 하늘만 쳐다보는 한국

浮萍草 2015. 7. 25. 12:09
    "용왕님 고맙습니다" 용왕 아닌 인공강우 덕에 가뭄 해결하는 중국
    ▲  대공포식 인공강우 발사대에 앉아 있는 중국 기상공무원과 농민들. /주간조선
    난 6월 21일 오전 11시, 중국 남부 레이저우(雷州)반도에서 미사일 네 발이 하늘로 쏘아 올려졌다. 미사일은 다름 아닌 강우촉진입자가 든 인공강우탄. 레이저우반도는 중국 광동성에서 하이난다오(海南島) 쪽으로 삐죽이 튀어나온 반도다. 동남아와 가까워 원래 비가 많다. 올해 레이저우반도의 강수량은 평년 대비 50~70%에 불과했다. 이에 지난 6월 5일부터 인공강우 작업에 착수해 1t 트럭에 탑재된 이동식 발사대를 통해 세 차례에 걸쳐 인공강우탄을 쏘아 올렸다. 결국 이날 인공강우탄을 쏘아 올린 지 4시간 만인 오후 3시,후두둑 하늘에서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날 레이저우 일대에 내린 비는 최대 29.2㎜에 달했다. 레이저우시는 다음날인 6월 22일 시 인터넷홈페이지를 통해 “21일 오후 3시,비가 쏟아지자 천(陳)씨 성의 늙은 농부가 ‘고맙습니다. 용왕님(謝謝龍王爷)’이라고 외쳤다”며“이는 절대 용왕님 덕분이 아니라 세 차례의 과학적인 인공강우 덕분”이라고 자랑스레 밝혔다. 같은 날, 중국 동부 저장성 닝보(寧波)시 상공으로 16발의 인공강우탄이 하늘로 솟구쳤다. 이튿날인 6월 22일에도 다시 하늘로 8발의 미사일이 발사됐다. 닝보시 기상 당국은 인공강우탄 발사 직전 군·민 항공 당국과 함께 미사일 발사 상공 공역 통제에도 들어갔다. 자칫 상공을 비행 중인 항공기가 인공강우탄에 맞을 수도 있어서다. 인공강우탄을 쏘아올린 4개 지점에서 반경 10㎞근처도 인공강우 실험구역으로 지정됐다. 대개 인공강우탄을 쏘아올린 반경 10㎞안에는 하늘에서 터진 미사일 파편들이 함께 떨어진다고 한다. 닝보시 기상국은 홈페이지와 관영 언론을 통해“근처에서 인공강우탄을 발견하면 절대 접근하지 말고 닝보시 기상국이나 주변 파출소로 연락을 달라”는 경보도 발령 했다. 혹시 하늘에서 터지지 않은 불발탄이 낙하했을 경우 자칫 지상에서 터질 위험이 있다. 결국 6월 22일, 닝보 하늘에도 굵은 빗방울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중국기상국에 따르면 닝보시 일대에 쏟아져 내린 비는 최대 59.2㎜. 중대형 저수지의 저수량을 어느 정도 끌어올리기에도 넉넉한 양이었다. 다음 날인 6월 23일,닝보시 역시 관방 SNS 웨이보(微博)를 통해“그저께와 어제 시 기상국이 인공증우(강우) 작업을 실시했다며“이번 강우는 어림잡아 1900만㎥에 달한다”고 밝혔다. 닝보 일대는 그간 평년에 비해 비가 적게 내려 가뭄이 들었다. 닝보시 관내 댐과 저수지 32곳에 저수된 물의 양도 평년의 50%에 불과한 실정이다. 닝보시는 앞서 2013년에도 인공강우탄 15발을 하늘로 쏘아 올려 효과를 거둔 적이 있다. 닝보시 기상국에 전화를 걸어 취재했다. 홈페이지에 불발탄 발견 신고용으로 올라와 있는 전화번호다. 전화를 받은 여성에게 인공강우탄 발사의 구체적인 성과와 소요 비용을 알고 싶다고 했다. 그는 “언론에 공개한 것이 전부”라며“구체적인 것은 묻지 마라”며 전화를 끊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하는 국립기상과학원 응용기상연구과의 한 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쓰는 미사일과 대공포 방식의 인공강우에는 군사기술이 들어간다” 며“발사체 안에 탄약 대신 다른 물질이 들어가는 것으로 군사기술과 똑같아 외부에는 절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인공강우 기술이 가뭄에 빛을 발하고 있다. 닝보와 레이저우뿐만 아니라 휴양지로 유명한 하이난다오의 싼야(三亞)도 지난 6월 22일부터 23일까지 인공강우탄 50발을 하늘로 쏘아 올렸다. 인공강우탄을 쏘아 올리는 지방정부가 워낙 많아서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다. 기록적인 가뭄에 마른 하늘만 쳐다보고 기우제 타령을 하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대가뭄에 국내 최대 다목적댐인 소양강댐이 바닥을 드러낸 지도 오래다. 한국수자원공사(사장 최계운) 소양강댐관리단에 따르면, 소양강댐의 수위는 152.24m.1974년 소양강댐을 준공한 이래 1978년 6월 24일(151.93m)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위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지난 6월 21일 인천 강화도 가뭄 현장을 찾아서 소방호스를 잡고 나섰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안 보인다. 중국은 아예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 차원에서 가뭄 때면 하늘로 인공강우탄을 쏘아 올려 비를 내리게 하는 등 톡톡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최첨단 과학기술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발사도 간단해 보인다. 대개 1t 소형 트럭 위에 장착한 이동식 발사대나 댐이나 저수지 옆에 대공포(고사포) 등을 설치하고 미사일과 포탄을 하늘로 쏘아 올리는 식이다. 이후 강우촉진입자가 든 포탄이 5000~8000m 상공에서 폭발하면서 포탄 속에 있던 입자를 구름 속에 방출해 비를 만들어내는 원리다. 인공강우탄 자체가 그리 비싼 것도 아니다. 2013년 첫 실험에 성공한 저장성 항저우(杭州)시는“7발 발사에 1만7500위안이 들었다”고 공개한 적이 있다. 결국 한 발당 가격은 대략 2500위안(약 45만원) 내외에 불과한 셈이다. 대개 1회 발사에 4~8발 정도를 함께 쏘니,1회 발사에 1만~2만위안(약 180만~360만원) 정도면 가능한 셈이다. 실제 비가 오는지에 상관없이 한번 쏘아 올려 볼 만한 가치는 있는 셈이다. 이 모든 것이 간단해 보이지만 인공강우 후발주자인 한국으로서는 군침만 흘리는 기술들이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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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강우에 관심만 있을 뿐 기술수준 현저히 떨어지는 한국
    ▲  미사일식 인공강우 포대에 인공강우탄을 장착하고 있다. /주간조선
    국의 경우 전체 GDP(국내총생산)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인공강우 기술 개발과 사용에 더욱 적극적이다. 극심한 가뭄이라도 들라치면 농민들이 직격탄을 맞는다. 이에 주로 댐과 저수지 일대에서 인공강우탄을 쏘아 올려 내린 비로 물을 비축하고 있다. 게다가 인공강우를 통해 비가 내리면 더위도 식히고 상공에 가득한 미세먼지(PM 2.5)를 씻어내리는 효과도 있어 너도나도 인공강우탄을 하늘로 쏘아 올리고 있다. 중국의 경우 1958년 여름 동북지방에서 든 대가뭄 때 비행기를 이용한 첫 인공강우 실험에 나섰다. 이후 꾸준한 연구 성과와 실전 노하우를 축적해 가뭄 해갈은 물론 화재예방 등에도 유용하게 활용해 왔다. 1987년 헤이룽장성 일대 대흥안령산맥에 대화재가 났을 때는 인공강우탄을 사용해 비를 불러 화재를 진압한 적도 있다. 중국기상국은 지난해 10월에도“헤이룽장성 대흥안령산맥에서 화재예방 차원에서 인공강우를 실시해 최대 12.8㎜의 비가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3일에는 삼림이 울창한 백두산(중국명 장백산) 일대에서도 지린성 정부가 화재예방용 인공강우탄을 쏘아 올렸다. 2008년 8월 베이징올림픽 때도 개막식과 폐막식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인공강우탄이 발사됐다. 물론 일각에서는 “인공강우탄의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며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인공강우는 항공기나 로켓,대공포(고사포) 등을 이용해 구름 속에 요오드화은이나 염화칼륨을 살포해 비를 내리게 하는 원리다. 이에 어느 정도 비구름이 몰려드는 전제조건을 갖춘 다음에야 비로소 발사가 가능하다. 사실상 비가 내릴 만한 조건이 2% 부족한 상황에서,인공강우탄을 발사해 2%를 충족시킨 뒤 비를 내리게 하는 ‘강우촉진제’ 역할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인공강우가 아닌 ‘인공증우(增雨)’라는 말로 부르기도 한다. 최근까지만 해도 인공강우를 두고“원래 내리려던 비인지, 아니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비인지”를 두고 말들이 분분했다. 어차피 비가 내릴 상황이었는데,지방정부가 인공강우탄을 발사해 마치 비가 내린 것처럼 생색을 낸다는 의심이다. 아무튼 지방정부 입장에서는“가뭄을 해갈하는 비를 불러왔다”며 치적으로 삼기도 좋아 너도나도 인공강우탄을 하늘로 쏘아 올리는 추세다. ‘ 때맞춰 내리는 비’란 뜻의 ‘급시우(及時雨)’는 중국 지방관들의 표상인 수호지 송강(宋江)의 호이기도 하다. 송강은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모델로 삼은 지도자다. 적정한 강우량을 만들어 내는 것도 숙제다. 지난 6월 22일부터 23일까지 17회에 걸쳐 인공강우탄 50발을 쏘아올린 하이난성 싼야에서는 마침 몰려든 태풍과 함께 폭우가 쏟아졌다. 다른 지역의 날씨에 미치는 영향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국립기상과학원의 한 관계자는“맑은 날은 안 되고,구름이 있고,수분도 좀 있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들이 맞아야 한다”며“다른 조건들이 맞아도 약간 비가 증가 하는 정도고 매번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도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과학원(원장 박관영)에서 2000년부터 인공강우에 관심을 보여왔다. 2000년부터 이론 연구에 착수한 뒤 2008년부터는 강원도 대관령 일대에서 매년 소규모 실험연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기술 수준은 이미 50년 전부터 연구에 착수해 실용화한 중국과 러시아 등 인공강우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중국과 같이 강우촉진입자가 든 미사일이나 대공포를 하늘로 직접 쏘아 올리는 방식도 아니다. 태백산맥에 동풍이 불어올 때를 기다려 지상에서 입자를 불로 태운 뒤 상승기류에 태워 구름 속으로 날려 보내는 방식이다. 혹은 소형 항공기를 타고 직접 하늘로 올라가 입자를 뿌리는 방식을 쓰고 있다. 아직 인공강우 관련 연구가 걸음마 수준이다 보니 극심한 가뭄에 실전투입을 하는 것은 아직 엄두도 못 낸다. 잊을 만하면 수시로 가뭄을 겪고 있지만 인공강우 연구에 투입되는 예산도 연간 8억원가량에 불과하다. 인공강우 실험용 비행기를 띄우기는커녕 연구관들 인건비를 주기도 벅찬 금액이다. 이 밖에 지상에 우량계와 레이더 등 각종 장비를 설치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국립기상과학원의 박영산 기상 연구관은“그전까지는 2차 대전 때 쓰던 소형 세스나기를 임차해 써왔다”며“그나마 오는 12월부터는 13인승 다목적 기상항공기를 빌려서 의자를 대부분 뜯어내고 장비를 넣어서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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