浮 - 채마밭/푸드 이야기

K푸드를 이끄는 맛의 과학

浮萍草 2015. 7. 9. 13:17
    전기 밥솥 시대에 밥맛을 결정하는 도정
    현미와 백미 사이의 절묘한 스위트 스팟을 찾아라 밥맛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도정도의 차이’
    신세계푸드 R&D센터
    식은 일반적으로 밥과 국, 김치, 장류 등 기본음식 그리고 반찬류로 구성된다. 그런데 한식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3첩, 5첩, 7첩, 9첩, 12첩반상 등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한 가득 차려진 화려한 반찬의 가짓수에만 주목을 한다. 여기서 첩이란 밥, 국, 김치, 장류 외의 반찬을 말한다. 반찬은 말 그대로 밥에 곁들여 먹는 음식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한식뷔페들만 봐도 메뉴가 90여종이니 100여종이니 반찬과 그 가짓수만 부각 되는 게 현실이다. 한식의 가장 기본음식인 밥이 좀 서운할 법 하다. 한식에서 밥이 빠지면 아무리 12첩반상인들 환상적인 맛은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ㆍ밥맛을 좌우하는 3가지 요인 품종, 밥짓는 방법, 도정도
    그렇다면 맛있는 밥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밥맛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품종과 도정의 정도 그리고 밥짓는 방법 등 세가지로 구분된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통일벼의 보급 이후 쌀 자급자족이 가능해졌다. 이 시기 품종의 개량화로 병충해에도 강하고 맛도 좋은 국내산 쌀들이 개발됐다. 품종에 따른 밥맛의 차이를 일반 사람들이 구분하기는 사실 어렵다. 그리고 밥짓는 방법도 요즘은 전기밥솥이 최적의 밥맛을 내도록 쌀량과 물량 등 미리 계산된 설정 값에 맞게 맛있는 밥을 지어낸다. 그럼 이제 남은 건 도정도의 차이다. 도정은 벼의 겉껍질 왕겨와 겨층(호분층)을 벗겨내 먹을 수 있게 가공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쌀은 백미다. 정미소(RPC)에서 벼를 1차 현미로 도정한 후 2차 백미로 도정한다. 백미와 현미가 아예 다른 종류의 쌀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백미와 현미는 같은 벼의 열매로 도정 과정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도정은 벼 껍질을 어느 정도 벗겨내는가의 정도에 따라 1분도부터 13분도까지 나눈다. 정확히 말하면 백미는 도정의 정도로 나눴을 때 11~13분도에 해당하는 쌀을 뜻한다. 겉껍질인 과피만을 벗겨낸 상태를 1분도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 상태의 쌀을 현미라고 한다. 백미인 10~11분도는 종피는 물론 쌀눈과 쌀겨까지 깎인 상태를 말한다. 최근에는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현미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쌀은 백미다. 경우에 따라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즉석밥에 사용되는 쌀은 더 차 지고 하얗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13분도 도정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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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잠깐. 2차 도정한 백미보다 현미가 비싼 이유가 뭘까? 그 이유는 쌀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현미는 백미에 비해 밥을 지었을 때 질감과 찰기 등 맛이 떨어진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정미소 도정기계는 백미 대량생산체제로 운영된다. 소량 유통되는 현미를 생산, 포장하려면 별도의 생산라인과 인력이 소요되는 등 공정상 효율성이 떨어진다. 현미가 백미보다 비싼 이유이다.
    ㆍ현미 영양분은 많지만 밥짓기 어렵고 맛은 떨어져
    현미 1㎏을 도정해서 백미를 만들면 중량이 890g 정도 되는 이유가 벼에서 약 10% 정도 깎아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백미와 같이 도정을 많이 할수록 밥에 윤기가 흐르고 차 지고 맛있어 지지만 쌀눈과 호분층에 있는 영양분이 제거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웰빙의 영양으로 맛은 좀 떨어지지만 영양이 더욱 풍부한 현미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현미의 영양분은 배아(쌀눈)에 66%, 겨층·호분층·내피에 29%,배젖(배유)에 5%로 분포되어 있다. 이런 영양덩어리 배아가 현미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현미의 수요가 점차 늘고 전자밥솥으로도 현미밥을 지을 수 있지만 백미밥에 익숙한 일반인들이 처음부터 특유의 냄새와 식감이 거친 현미밥에 길들여지기에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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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정의 첨단 기술은 일본 특허
    현미와 백미 사이의 절묘한 스위트 스팟을 찾아라! 일본 9.5분도미 VS 한국 9분도미 도정기계의 정밀도가 밥맛을 좌우해 일본의 도정기술이 한국보다 한 수 위 렇다면 맛과 영양을 모두 살린 쌀은 없을까? 최근 일본에서는 9.5분도미 쌀이 인기다. 종래의 도정법은 백미 공정으로 쌀눈(배아)은 물론 아호분층도 제거해 버렸다. 쌀눈(배아)은 크게 유근, 유아, 배반 등 3가지로 구분되는데 쌀눈 제일 안쪽에 있는 배반에 영양분이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다. 이 배반을 일본에서는 금아(金芽)라고 부르는데 바로 이 금아가 남아 있는 쌀을 일본에서는 금아미(金芽米)라고 부른다. 금아미는 쌀 원래의 감칠 맛을 주는 아호분층이 남아있는 약 9.5분도의 쌀을 의미한다. 일본에서는 바로 9.5분도 금아미로 지은 밥맛이 제일 좋다고 한다. 금아미는 백미처럼 외견상 하얗고 먹을 때 식감이 좋고 영양가도 높다. 그런데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금아미를 맛볼 수 없다. 그 이유는 한국과 일본의 도정기계 정밀도의 차이에 있다. 일본에서도 이 금아미를 생산할 수 있는 도정기계는 특허기술을 보유한 토요(TOYO)사의 정미기가 유일하다고 한다. 금아미 도정법은 쌀의 표면으로부터 조금씩 차례차례 쌀겨 층을 제거함으로써 배아의 맛이 좋지 않은 부분을 없애고 기저부만을 남겨 한층 더 좋은 맛 성분이 있는 아호분층을 남길 수가 있는데 한국에는 아직 이 기술을 보유한 정미기 생산회사가 없다고 한다.
    ㆍ영양분은 살리고, 밥맛도 좋은 9분도미 밥집 생겨나
    최근 한식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국내 외식업계에서도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 품종을 직접 찾아 나서고 그날그날 사용할 쌀을 직접 도정해서 사용하고 맛과 영양을 최대한 살려낸 9분도미를 사용하는 곳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최근 한식열풍을 이끌고 있는 올반(신세계푸드),계절밥상(CJ푸드빌),자연별곡(이랜드) 등 많은 한식뷔페 브랜드들이 생겨나면서 한식의 기본 음식인 밥을 맛있게 짓기 위해 맛과 영양을 고루 갖춘 최적의 도정도를 연구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쌀은 도정을 하는 순간부터 산패가 시작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영양분을 잃어 탄력과 찰기,수분을 모두 잃게 된다. 신세계푸드 한식 브랜드 올반은 현미의 영양과 맛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오랜 품종별 품평 결과를 통해 강원도 철원군과 연계해 1차 도정한 철원오대현미를 직접 공급받아 매장에서 그날 그날 사용할 양을 직접 도정해서 사용한다.
    신세계푸드 한식 브랜드 올반은 전 매장에 쌀을 직접 도정할 수 있는 도정기계를 갖춘 방앗간을 마련해 놓고 철원군에서 공급받은 철원오대현미를 그날그날
    사용할 양만큼 9분도미 또는 10분도미 등 메뉴의 특성에 맞게 도정해서 밥을 짓는다. /신세계푸드 R&D센터

    철원오대미는 다른 품종에 비해 쌀알이 굵고 아밀로스와 단백질, 무기질 성분이 조화를 잘 이뤄 입에 착 달라붙고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특성을 지녔다. 신세계푸드 R&D센터 메뉴개발팀에서는 철원오대미 품종의 특성을 살려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고 현미보다 영양 흡수율도 높고 밥맛이 좋도록 메뉴의 특성에 맞게 도정도의 차이를 두면서 밥이 맛있는 집이라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연잎의 그윽한 향을 살리면서 쌀 그대로의 영양을 최대한 담아낸 연잎밥,제주도톳밥 등은 9분도미로 도정하고 쌈밥과 백미는 입안에서의 질감과 찰기의 정도가 반찬과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10분도미로 도정하여 밥을 짓고 있다. 도정 후 남은 미강은 미강귀리죽, 빙수(콩가루와 섞음), 고추된장박이 등의 메뉴에 활용하면서 건강식의 이미지도 더하고 있다. 삼시세끼 먹으면서도 잘 몰랐던 밥맛의 비결. 이제 밥집에서 진짜 밥이 맛있는지 감별해 보자. 밥을 제대로 짓고 내어놓는 밥집이라면 음식의 기본은 아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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