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마음건강주치의의 심리처방

1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최진실의 자살 소식

浮萍草 2015. 5. 1. 08:00
    화 국제시장을 보면서 나또한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었다. 
    그 세대의 피와 땀으로 훨씬 살기 좋아졌는데 과연 우리는 얼마나 행복해졌을까. 
    갑자기 영양분이 과잉되면 살이 찌면서 신체에 문제가 발생하듯이 경제 성장을 이룬 것만큼 한 개인의 행복은 뒷전이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1년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총 3,728명이었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위의 기록으로 10만명당 33명이 자살한 결과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2000년 이후 자살율이 감소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그동안 자살율이 높았던 헝가리나 일본보다 더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나는 한때 대한자살예방협회 자문위원으로 있으면서“왜 한국만 자살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가. 
    우리나라 자살율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정신과 의사들은 자살은 거의 대부분 우울증을 동반한 상태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서는 몸이 아픈 것은 병원을 바로 가야하지만 정신이 아픈 것,즉 우울증은 자기의 의지가 나약하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병원에서 도움을 받지 않는 이유는 자기 절제와 조절이 되지 않는 수치스러운 질환이기 때문. 
    아이러니하게도 우울증과 같은 신경증이 있는 분들은 오히려 의지가 유난히 강하기 때문에 자기 절제와 통제를 심하게 하고 완벽주의 성향이 많은 것을 종종 본다. 
    우울증은 의지가 약해서 나타나는 마음의 병이 아니라 신경전달물질의 변화가 이미 일어나서 신체적인 증상들을 동반하는 몸의 병인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생각의 전환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우울증이 생긴 것이 잘못이 아니라 우울증이 생겼는데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는 무지와 편견이 잘못이다.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환자./조선일보DB

    두 번째로 생각해 본 것이 바로 한국인들의 정서 '한'이다. 한국인의 정서에는 ‘신바람’ 문화도 있고 함께 응집되는 ‘쏠림’ 문화의 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 그 중 ‘한’이라는 감정은 슬픔을 승화시키고 즐기면서 풀어야 하는 것이지 지식으로 접근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굳이 해결하려들지 않는 것이 슬픔 즉 한의 감정은 우리 민족과 함께 한 역사가 깊은 정서이며,우리와 늘 함께 해온 익숙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받아들이고 스스로 소화해 나가는 것이지 꼭 치료를 받아야하는 질병이라고 여기지 않는 선입견이 우리도 모르게 깔려져 있다. 세 번째 이유는 빠른 경제적 성장을 일구기 위해 일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려서 ‘쉬는 법’을 아예 잊어버렸다. ‘쉬는 날 모하세요?’라는 질문을 보자. ’쉬는 날’이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날,아니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라는 뜻인데,‘무엇을 해야만 한다‘,'바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강박사고를 드러내는 문장이다. 골프를 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원래 골프는 ‘즐기는 운동’이지만 우리는 스코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하는 ‘내기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이루어 내야만 성취감을 느끼는 성취 위주의 평가 역시 스트레스 탈진과 우울증,만성피로로 국민건강을 해치고 있다, ‘쉴 줄 모르는 사회’가 아침에 눈 뜨고 싶지 않다는 불행을 자초한 것이다. 네 번째로 외면에 치중하는 문화도 한 몫 했다. 물질만능주의, 외모 콤플렉스,다이어트 강박은 겉으로 보이는 가치만 중요하고 내면의 가치는 무시한다. 남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고치기 위해 성형수술비 몇백만원을 지불하지만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는 친구와 술 한잔 마시면 해결되는 것인데 왜 돈을 써야 하는가 생각한다. 정신건강의 해결책을 대부분 여성들은 점집,찜질방,사우나,네일샵,피부관리실에서 해결하고 있고 남성들은 술자리,바,유흥업소, 아가씨 접대 문화에서 도움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내면의 가치를 위한 힐링,명상,스트레스해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이것 또한 소비 문화의 한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술을 마시고, 굿을 하고 나서야 병원 문턱을 겨우 넘은 우울증 환자의 말을 들어보자. “차라리 다리가 부러져서 병원에 가는 것이라면 좋겠어요. 질병인데도 눈에 보이지 않다보니 우울증은 나도, 가족들도 인정하지 못하겠어요.” 마지막으로 정신과 진료와 심리상담소의 현주소가 신뢰를 얻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투약 위주의 정신과 진료로 정신과에 가면 약물을 먹여서 중독될 수 있다는 편견과 전문화되지 않은 상담소에서의 경험 역시 한몫을 하지 않았을까. 의료인 가족들조차도 ‘차라리 혼자 알아서 참거나 교회나 절에 가는 것이 훨씬 낫지 왜 정신과에 가야하냐’,‘누가 주위에서 알기라도 하면 큰 일’이라고 정말한다. 지금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이렇게들 생각한다. 치료가 필요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정신과에 가자니 약물 중독이 될까 무섭고 상담을 하자니 상담자의 자격을 못 믿겠다는 것. 정신과 진료의 기록이 남을까봐 의료보험 적용을 하지 않고 일부러 몇 배의 진료비를 내기도 한다. 터놓고 보면, 정신과 의사들조차도 결혼이나 취업,보험가입에 있어서 정신과에 다녀간 기록이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보장하지 못하는 실정 아닌가. 나는 아직도 그날을 기억한다. 나도 믿고 싶지 않았던,아니 믿겨지지 않았던 뉴스. 동시대에 TV에서 친구처럼 친숙한 얼굴로 다가왔던 최진실씨의 자살소식. 그날 이후 진료실에서 ‘나도 최진실처럼 죽고 싶다.’라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자살예방에 대한 강의를 하는데, 젊은 기자가 물었다. “자살을 왜 예방해야하는 거죠?” 생명을 지속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자살의 전염성은 범죄이다. 자살 후 폭풍, 그것은 낙진 효과라고 하는데, 한 사람이 자살을 성공하게 되면 마치 방사능이 노출될 당시에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내려앉으면서 방사능 오염이 되는 것처럼 전체를 다 오염시켜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 살기 힘들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나는 정신과의사를 하면서 지금까지 자살에 대한 언급을 하는 분들은 꼭 서약서를 받는다. 절대로 시도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한 생명 뿐 아니라, 주변사람들까지도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살예방센터 강사는 자신의 노트북에 '자살예방(suicide prevention)’이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고 한다. 그 스티커를 보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한 사람이 다가와서 '내가 지금 당장 자살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말을 붙여서 도움을 연결시켜준 적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이나 아내가 ‘죽고 싶다'라는 말을 한다면 결코 그냥 흘려보내지는 말자. "자살을 왜 생각하고 있는가?" 라고 물어보면서 자꾸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자살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가지고 대처하는 일만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살을 막을 수 있다. 자살예방은 오직 사랑과 관심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질병관리‘의 영역으로 국가적인 예방사업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9월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다. 자살자의 10명 중 8명은 자신의 의도를 은연중에 드러내는데 이는 도움을 요청하는 외침과도 같다. 전조증상을 놓친 주변 사람들은 이에 화가 나기도 하고 죄책감에 빠진다. 자살유가족은 또 하나의 커다란 자살 위험군으로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십분 마다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어쩌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옆에 가족을 잃고 아픔을 감춘 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 심리적인 고통을 겪어왔더라도 실제로 자살을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순간적인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다. 제때 전문적인 지원이 주어진다면 일본처럼 자살율을 우리도 줄일 수 있게 될 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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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은정 DR. 유은정의 좋은클리닉, GOOD IMAGE 심리치료센터 대표 lifestylist@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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