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He 스토리

트렉스타 권동칠 대표의 '신발창'

浮萍草 2015. 3. 25. 09:41
    늘 발만 쳐다보고 다녔더니, 어느새 발냄새도 향기롭더라
    모든 신발은 잘못됐다, 고로 나는 만든다 북극곰이 빙판에서 잘 걷는 것 보고 곰발바닥 연구, 덜 미끄러지는 신발 개발 손 안대고 끈 묶고 푸는 '핸즈프리'도 3년간 20억이상 쏟아부은 끝에 성공 산에서 신발을 전문으로 하는 아웃도어 업체를 운영하는 나는 하루 종일 사람들의 발을 관찰하고 다닌다. 길에서 고개를 숙이고 다른 사람의 발끝을 보고 다니다 부딪치거나 넘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람들을 만날 때도 신발을 먼저 보는 습관이 있다. 한 지인이"제발 신발만 보지 말고 내 얼굴을 좀 보고 이야기하자"고 말할 정도다. 이렇게 하루 종일 신발에 집중하다 보면 발 냄새마저 향기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ㆍ북극곰 관찰해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 개발
    신발은 1980년대 초 부흥하던 산업이었다. 한국은 세계 신발업계를 주름잡는 메카였다. 하지만 '트렉스타' 브랜드를 내놓았던 1994년은 우리나라 신발 산업이 빛을 잃어가던 시기였다. 인건비·재료비 등 원가 상승 문제로 해외 바이어들은 생산 거점을 줄줄이 동남아로 옮겨갔다. 신발 산업이 더 이상 전망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중소 신발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내 생각은 달랐다. ' 인간이 존재하는 한 신발 산업은 영원하다. 그동안 쌓아온 신발에 대한 노하우로 내 자식 같은 신발 브랜드를 한번 키워보자!' 이런 생각으로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집중적으로 관찰해본 결과 건강에 기여하는 신발을 만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패션 제품처럼 멋진 신발을 선호하는 사람 중에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신발은 발을 보호하고 편하게 걸을 수 있어야 한다는 본연의 목적을 잃었기 때문이다.
    부산 녹산산업중로에 있는 트렉스타 본사의 권동칠 대표는 “끊임없는 관찰을 통해 소비자가 인정하고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춘 신발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내가 신발 관찰에 집착하는 이유는 신발이 그 사람의 삶을 담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신발은 그 사람이 어디를 자주 가는지 어떤 생활 습관을 가졌는지 잘 알려준다. 꼼꼼한 관찰 습관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개발로 이어졌다. 신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발창' 이다. 신발창은 지면과 맞닿는 밑창을 말한다.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은 모든 체중이 신발창으로 쏠린다. 발등을 덮는 부분은 문제가 있어도 사람이 별로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신발창은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걸어 다닐 수 없다. 밑창에 문제가 있으면 미끄러지거나 사고가 나고 충격 흡수를 못 해 관절이 아프게 되기도 한다. 2006년 얼음에 미끄러지지 않는'아이스그립 기술' 신발창을 개발한 것은 관찰에서 비롯됐다. 겨울철이면 항상 사람들은 길을 갈 때 엉금엉금 기어가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빙판길이 미끄러워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연히 TV에서 북극곰이 북극의 빙판 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고 잘 걷는 것을 봤다. '왜 곰은 멀쩡한데 사람 신발은 빙판길에서 미끄러질까? 곰 발바닥에 뭔가 특수한 기능이 있는 걸까?' 나는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어렵게 연구 목적으로 곰 발바닥을 구했다. 직원들과 함께 자세히 연구해보니 곰 발바닥은 털이 덮혀 있어서 미끄럼을 방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발톱이 안으로 구부러져 얼음을 잡는 효과도 냈다. 그래서 곰 발바닥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유리섬유를 갈아서 신발창에 넣었더니 빙판에서 미끄러지는 정도를 4배 이상 줄였다. 트렉스타 신발창은 지난 2006년 세계 2위의 점유율을 달성했다. 라푸마·에이글 등 글로벌 유명 브랜드 30여개에도 우리 신발창을 수출한다.
    ㆍ생활 스타일 보면 아이디어 샘솟아
    손을 쓰지 않고 신발끈을 묶고 풀 수 있는 '핸즈프리' 제품도 사람들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한 끝에 개발의 방향을 잡았다. 좌식 문화가 많이 발전한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신발을 벗었다가 다시 신는 일이 잦다. 양손에 짐을 한가득 들고 아이와 집에 돌아가는 주부,앞좌석과의 간격이 좁은 자동차에서 벗어놓았던 신발을 다시 신는 비즈니스맨,상사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빠르게 신을 갖춰 신어야 하는 직장인 등은 신발을 다시 신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한 번 묶은 신발끈에 좀처럼 다시 손대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끈을 묶거나 푸는 시간까지 아껴주는 신발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1분 1초가 바쁜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필요한 제품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핸즈프리 제품이 출시되기까지는 3년여의 개발 시간이 걸렸다. 특히 발로 신발끈을 조이고 풀 수 있는 부품을 신발에 적용하는 것이 어려웠다. 발과 지면 각도가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되지 않거나 사람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장치가 파손되기 일쑤였다. 나는 임직원들과 함께 사람들이 길을 걸을 때 나타나는 다양한 각도 발과 지면의 경사각에 따른 충격력 등을 계산해 1000켤레가 넘는 시제품을 만들어 실험을 진행 했다. 신발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몰드(신발을 만드는 틀)가 필요하다. 한 모델이 실패하면 그 몰드도 같이 버려진다. 1000켤레가 넘는 신발을 테스트하느라 2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 웬만한 실패에는 적응이 되어 있던 임직원들도 지쳐서"이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미친 짓"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나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세상에 없는 걸 만들어야 소비자 발이 편안해진다"며 설득해 3년여간 연구했다. 결국 사람들이 걸을 때 편안하게 느끼는 지면과 발의 각도 평균치 쉽게 파손되지 않는 부품과 신발의 조합을 알아냈다. 이렇게 해서 나온 핸즈프리 장치는 손을 쓰지 않고도 발로 발뒤꿈치 아래쪽 장치를 밀면 자동으로 신발끈이 감겼고 다른 발로 신발 뒤 버튼을 누르면 끈이 자동으로 풀렸다. 이 제품은 올 2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아웃도어 스포츠용품 박람회 '2015 ISPO'에서 '올해의 아시아 제품 대상(大賞)'에 이어 최고상인'황금상(Gold Winner)' 을 수상했다. 흉내만 내려 하면 영원히 1등이 될 수 없다. 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이에게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하라. 그러면 답이 보인다"고 종종 얘기한다. 나 자신이 그렇게 꼼꼼한 관찰을 통해서 새로운 신발을 만들어냈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권동칠 대표는…
    
    권동칠(權東七·60) 트렉스타 대표는 신발 중심의 아웃도어 업체 트렉스타를 연매출 1200억원대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신발맨'이다.
    1955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동아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2년 부산에서 신발업체'세원'에 입사하며 신발과 인연을 맺었다. 
    휴일을 반납한 채 일에 몰두해 입사 6년 만에 회사 총책임자가 된 '악바리'이기도 하다. 
    1988년 트렉스타 전신인 동호실업을 설립했다. 
    당시 딱딱한 신발이 장착된 인라인스케이트 시장에 부드러운 신발을 장착한 제품을 내놓은 것이 히트해 회사가 급성장했다. 
    1997년 자체 브랜드로 제품을 생산하는 '트렉스타'를 세우고 아웃도어 신발과 의류 등을 선보였다. 
    2012년 한국신발산업협회 회장에 취임해 지난해 재선임됐다.

    Premium Chosun ☜      김진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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