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國運風水

진주·자수정·오팔… 보석은 穴土의 순수응결체, 저마다 몸에 좋은 氣를 품었다는데…

浮萍草 2015. 2. 14. 06:00
    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보석 사랑이 대단했다. 
    그녀의 보석들은 크룹 다이아몬드·라 페레그리나·웨일스 황태자·타지마할 다이아몬드 등 역사와 전설을 가진 것이었다. 
    그녀가 훌륭한 것은 보석을 자기 소유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테일러는"누구나 보석을 사랑할 수 있지만 누구도 그것을 소유할 수 없다"면서 보석이 자신에게 준 환희와 사랑의 감동 때문에 잠시 감상할 뿐이라고 했다.
    16세기 스페인 국왕 펠리페 2세가 아내인 영국의 메리 여왕에 선물했던 물방울 진주. 1969년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남편이 그녀에게 선물로 사줬다.

    보석은 땅에서 나는 결정체다. 당연히 풍수와 보석의 관계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 둘의 관계를 알려면 우선 혈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풍수에서 가장 좋은 기가 뭉친 곳을 혈(穴·무덤이나 집터가 되는 곳)이라고 한다. 혈을 중심으로 사방의 산이 감싸고 그 사이에 맑은 물이 흐른다. 우리가 흔히 좋은 땅을 '길지'라고 하는데 이 길지의 특징 중 하나가 혈토(穴土)이다. 풍수고전'금낭경'은 "혈토는 고우면서도 단단해야 하고… 옥을 간 듯해야 하고 다섯 빛깔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또"금·옥·상아·용뇌(龍腦)·산호·호박·마노(瑪瑙)·자수정 등과 같다"고도 했다. 따라서 혈토를 품은 땅은 아름답기 마련이다. 중국의 옛 시인 육기(陸機·261-303)는"옥을 품은 바위산은 광채가 나고 진주를 품은 하천은 아름답다(石蘊玉而山輝, 水懷珠而川美)"고 노래했는데 길지가 바로 그런 땅이다. 풍수 관점에서 보면 혈토는 보석이 되기 이전의 '가능태(可能態)'이다. 보석이라고 하는 '현실태(現實態)'로의 전이 과정인 셈이다. 따라서 혈토는 돌도 아니고 흙도 아닌 비석비토(非石非土)의 상태이다. 반면에 보석은 혈토의 순수 응결체이다. 보석도 아름답지만 혈토 또한 아름답다. 사람들이 길지를 선호하는 것은 그것이 주는 아름다움과 기쁨 때문이다. 화교 출신의 세계적인 보석 디자이너 리팡팡(李芳芳)은 "아름다운 보석과 진주는 대자연이 만들어낸 신비한 작품"이라고 했다. 좋은 땅의 기운이 천차만별이듯 보석들도 기운이 저마다 다르다. 사람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과거 유럽인들은 보석마다 특정한 기(氣)가 있다고 믿었다. 예컨대 자수정을 몸에 지니면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신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속설이 있다. 자수정 와인잔이 만들어짐은 당연한 일. 오팔(opal)은 시력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그것을 패용하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 스톤(eye stone·눈의 돌)'이란 별명이 생겨났다. 대도(大盜)들이 '거사(?)'를 감행할 때 오팔을 패용했다. 토파즈(topaz)도 오팔과 비슷하다. 위급 상황에 토파즈를 지니면 투명인간이 될 뿐만 아니라 더 강한 힘을 준다고 한다. 대도들뿐만 아니라 귀족 출신 장군·기사들이 좋아했다. 또 불면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했으니 잠 못 이루는 귀부인들이 몸에서 떼지 않았을 것이다. 카메오(cameo·각종 보석에 양각한 장신구)를 패용하면 그 조각된 인물이나 사물과 닮는다는 믿음 때문에 많은 귀부인이 좋아했다. '보석의 여왕'으로 불리는 진주는 위장·심장병 등에 좋다고 알려졌다. 중풍을 막아준다는 호박은 노귀족들이 선호했을 것이다(한복 마고자·조끼 단추로 호박이 사용되는 것도 이와 유사한 것 아닐까?). 한편, 동양의 풍수에서 바라보는 혈토관과 서양인들의 보석관에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 서양인들은 혈토의 응결체로서'작은 돌멩이(보석)'를 귀하게 여겨 그것을 몸에 지니고자 했다. 소유자 개인의 기쁨과 행복이 목적이었다. 동양인들은 혈토의 기운으로 가득한 공간(길지)에 거주함으로써 집단(가족 혹은 공동체)의 발복을 꿈꿨다.
    Premium Chosun ☜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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