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옛글에서 읽는 오늘

미제(未濟)와 미생(未生)

浮萍草 2014. 11. 28. 12:11
    칠만 지나면 달력이 딸랑 한 장 남는다. 어떻게 한 해를 마무리할 것인가. 
    계절의 끝자락에서 <주역(周易)>을 읽는다. 제1괘 건괘(乾卦)는 용이 점차 성장하는 모습이다. 
    제1효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용(潛龍)은 제2효에서 모습을 드러내고(見龍) 제4효에서는 간혹 연못에서 뛰어오르기도 한다. 
    급기야 제5효에서는 하늘로 비상한다(飛龍). 
    그러나 제6효에서 분위기가 일전한다. ‘항룡유회(亢龍有悔)’, 높이 난 용은 후회가 있다. 
    이카루스의 추락을 연상시킨다. 
    항룡유회에 관해서,‘상전(象傳)’은“가득 찬 것은 오래갈 수 없는 것(盈不可久也)”이라고,‘문언전’은“궁극의 재앙(窮之災也)”이라고 풀이했다. 
    물극필반(物極必反). 지나친 욕심이 사족을 그리는 어리석음일 수 있고, 후회막심한 재앙을 부를 수 있다. 
    <주역>의 해석은 구구하다. 
    경문을 은말(殷末)·주초(周初)의 역사로 풀이하는 견해가 있다. 
    제1괘를 주나라 문왕의 일생으로 제2괘를 무왕의 은나라 정벌로 해석하고,‘항룡’은 문왕의 죽음으로 해석한다. 
    이 해석에 의하면 항룡유회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회한보다는 미완성의 아쉬움을 의미하고, 그 미완성은 다음 괘인 제2괘에서 달성하게 된다.                                 
    <주역>의 마지막은 제64괘 미제(未濟)괘이다. 
    괘사(卦辭)는 “어린 여우가 물을 건너다 꼬리를 적신다(小狐흘濟 濡其尾)”는 것이다. 
    완성이 아니라 뭔가 결함으로 묘한 여운을 남긴다. 
    ‘상전’에는“군자는 이 괘상을 살펴 사물을 신중하게 분별하여 제자리에 둔다(君子以愼辨物居方)”고 풀이했다. 
    마지막 효사(爻辭)는 “믿음을 두고 술을 마시면 허물이 없으나, 
    그 머리를 적시면 믿음은 있으나 바름을 잃게 되는 것(有孚于飮酒 无咎 濡其首 有孚失是)”이다. 
    ‘상전’은 “술을 마셔 머리를 적시는 것도 절제를 모르는 것(飮酒濡首 亦不知節也)”이라고 풀이했다. 
    마지막 괘에서 강조되는 덕목이 신중함과 절제이다.
    드라마 <미생(未生)>이 화제다. 
    미생이란 바둑에서“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은 상태”를 가리킨다. 
    만약 미생이란 단어를 우리네 삶에 적용한다면, 
    완생(完生)보다 미생이 오히려 더 맞는 말일지 모른다. 
    완성을 향해 자강불식(自彊不息)하지만 종국적 완성으로 종료되기보다 또 다른 시작을 낳으며 계속되는 것이 우리네 삶이기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이냐 9회말 역전이냐 반집승이냐. 
    한 해 마감이 서서히 다가오는 때, 나는 <주역>을 이렇게 읽었다. 
    과욕·과음은 금물, 마무리는 신중하고 절제 있게!
    
    Khan ☜       김태희 실학21네트워크 대표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