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커플링 법칙

8 정자 전쟁

浮萍草 2014. 8. 21. 22:06
    암컷의 끊임없는 수컷과의 교접 욕구
    몸 속의 생태학을 모르고서는 스스로의 몸의 정체성을 알 수 없다. 여기 당신의 몸과 마음,그리고 뇌가 연동되어 빚어내는 다채로운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인간 행동학의 세세한 빛과 그림자를 따라가 보라. 그러면 인간 이해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남녀 관계의 주도권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 대세는 일부다처제인가, 일처다부제인가? - 시 동네에서 전깃줄이나 나무 위에 앉아 있는 까치를 눈여겨 본 적 있는가? 까치란 놈은 자세히 보아도 암수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왜 그런가? 까치는 공작새와는 달리 새끼를 품고 있는 기간에나 새끼를 깐 다음의 새끼 양육에 암컷보다는 수컷의 역할이 크다. 까치 암컷이 알을 품고 있는 동안 그리고 품고 있던 알을 까기까지 그리고 부화된 새끼에게 모든 영양을 공급해야 하는 책임이 암컷보다는 수컷에게 더 지워져 있다. 이러다 보니 암컷이 수컷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까치의 경우에는 수컷이 암컷을 선택하게 된다. 수컷에게 성 선택의 주도권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것은 수컷 까치에게만 부모로써의 투자의무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까치 암컷은 새끼 양육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 경우에 성 선택의 경쟁이 벌어지는 쪽은 오히려 암컷이다. 그래서 까치 수컷은 암컷과 모양이 비슷하다. 왜냐하면 수컷이 공작새처럼 암컷을 유혹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하등 외모를 가꿀 필요가 없게끔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또 까치의 경우 새끼를 키우는 수컷은 키우는 동안 다른 암컷과 재미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부지런히 새끼들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재미를 보러 다니는 것은 오히려 암컷 쪽이다. 이렇게 보면 암컷에게 외도의 기회는 수컷보다 훨씬 많을지 모른다. 로버트 트리버스 교수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부모의 투자 개념은 동물 세계의 생식 경쟁을 이해하는 데 혁명적인 기폭제가 되었다. 생물학자들은 이 혁명적 개념을 다윈 이래 가장 중요한 생물학의 신기원으로 생각할 정도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요즘 유행하는 행동생태학(behavioral ecology)이다. 그러나 트리버스 교수의 새로운 발견에도 다음 문제 하나만은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암컷의 끊임없는 수컷과의 교접 욕구 말이다. 한 번의 교미로 수정이 완성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암컷은 끊임없이 짝외짝과의 부정을 탐하는 것일까? 암컷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하는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의 장으로 남아 있었다. 여기서 새로 도입된 개념이 ‘정자 경쟁’이고 미해결의 문제는 그로써 해답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암컷은 자기 몸속에 들어온 수컷의 정자를 그대로 몸속에 가두어 놓은 채 다른 수컷의 정자를 또 기다린다. 한 놈의 수컷이 와서 정액을 쏟아낸 다음에도 암컷의 다른 수컷 ‘대기 모드’는 변하지 않는다. 암컷은 몇 명의 수컷과 일을 벌이고 나야 만족하는 것일까. 그건 동물에 따라 다르다. 하나로 만족하기도 하지만 조류의 경우 열 마리 또 그 이상의 수컷을 맞이하기도 한다. 문제는 몇 마리의 수컷이냐가 아니라 새롭게 맞이하는 생식관 내에서의 다 다른 수컷들의 그 많은 정액들은 도대체 어떻게 처리되느냐의 문제다. 한 수컷과의 교미에서 그 수컷이 사출해 낸 정액 속의 정자가 암컷의 난자와 만나는 데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암컷이 정자를 저장하는 기간은 동물에 따라 몇 시간,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인간의 정자는 최대 5일 간으로 알려져 있다. 정자의 생식관 속의 체류 시간은 일컬어 ‘정자 저장 기간’이다. 이 기간동안 수컷에게서 받아낸 정자가 생식관 속의 낯선 환경에 적응해 가면서 난자와의 만남을 위해 총력을 다하게 된다. 이 사투 아닌 사투는 수컷이 쏟아낸 정액 속 수천 수억마리 형제 정자끼리 벌이는 난자와의 만남을 위한 경쟁이기도 하지만 또다른 수컷 정자와의 경쟁이야말로 더 치열한 싸움이 된다. 암컷이 교미 상대로 스스로 불러들인 첫 번째 수컷과 그 다음 또 그 다음...으로 불러들인 수컷들이 쏟아낸 정액 속 수억 수십억 정자들과의 싸움은 더 치열하고 더 볼만하다. 과연 그 중에 어느 놈이 난자와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을까. 그런데 이것은 행운으로 마무리 되는 일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자끼리의 싸움은 일컬어 ‘정자 경쟁’이라 한다. 그 요체는 영국의 생물학자 팀 버크헤드의 다음 말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즉“먼저 들어온 놈은 나중에 들어온 놈을 못 들어오게 방어하고 나중에 들어온 놈은 먼저 들어온 놈을 밀어내고 쫓아내는 일” 그게 바로 정자 경쟁의 요체다. 그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놈이 곧 난자와 만나는 월계관을 쓰는 놈이다. 생식관 속 싸움은 암컷이 의식적으로 만들어놓은 경쟁의 장이다. 마치 로마의 검투사들이 경기장에 나가서 자기들이 선호하는 칼과 창을 뽑아들고 사투를 벌이듯이 수컷들의 정자들도 자기들이 좋아하는 수단과 무기를 동원해서 이 싸움에 임한다. 암컷은 마치 로마의 황제가 고소 대처에서 단 아래 밑의 검투사들이 벌이는 싸움을 관람하고 즐기듯 정자끼리의 경쟁을 즐긴다. 암컷들은 이 싸움을 몇 시간 또는 몇 일간 관람하면서 그리고 누가 똑똑한 놈인지 누가 자기 새끼가 될 만큼 건강한 놈인지 그리고 어느 수컷이 자기에게 가장 짜릿 하고 강한 자극을 주었는지를 의식 또는 무의식적으로 기억하면서 정자 경쟁의 승자를 골라낸다. 자연이 암컷에게 준 생식의 논리는 무섭고도 무섭다. 동물 또는 인간 생식관 속에서 벌어지는 정자 전쟁은 한편으론 재밌고 다른 한편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대목이 많다. 특히 인간 몸 속에서 벌어지는 정자 경쟁의 양상이 그렇다. 이 문제의 최고의 권위자인 로빈 베이커와 마크 벨리스는 판타지같은 흥미진진한 실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들이 소개한 바 있는‘살인 정자(killer sperm)’나 태평양 전쟁 때 일본군의 자살 특공대와 비슷한‘카미카제 정자’가 있다는 실험 결과에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 졌었다.
    Premium Chosun        허경구 국제정치문제연구소 이사장 aronge76@naver.com 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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