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가정의학과 전문의 힐링푸드

16 나쁜 유전자의 어미 쥐에 좋은 음식을 먹였더니 새끼는?.

浮萍草 2014. 7. 25. 09:38
    번에는 쥐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해 볼까 한다. 
    음식 얘기를 하다가 웬 쥐 이야기인지 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안심하셔도 좋다. 
    왜냐하면 아주 특별한 쥐들이 들려주는 건강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할 수는 없기에 의학적으로 궁금한 게 있으면 유전자 조작을 통해 특이 기질(비만 당뇨병 등 건강 상태를 유전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을 가지도록 만들어진 쥐들을 대상으로 기초 실험이 이루어진다. 
    의미 있는 결과들은 권위있는 과학잡지에 실리게 되는데 그로부터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메시지를 끄집어 얘기해 보고자 한다.
    ㆍ건강은 유전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미국 듀크 대학교 연구진들은 유전적으로 건강 상태가 결정된 두 종류의 어미쥐를 대상으로 음식을 달리했을 때 새끼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실험을 하였다. 하나는 살이 찌기 쉽고 암에 잘 걸리며 수명이 짧도록 유전적으로 조작된 쥐인데 그 특성을 육안으로 구분하기 쉽도록 흰색 털이 자라도록 유전적으로 설정하였다. 다른 한 쥐는 날씬하고 암에 잘 걸리지 않으며 제 수명대로 살 수 있는 건강한 특성과 검은색 털을 가지도록 유전적으로 설정하였다. 두 종류의 어미쥐들은 새끼쥐를 임신하기 전부터 시작해서 임신기간 내내 다른 종류의 먹이를 먹어야했다. 건강하지 못한 유전자를 가진 흰 쥐는 이소플라본과 좋은 성분을 함유한 먹이를 먹었고 건강한 유전자를 가진 검은 쥐는 몸에 나쁜 먹이를 먹어야했다. 그리고서 각각의 어미쥐들에게서 새끼쥐들이 태어났다. 새끼쥐들은 어떠했을까? 비만과 암 유전자를 가진 흰 쥐 어미에게서 놀랍게도 건강한 유전자를 지닌 검은 쥐가 태어났고 유전적으로 건강한 검은 쥐 어미에게서 건강하지 않은 유전자를 가진 흰 쥐가 태어났다! 건강이 유전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것이라면 흰 쥐에게서는 검은 쥐가 태어날 수 없고 검은 쥐에게서는 흰 쥐가 태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삽화=현누리

    이 쥐 실험은 음식을 달리 먹는 것만으로 어미쥐들이 낳은 새끼쥐의 유전적 특성이 변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건강하지 못한 유전자를 가진 엄마더라도 임신 기간 동안 건강한 음식을 먹었더니 건강한 유전자를 가진 아기를 낳은 반면 건강한 유전자를 가진 엄마라도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은 결과 건강하지 못한 유전자를 가진 아기를 낳은 것이다.
    ㆍ식습관이 유전적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의 경우는 어떨까? 한 때 의학계는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모두 다 밝혀내면 사람마다 미래의 질병을 예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전자 치료를 통해 획기적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인간 지놈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의 유전자 전체를 보여주는 유전자 지도가 밝혀졌고 개개인의 유전자 지도 분석 서비스까지 실용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도 그러한 장밋빛 소식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것은 어쩌면 이러한 프로젝트의 전제가 잘못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왜냐하면 유전적 특성이 영양을 포함한 환경에 의해 변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검은 쥐 흰 쥐 실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기 때문 이다. 사람의 현재의 모습은 그 사람의 타고난 부분(서양의학에서는 유전 정보라 할 수도 있고 동양의학적으로 말하면 체질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만으로 이루어 지는 것은 아니다.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생활 습관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유전자 특성을 파악하면 질병을 정복하리라던 기대는 근본적인 한계를 이미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전자(DNA)는 세포의 핵에서 전달자(RNA)라는 메신저의 암호 코드로 복사된다. 그 후 이 복사 코드에 따라 아미노산이 배열되고 단백질이 합성되어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유전자가 단백질이 되는 과정에 환경적인 요소(온도,산도,영양소)가 영향을 주는데,이로 인해 유전 정보로부터 만들어지는 최종 결과물인 단백질이 달라질 수 있다. 즉 이미 정해진 유전 정보일지라도 환경에 의해 우리 몸의 특성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은 쥐와 흰 쥐 실험은 바로 이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데, 이를 후성 유전학(epigenetics)이라고 한다.
    DNA 단면
    후성 유전학(epigenetics)은 바로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주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전자와 환경은 서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병이 발병을 할 수 있는 유전자가 있어도 환경을 잘 조절해주면 유전자가 발현하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고 건강한 유전자가 있어도 환경적으로 유해한 환경을 계속 접하면 병이 발생할 수 있다.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주는 후성유전학적 요소들 중 중요한 것이 바로 영양이다. 영양소는 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하거나 단백질과 상호 작용하거나 효소와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유전자가 발현되는 과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바로 이것이 이 칼럼을 통해 ‘음식과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ㆍ지금 나의 선택이 다음 세대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쥐들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식습관이 유전적 특성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체질적으로 허약한 사람도 건강한 음식을 통해 타고난 정도 이상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고 건강을 자신하는 사람도 식습관이 좋지 않으면 건강을 지킬 수 없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두 번째 메시지는 나의 식습관이 내 건강뿐만 아니라 세대를 거쳐 내 아이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내가 오늘 먹는 음식이 내 아이의 유전 정보에까지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쥐들이 들려주는 메시지는 특히 미래의 부모가 될 10대 20대의 몸 만들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본인들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건강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의 10대는 학습 경쟁에 떠밀려 아침 식사를 거르고 학교에 가고, 학원을 옮겨 다니느라 패스트푸드로 바삐 저녁을 때운다. 20대는 과도한 다이어트에 매달리며 역시나 패스트푸드의 주요 소비자이다. 10대에서 역류성 식도염이 증가한다는 최근의 뉴스는 이러한 식습관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한 단면일 뿐이다.
    최근 가임기 여성 3명 중 1명 정도로 난임이 증가하고 아토피 ADHD와 자폐증 등 어린이들의 만성 난치성 질환이 증가하는 것을 식습관 문제와 별개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10대, 20대의 식습관은 앞으로 우리나라 미래 세대의 건강까지도 암울한 예측을 하게 한다. TV를 비롯한 각종 매체를 열기만 하면 음식과 건강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고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관심은 높아가는데, 아침 식사 결식률이 증가하는 등 기본은 지켜지지 않는 지금 우리의 ‘음식과 건강 문화’는 무엇이 중요한 지 생각해보게 한다. 식품이나 레시피 위주의 건강 정보에 집착하기보다 지금 내 선택이 나의 건강만이 아니라 세대를 건너 내 아이의 건강까지도 결정지을 수 있다는 깨달음,그리고 기본을 지키는 식습관이 이 무엇보다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Premium Chosun ☜       이경미 MediSolution 대표 drhealingfood@gmail.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