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한국의 아름다운 박물관

파주 영집궁시박물관

浮萍草 2014. 7. 4. 06:00
    “활의 민족, 국궁의 혼을 만난다”
    ▲ 파주 영집궁시박물관 제공
    “우리 민족에게 활은 단지 무기가 아니었습니다. 활쏘기를 통해 임금은 초연한 정신을 입증하고 선비들은 호연지기를 기르며 할아버지와 손자가 친구들이 함께 실력을 겨루고 풍류를 즐기는 멋의 스포츠였지요.” 5대에 걸쳐 가업으로 전통화살 죽시를 만들어온 궁시장 영집 유영기 기능보유자는 2001년 고향과 가까운 경기도 파주에 국내 최초의 활 화살 전문박물관인 영집 궁시박물관을 설립했다. 작은 규모지만 선조의 지혜와 여유가 담긴 활과 화살을 알려 전통 활쏘기 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겠다는 유영기 옹의 소중한 꿈이 담긴 박물관이다. 평생 활을 만져본 적도 없다는 기자의 고백에 유세현 영집궁시박물관장은 짐짓 씁쓸한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우리의 활 문화 전수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47호인 유영기 옹의 아들 유세현 관장은 영집궁시박물관의 공동 관장이자 궁시장 전수 조교로서 27년째 부친의 수업을 받으며 집안의 맥을 잇고 있다. “우리 조상은 물소의 뿔과 쇠심줄,나무를 이용해 각궁이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탁월한 활을 만들어냈어요. 저기 동그랗게 말려있는 것이 각궁의 최초 형태입니다. 저것을 완전히 뒤집으면 우리의 전통 복합궁이 만들어지지요.”

    전시관의 정중앙 진열대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활 각궁의 제작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각궁 제작에는 물소 뿔이 반드시 필요하다. 뽕나무,참나무 등에 부레풀로 물소 뿔을 붙이고 쇠심줄로 활시위를 달면 우리의 전통 각궁이 완성된다. 유럽과 미주 등 서양에서 주로 쓰인 활은 거의 수직에 가까운 나무에 활시위를 달아 반달 형태가 되도록 잡아당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우리 각궁은 둥글게 말린 나무에 물소 뿔을 붙이고 이를 180도 이상 뒤집어 활시위를 달아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게 한다. 화살이 날아가는 위력은 서양의 활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다. “이런 형태의 각궁이 있었기에 현재 양궁 등에 이용되는 개량궁이 나온 것입니다. 활의 양끝 머리인 고자 부분을 보세요. 저렇게 고자 부분이 휘어진 활은 오직 우리 민족만이 갖고 있던 것입니다. 활 고자는 활을 쏘는 마지막 순간 탄성으로 시위에 힘을 가해 화살의 속도를 높이는 기능을 합니다. 서양 쪽에서는 이를 모르고 있다가 우리 활의 위력을 보고 영향을 받게 됩니다.”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신궁 남이(박해일 분)이 사용한 애깃살(편전) 청나라 장군 쥬신타(류승룡 분)가 이용한 육량시 등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또한 화살이 날아갈 때 기묘한 소리를 내는 명적도 전시돼 있다.

    “고구려의 고분벽화인 무용총 수렵도는 잘 알고 계신 그림이죠? 말을 타고 활을 쏘는 궁사의 화살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화살 끝의 동그란 부분이 바로 명적입니다. 일부 영화 등에서는 단지 소리를 내는 신호탄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명적은 표적에 화살촉의 1차 부상에 이어 2차 부상을 입히는 무기의 기능이 있었답니다.” 영집궁시박물관에는 영화 ‘신기전’에 출연한 신기전기화차도 복원돼 있다. 신기전기화차는 수레처럼 생긴 기구에 화약통을 부착한 화살 100발을 꽂은 것으로 적이 일정 거리에 들어오면 불을 붙여 쏘아 올리는 방식으로 이용됐다. 하지만 신기전기화차는 당시 완벽하게 정제되지 않은 화약으로 명중률이 낮아 전투에서 자주 활용된 무기는 아니었다는 것이 유 관장의 설명이다. 또한 연발이 가능한 기계식 활 수노궁도 눈길을 끈다. 석궁처럼 가로로 쏘는 쇠뇌의 일종인 수노궁은 탄창을 부착해 짧은 화살을 여러 개 넣고 손잡이를 잡아당겨 시위가 자동으로 당겨지게 만들어 다연발이 가능하도록 고안된 활이다. 이외에도 영집궁시박물관은 일본,중국,티베트 등 동아시아의 활과 영국,인도,페르시아,아프리카,아메리카의 활도 전시돼 있어 비교 관람이 가능하다. 활과 화살의 전시를 마친 후에는 활 만들기에 도전하거나 박물관 부지 내 간이 활터에서 활쏘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유 관장은“이 모든 것이 전통문화이자 예술인 활과 화살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라며“우리 박물관을 찾은 어린이 중 재미를 느끼고 활쏘기를 취미로 갖게 되는 이들도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활과 활쏘기는 스포츠 이상의 문화유산이다” - 영집궁시박물관 유세현 공동 관장
    영집궁시박물관의 유세현 공동 관장은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47호인 궁시장 영집 유영기 기능 보유자의 아들로서 가업을 잇고 있다. 궁시장 전수 조교로서 27년째 부친의 수업을 받고 있는 유 관장은“활쏘기는 무기,스포츠의 차원을 넘어 우리의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했다. “활쏘기는 예로부터 온 가족이 즐기는 놀이였습니다. 왕실에서는 왕자가 갖춰야할 초연한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취미 생활이었고 선비들은 풍류 속에서 호연 지기를 길렀지요. 하지만 요즘에는 일반인이 활과 화살을 보려면 박물관을 찾아야 해요. 또 개량궁이 등장하며 전통 활을 만드는 장인들도 줄어들었지요. 세계 최고 품질의 각궁을 만들어온 활의 민족이 이렇게 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한 아버지가 영집 궁시박물관을 설립한 것입니다.” 유 관장과 활의 인연은 일상 그 자체였다. 어릴 때부터 화살을 만드는 부친을 보며 활을 가지고 놀았다.
    한 때 다른 일을 한 적도 있지만 1986년부터 유영기 옹의 궁시장 전수 조교로서 화살을 만들고 활을 알리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 “각궁을 제조한 것은 우리 민족만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복합궁을 만드는 기술을 유지하며 지금까지 그 맥을 잇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입니다. 우리마저 이 기술을 보존하지 않았다면 역사상에서 소멸해버릴 수도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의 각궁 제조술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자는 제안도 하고 있습니다.” 국내와 세계 각국의 활을 한 자리에 집합시키고 유영기 옹의 사재를 쏟아 부어 박물관을 설립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유 관장은“대대로 화살을 만들어온 집안이라 선대의 유품 등 우리 활에 대한 자료를 구축하고 있었다”며“세계 활 수집가들에게 한국의 전통 활은 희귀한 컬렉션 이라 관심이 높다. 해외의 활 유물은 우리 자료와 교환하는 형식으로 모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때론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보다도 우리 각궁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활에 대한 인식 때문이지요. 일반인이 즐길 수 있는 놀이가 아니라 특정 사람들이 하는 유별난 취미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활의 민족이라 불렸습니다. 이런 면은 양궁 실력에서 잘 드러나지 않습니까?” 영화 ‘최종병기 활’은 활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유 관장에게 반가운 작품이다. “배우들이 전통 국궁의 활쏘기를 제대로 배웠더라”고 칭찬한 유 관장은“활의 효시, 애깃살 등 화살의 종류,화살이 일회용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 등을 효과적 으로 전달해 반가웠다”고 호평했다. 반면“청나라 장군 쥬신타가 이용한 도끼날 모양의 화살촉은 고구려에서 쓰던 것이니 중국의 화살촉으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 관장에 따르면 현재 각궁의 제조는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각궁의 재료인 물소 뿔,쇠심줄,부레풀 등을 마련하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고 장인들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유 관장은 “오랜 역사 속에서도 한 번도 끊어진 적 없는 각궁 제조술이 복합적인 문제들로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10년 넘게 박물관을 운영하며 우리의 국궁 문화를 알려온 일이 이런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궁극적인 힘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 박물관의 연간 관람객은 8000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곳에 온 아이들은 모두 활쏘기 체험을 하고 돌아가지요. 10년이면 8만명입니다. 이 아이들이 취미를 찾을 때 활에 애착을 갖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일입니다.”

    ㆍ관람안내
    4~9월/ 오전 10시~오후 6시 개관, 10월~3월/ 오전10시~오후 5시 개관 (월요일 휴관. 전화 031-944-6800)/b> 관람료 일반 3000원, 중고등학생 2500원, 초등학생 이하 2000원 홈페이지 www.arrow.or.kr
    ㆍ찾아가는 길
    찾아가는 길 주소 :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242-5 자동차 : 문산방면으로 직진하다가 통일동산으로 진입해 직진. 성동사거리, 헤이리사거리,통일촌삼거리를 지나 법흥삼거리에서 좌회전 후 이정표를 따라 700M 직진

    Segye ☜        글·사진=박민경·한윤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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