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한국의 아름다운 박물관

헤이리 한길책박물관

浮萍草 2014. 6. 27. 06:30
    마음을 살찌우다…
    "책 없는 집은 문 없는 가옥과 같고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육체와 같다.” (키케로) 파주 헤이리 문화예술마을에서도 평일·주말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를 꼽으라면 한길책박물관을 빼놓을 수 없다. 1976년 창립 이후 인문·예술학 출판을 선도해온 한길사(대표 김언호)가 책의 문화, 책의 미학을 대중에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한 장소다. 박물관 앞에는 ‘포레스타(Foresta)’란 이름의 3층짜리 북카페 겸 서점이 자리하고 있다. 책박물관이 주는 낯설고 딱딱한 느낌은 따뜻한 커피향과 함께 금세 누그러진다. 1층 카페를 지나 2~3층은 한길사를 비롯한 여러 출판사의 책들을 진열해놓은 북하우스(서점)으로 이뤄져 있다. 시중보다 10~20%가량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입할 수 있어 방문객들의 호응이 꽤 높은 편이다.
    ▲ 한길책박물관 제공

    층과 층 사이에는 계단 없이 시원스레 비탈이 져 있고,벽면마다 책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독특한 구조의 건물은 알고 보니 유명 건축가 김준성씨가 디자인한 작품. 2008년 ‘제19회 김수근 문화상’을 수상했다. 포레스타 건물 뒤편에는 한길사 김언호 대표가 30년 넘게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1만2000여개의 소장품들을 전시해놓은 한길책박물관이 있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는 말이 있듯 김 대표는 책의 소중한 가치를 일찌감치 깨닫고 지난 35년 동안 동서고금의 문화사·정신사·사상사를 아우르는 인문·예술서를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

    그는 특히 책이 담고 있는 미학적 가치에 주목했다.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책의 단순한 기능에서 벗어나 ‘바라보는 행위’만으로도 독자의 영혼을 살찌우는 예술성에 매료된 것. 2005년 문을 연 한길책박물관에는 16~19세기 유럽의 아름다운 고서들 18~19세기 출판인쇄술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판화와 시대정신 가득한 신문·잡지 등 국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역사적 출판물들이 전시돼 있다. 시대와 지역별로 구분해놓은 아라비안나이트 판본들 손으로 직접 그려 넣은 섬세한 붓터치의 삽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덧 책박물관이 아닌 미술관에 와 있는 느낌마저 든다. 한길책박물관 김혜현 큐레이터는“앞으로 다양한 실험과 시도로 관람객들과의 소통을 추구하려 한다”면서“세계 책의 역사를 한 눈에 꿰뚫어볼 수 있는 전시·기획 전은 물론 관람객들이 북아트와 판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길책박물관에는 19세기 책 문화를 선도한 두 거장의 작품들이 상설 전시전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영국의 토털 아티스트이자 시인·사회운동가인 윌리엄 모리스(1834~1896)가 켐스콧 프레스를 설립한 이후 만들어낸 53종 66권의 책들이 전시돼 있다. 모리스가 평생의 예술동지 번 존스와 함께 만든 ‘초서 저작집’은 인간이 만든 책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한 권의 책’으로 평가받는다. 모리스 생존 당시 기획된 ‘윌리엄 모리스의 예술’과 사후에 간행된 ‘모리스 전집’을 포함해 모리스가 디자인한 여러 종의 천(직물)까지 한길책박물관에서 직접 만나 볼 수 있다. 전설적 화가 귀스타브 도레(1832~1883)의 판화 삽화로 구성된 책들도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성경’ ‘돈키호테’ ‘라퐁텐 우화집’ ‘신곡’ ‘런던’ ‘아라비안 나이트’등은 도레의 명성을 결정적으로 끌어올린 책들이며 종합적인 구성과 극적 장면 연출의 대가로 현대 일러스트 역사에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도 한길책박물관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판본들을 비롯해 윌리엄 터너의 대형 판화집 윌리엄 호가스의 대형 판화집 19세기 후반에 간행된 잡지‘Yellow Book’과 ‘Saboy’,26세로 요절한 삽화가 비어즐리의 책들 20권으로 구성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훈데르트 바서·살바도르 달리·후안 미로 등 세계적인 거장들이 삽화를 그린 성경 등 진귀한 고서들을 소장하고 있다.
    “책은 본래 아름답다” -한길책박물관 김언호 관장
    전직 기자 출신인 김언호(68) 관장은 올해로 책을 만든 지 37년째 되는 출판업계의 거물이다. 한길사 대표이자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책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부터‘아름다운’ 책에 관심이 많았다. 문자는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예술이며 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책은 본래 아름다워요. 원래 미술에 대한 관심도 많았는데 책을 만들면서 그 아름다움에 매료됐죠. 아름다운 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약 20년 전부터 오래된 책이나 판본들을 수집해왔어요. 예술적 가치를 지닌 책,인류 공동의 자산이자 문화유산인 책을 통해 책이 담고 정신,시대정신을 함께 느끼고 싶었죠.” 그가 파주 헤이리에 박물관을 설립하겠다고 마음 먹은 건 1995년 파주 출판도시가 조성되면서부터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모은 책들을 혼자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던 것. 문화예술마을이란 특성을 고려해 박물관에 그치지 않고 서점,갤러리,카페 등을 함께 조성해 복합문화공간으로 기획 했다. “사실 책을 전시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예술적 가치를 지닌 책들이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더러 있죠. 현재 전시 중인 윌리엄 모리스의 작품들도 그래요. 관람객들이 우리 박물관을 찾아와서 ‘책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하는 점들을 느끼고 갔으면 좋겠어요. 한길책박물관에 전시 중인 작품들은 대부분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것들이기에 더욱 가치가 있죠.” 김언호 관장은 앞으로도 주제가 있는 전시나 기획전시를 통해 관람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한길책박물관에는 ‘19세기 파리의 풍자화가’ 5인전을 비롯해 다양한 기획 전시가 열리고 있다. 글 현화영 기자, 사진=한길책박물관 제공

    
    ▶ 관람안내
    개관: 평일 오후 12시~ 오후 6시(주말은 오전 11시 개관, 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 Tel. 031-949-9786, Fax. 031-955-2005 ▶ 찾아가는 길
    주소: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136 버스: 서울-합정역 2번 출구에서 2200번이나 200번 시외버스 이용. 헤이리 1번 게이트에서 하차. 3번 게이트에서 300m 직진 지하철: 경의선 금촌역 하차,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서 헤이리 방향 900번 버스 이용. 금촌역에서 약 25분 소요. 자동차: 자유로에서 일산 이산포IC로부터 15분쯤 지나면 왼편에‘통일전망대’가 보이고 그 위로 지나가는 고가도로를 통과하면 내리막길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이 성동IC. 이곳에서 이정표 ‘헤이리 예술마을’을 따라 우회한 후 첫번째 성동사거리에서 좌회전 하면 헤이리 1번게이트, 3번게이트를 지나게 됨.

    Segye ☜        글·사진 현화영, 한윤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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