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한국의 아름다운 박물관

강릉 커피박물관

浮萍草 2014. 6. 24. 06:30
    악마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커피의 성지'
    ㆍ악마의 유혹인가 검은 진주인가

    1683년 신성로마제국의 수도였던 오스트리아 빈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오스만제국의 군인들이 종교전쟁을 일으켜 쳐들어 왔다. 프란체스코 수도회 산하 카푸친(Capuchin) 분파 소속 마르코 다비아노(Daviano) 수도사는 열정적인 설교와 연설로 기독교연합군의 사기를 드높여 신성로마제국의 수도 빈을 지켜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때 오스만 군대가 버리고 간 군수품에는 500포대의 커피원두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 커피원두로 끓인 검은 물에 우유를 첨가해 마시게 됐다. 이 음료는 카푸친 사제들의 갈색 덧옷과 비슷했고 시민들이 다비아노를 기억하는 의미에서 이를 카푸치노(Cappuccino)라고 불렀다.<커피 이야기, 김성윤> 이렇게 유럽에 전해진 커피를 기독교인들은‘이교도의 음료’‘악마의 유혹’‘사악한 검은 나무의 썩은 물’로 불렀다. 기독교인들 입장에서 이슬람교도는 악마였던 셈이다. 그래도 악마가 전해준 커피는 한번 맛보면 절대로 헤어날 수 없는 강한 유혹을 지니고 있었다. 커피가 전해진 초기에는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커피를 추방해야 한다고 난리를 피웠다. 하지만 커피의 맛과 향에 반한 교황 클레멘트 8세는 커피에 대해'진정한 기독교의 음료'라며 세례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ㆍ고종황제 커피에 빠지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전래된 시기는 19세기 후반,임오군란(1882년) 때로 보는 것이 가장 설득력있는 설명이다. 임오군란 이후 미국,영국 등 서양의 외교사절이 들어오면서 커피의 음다풍속(飮茶風俗)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커피에 대해 기록한 최초의 한국인은 구한말 선각자 유길준(1856~1914년)이다. 최초의 미국 유학생이었던 그는 유학중에 유럽을 순방하며 보고 느낀 점들을 1895년에 발간된 ‘서유견문’을 통해 소개했다.

    한국인 가운데 최초의 커피 애호가는 고종황제라 할 수 있다. 고종은 1895년 을미사변 당시 아관파천(俄館播遷)했다. 이때 러시아 공사관에서 커피를 처음 맛보게 됐다. 그리고 커피의 유혹에 빠졌다. 덕수궁에 정관헌이라는,정자를 짓고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외국공사들과 연회를 갖기도 했다. 이 정자는 지금으로 말하면 '로얄카페' 역할을 했던 셈이다.
    ㆍ한국에도 커피 체리를 수확한다
    우리나라에도 커피열매인 커피 체리(Coffee Cherry)가 수확된다. 커피묘목이 언제쯤 유입됐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도 28년이나 된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왕산리 806-5번지. 옛 대관령길 중턱에 자리한 '커피커퍼'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나무를 비롯해 3만그루의 묘목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국내 온실역사와 같이해 온 이 나무는 제주도 여미지식물원에 있던 것을 옮겨온 것이다. 커피박물관은 최금정·김준영 커피커퍼 대표 부부가 10년 넘게 공을 들인 곳이다.

    휴일이면 이곳 주차장은 관람객으로 장사진을 이룬다. 특히 요즘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방문이 부쩍 늘었다. 국내 최초의 상업용 커피농장과 커피박물관을 보기 위해 외국인들이 대거 찾아온다는 것이 이채롭다. 커피커퍼는 이곳 커피농장에서 체리를 가져다 싹을 틔우고, 묘목을 분양한다. 시기를 잘 맞추어 가면 선홍색 체리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 농장에서는 지난해 원두 500㎏을 생산해 처음으로 상품화했다. 1t을 재배해 체리 상태의 껍질을 벗기고 파치먼트를 말려 탈곡해 생산한 원두다. 비로소 한반도에서 자란 나무에서 원두를 생산하고 산업용 로스터기로 볶아 출시한 커피가 빛을 보게 된 것이다.
    ㆍ강릉에서 프랑스 문호 '발작크'를 만나다
    커피커퍼가 운영하는 커피박물관에는 2만여점의 커피용품들이 전시돼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각종 커피추출기 사이에 진귀한 보물을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의 소설가 오노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가 사용했다는 커피용기가 바로 그것이다. 커피애호가로 잘 알려진 발자크는 하루 12시간씩 글을 썼다고 한다. 그가 글을 쓰는 시간에 커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친구였다. 발작크가 사용한 커피포트와 잔은 커피커퍼의 김 대표가 공들여 수집한 유물 가운데 가장 진귀한 것이다. 박물관에는 각종 커피 추출도구를 사이펀(Siphon) 발명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진열해 놓았다. 사이펀 이전은 구리로 만든 주전자를 주로 사용해 온 터키식주전자와 도자기 잔이 주류를 이룬다. 영국산 스탈링 실버(Sterling silver)용기도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로스팅된 커피를 분쇄하는 필리핀산 나무절구는 소박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고목이 된 커피나무로 만든 것이다. 커피 기기에는 다분히 다양한 종교적인 색채를 가진 물건들도 눈에 띈다. 우리나라에 커피문화를 전해준 일본에서 메이지유신 이후 만들어진 실버웨어들도 보인다. 이처럼 커피유물은 저마다 깊은 사연을 간직한 채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ㆍ생두를 볶고 갈아 커피를 추출하다
    커피박물관 옆 건물로 자리를 옮기면 로스팅 체험관과 에스프레소 하우스,카페가 있다. 로스팅 체험관에선 생두(Green Bean)를 볶아 최고의 맛과 향을 갖게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생두는 시간이 지날수록 색상은 진해지고, 크기는 커지고 향은 짙어진다.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재미가 있다. 팬(Pan)로스팅과 드럼(Drum)로스팅 열풍(Hot Air)로스팅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에스프레소 하우스에는 아주 진한 이탈리아식 커피가 기다리고 있다. 데미타세(demitasse·작고두툼한 잔)에 담아서 마시게 되는데 커피의 순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에스프레소에는 진한 원액으로 입속에 남는 여운을 즐기는 커피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커피나무는 4~5월에 눈보다도 흰 꽃을 토해낸다. 불과 3일정도가 지나면 꽃은 지고 과육이 생긴다. 6개월 정도 자라면 체리를 수확할 수 있다. 이곳에 선 온실재배를 하기 때문에 일년 내내 수확할 수 있지만 4~5월이 제철이다. 이때를 맞춰 커피커퍼는 강릉문화재단과 함께 매년 ‘커피나무 축제’를 열고 있다.
    "우리땅에서 자란 커피를 마시고 싶어 목이 말랐다" - 커피박물관 최금정 관장
    “커피는 곁에 있으면 즐겁고 떨어져있으면 보고 싶은 친구와 같은 존재입니다.” 국내 최초로 상업용 커피를 생산하는데 성공한 강릉커피박물관 최금정 관장은 국산커피 생산에 대해 집요할 정도로 애착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500㎏을 생산해 상품화했어요. 1톤을 재배해 체리 상태의 껍질을 벗기고 파치먼트를 말려 탈곡하면 그 정도 나옵니다. 한국에서 직접 재배해 산업용 로스터기로 볶아 상품화한 것은 우리가 최초입니다.” 최근 강릉은 커피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안목항(강릉항) 주변에 커피전문점만 수십 개에 달한다. 최관장과 남편인 김준영씨가 강릉이 커피도시로 자리 잡게 된 산파라고 할 수 있다. 13년 전 이곳에 커피전문점을 낸 이후 현재 6개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던 최관장 부부가 커피 생산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커피씨앗인 파치먼트를 손에 넣으면서 시작됐다.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커피를 국내에서 재배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집에서 키우게 됐는데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며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최 관장은 지난 2000년 제주 여미지 식물원에서 아라비카 커피나무 50그루를 들여와 커피 농사를 시작했다. 열대식물로 60%가량의 습도를 유지해야 하고 직사광선을 피해야 한다는 식생조건을 맞추기 위해 대관령 아래에 농장을 세웠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다 10년만인 지난 2010년 의미 있는 수확을 거둘 수 있었다. “에티오피아가 주산지인 아라비카 버본종과 티피카종 50kg의 생두를 생산했는데 이것이 국내 첫 대량재배이자 상업용 생산입니다.” 대관령에서 커피가 생산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최관장 부부는 방문객을 맞이하기 위해 농장 인근에 박물관·체험관·카페로 만들었다. 국내 최대 규모인 커피박물관에는 오스만제국의 로스터,유럽의 오래된 커피 그라인더 등 진귀한 커피용품 2만여점을 보유하고 있다. 커피 용품과 사료 등 희귀 유물은 남편 김 대표가 전 세계를 돌며 수집한 것이다. “한국은 커피문화가 뒤떨어졌다는 말을 하는데 박물관을 통해 외국의 여러 문화를 보여주고 싶어 박물관을 만들었습니다.” 최 대표는“커피재배는 물론이고 박물관 등 체험시설을 통해 날로 늘어나는 중국 커피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고 말했다.
    글·사진=김현주 기자
    ▶ 관람안내
    오전 10시~오후8시 개관 / 연중 무휴. 사전예약 (033-655-6644) 관람료(무료시음권 포함) / 일반 5000원, 어린이·경로·4000원 홈페이지(www.visagej.org)에서도 예약 가능 ▶ 찾아가는 길
    주소 :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왕산리 806-5 자동차 :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상산삼거리에서 우회전 오봉저수지방향으로 나와 5km 직진

    Segye ☜        글·사진=김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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