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王의 병을 보면 건강이 보인다

선조-비병(痺病)

浮萍草 2014. 6. 17. 22:35
    피란중 습한 기운에 노출돼 발병 
    료실에 앉아 있다 보면 가끔씩 팔다리에 나타나는 애매한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아픈 것도 같은데 아주 아프지는 않으면서 저린 것 같기도 하고 무거운 것 같기도 하고 시린 것 같기도 하고 뻣뻣한 것 같기도 해서 한마디로 정확하게 느낌을 표현 하기 어려운 병증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병증을 한의학에서는 ‘비증(痺症)’이라고 하는데 현대의 여러 가지 질환들을 뭉뚱그려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선조 26년 8월 30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왕이 이러한 비병(痺病) 증상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얘기하는데,“나는 젊어서부터 병이 많아 반생(半生)을 약으로 연명(延命)하고 있는데,이는 약방(藥房)의 제인(諸人)들도 다같이 알고 있는 바이다. (중략) 비병으로 말하면 몸의 반쪽이 허약한 데다가 안개와 이슬을 맞은 뒤로는 그 증세가 점점 심해져서 오른쪽 수족을 전혀 움직일 수 없고 밤이면 쑤시고 아픈데 손으로 만져도 감각이 없어 마치 마른 나무토막 같으니, 예로부터 어디에 한쪽 수족만 가진 임금이 있었던가”라고 호소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비증을 3가지의 분류로 나누어 치료한다. 실제 ‘내경’에 “황제가 비증은 어떻게 생기는가?”라고 물으니 기백이 답하기를“풍(風),한(寒),습(濕) 3가지의 사기로 생긴다”고 하였는데, 그중에서 풍사(風邪)가 심한 것을 ‘행비(行痺)’라고 하고 한사(寒邪)가 심한 것을 ‘통비(痛痺)’라고 하며 습사(濕邪)가 심한 것을 ‘착비(着痺)’라고 한다고 기록돼 있다. 여기서 풍비의 경우에는 통증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나타나는 것이 특징인데 병의 예후가 빠르고 신속하며 바람을 맞았을 때 증상이 심해진다. 또한 한비의 경우에는 통증이 심한 것이 특징인데 차가운 기운을 맞닥뜨렸을 때 통증이 심해진다. 그리고 습비의 경우에는 무겁고 둔한 느낌이 드는 것이 특징인데, 습한 곳에 있을 때 심해지는 경향성이 있다. 선조의 경우에는 원래 타고난 바탕이 허약한 데다 안개와 이슬을 맞아 증상이 심해졌다고 한 것으로 미뤄 보아, 습사로 인한 ‘착비’였을 가능성이 높다. 선조 26년 6월 22일의‘왕조실록’기록을 보면,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해 주는 구절이 나온다. 왕이 정원에게 전교하기를,“내가 남의 말을 잘못 듣고서 이와 같은 더위와 장마 속에 경솔히 길을 떠나 중로에서 고생한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이 고을에 이르러서는 온갖 곤욕을 많이 겪었다. 이런 것들은 족히 말할 것이 못 된다 하더라도 이 땅을 살펴보니 매우 비습하다. 나는 본래 풍습병이 있어서 그날그날 겨우 지탱해 왔다. 만일 이 고을에 오래 있으면 반드시 ‘습비증(濕痺症)’에 걸릴 것이므로 하루가 3년 같고 한곳에 앉아 있는 것이 바늘방석에 앉은 것 같다”고 하였다. 즉 선조는 평소 몸이 허약한데, 전쟁으로 인해 피란을 다니다보니 습한 기운에 노출돼‘습비’즉‘착비’증상이 나타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한의사들이 진단을 할 때,환자가 사는 곳을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바로 이러한 경우 때문에 물어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습한 곳에 사는 사람에게 다리가 저리고 아픈 증상이 나타나면 선조와 같은 ‘착비’ 증상을 의심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가 정확한 진단을 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사는 곳이나 직업 등도 다 파악해야만 하는 것이다.
    Munhwa ☜       장동민 하늘땅한의원장 www.okskyla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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