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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통일에 대한 갈망과 집념(上)

浮萍草 2014. 6. 3. 10:41
    소떼 몰고 방북한 정주영
    "통일 비용만 부담으로 여기는데 분단 비용은 왜 생각 안해?"
    1998년 6월 16일, 정주영 회장은 83세의 노구를 이끌고 평생 그리던 북쪽의 고향을 향해 500마리의 소떼를 몰고 온갖 살상과 파괴의 무기로 동족끼리 서로 대치하고 있는 휴전선을 걸어서 넘었다. 반세기가 넘는 분단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소는 큰 몸집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가장 비폭력적이고 인내심이 강하다. 그리고 근면과 희생정신의 상징인 가축이다. 그는 이데올로기를 떠난 순수한 한민족 민초의 상징을 소에 부여한 것이다. 여생을 얼마 안 남긴 그가 소떼를 이끌고 휴전선을 넘은 것은 남북한 동포 그리고 세계를 향하여 통일의 열망을 알리는 그의 마지막 절규였고 세기적인 시위였다. 특히 말년에 정회장의 통일에 대한 갈망과 집념은 거의 신앙에 가까운 것이었다. 다음은 그가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여러 계재에 측근들에게 피력한 통일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정리한 것이다./필자
    ▲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1998년 10월 27일 오전 통일대교 부근에 마련된 환송행사장에서 소의 고삐를 잠시 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조선일보DB
    "생각해보면 인간은 참 어리석은 데가 많아. 거기에는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마찬가지야. 이데올로긴가 뭔가 하는 것이 도대체 뭐야. 제가끔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내 놓은 것인데 그 결과가 뭐야? 서로 내세우는 이데올로기로 생긴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더욱 큰 모순은 이런 비참한 전쟁으로 고통 받고 목숨을 잃는 희생자들은 대부분 ‘이데올로기’의‘이’자도 모르는 민초들이고 노인들이고 어린이들이고 부녀자들이란 말이야. 잘 들여다보면 각기 추종자들이 내세우는 이데올로기가 정말 백성을 위하는 건지 저희들 기득권 쟁취를 위한 구실인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 이런 모순에서 초래된 비극이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어. 북한 사람들이 누구야 ? 다 김씨,이씨,박씨,정씨,최씨들 아닌가 ? 남한의 우리들하고 말이 다른가 피부색이 다르길 하나. 그런데 비참한 살상의 전쟁을 치른 후 반세기가 넘게 지난 지금까지 나라 땅 한군데를 떡 갈라놓고 피붙이 부모형제 처자식간에 만나게 하기를 하나 죽었는지 살았는지 마음대로 소식을 전하게 하나. 이것은 외세의 영향이 어쨌건 결국은 우리 민족의 수치야. 인륜에 대한 배반이야. 통일은 가능한 한 가까운 장래에 성사되어야 해.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우리 사회의 정치하는 사람이나 지식인들까지 이렇게 절실한 통일문제에 대해 너무 소극적이고 좁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도리어 통일에 대해서 두려운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아. 그런 생각의 이유 중 하나가 소위 통일비용에 대한 부담인 것 같은데 아주 잘못된 생각이라고 생각해. 왜 엄청난 분단 비용은 생각 못해? 매년 늘려야 하는 국방비 부담과 한창 나이에 학업이나 일 할 나이에 모든 것을 중단하고 군복무를 해야 하는 젊은이들을 생각해봐. 그 기회 비용이 얼마야. 북한은 일반 사람들의 비참한 생활 실상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하지. 또 하나 아주 중요한 게 있어. 그것은 통일이 가져오는 엄청난 통일 이익이야. 통일이 되어서 우리나라 국력이 한층 강력해지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저희들의 영향력과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우려하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 같은 나라들이 걱정할 일이야. 그러나 우리들이 통일에 대한 부담을 걱정하는 것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아주 잘못된 생각이야. 통일이 가져다 주는 이익에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것들이 있어. 북한에는 발전이나 제련 등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유연탄,철광석,동,희토류 등 중요 광물 자원이 약 7000조 원어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 그런데 이런 자원들은 남한에는 거의 없어서 우리나라에서 지구 정 반대 쪽 브라질에서 까지 막대한 외화를 쓰며 수입해 온단 말이야. 그런데 북한은 돈도 없고 기술도 부족해서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제대로 개발하지 못하고 있어.
    ▲ 1998년 10월 30일 밤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오른쪽)의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를 받문한 북한의 김정일이 정 명예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현대그룹 제공

    또 한가지 중요한 게 있어 그 것은 북한의 노동력이야. 그 동안 북한 정권이 북한 사람들에게 몰아부친 강도 높은 노동 동원으로 단련되어 있어서 북한 노동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근면하고 생산성이 높은 노동력을 가지고 있어. 남한이 가지고 있는 기술,자본,경험,세계 시장 기반,경영 능력을 북한의 노동력과 결부시켜 봐. 그 경쟁력이 얼마나 대단하겠나. 일본이나 중국이 두려워할 일이지. 이렇게 되면 북한 사람들이 소득이 올라가고 생활 수준 향상을 위해 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에 대한 구매력이 크게 늘어날 것은 당연한 일이지. 남북한을 통 틀어 7000만 인구의 활발한 내수시장이 생기게 되는 거지. 여기엔 중요한 정치적 의미도 있어. 북한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올라가면 그들이 살고 있는 체제와 정치현실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생기게 되어 있어. 민주화에 대한 의식이 자연히 싹 트는 것이지. 배고픈 사람이 많은 사회에서 공산주의가 잉태되지만 정작 배 부른 사람이 많아지게 되면 공산주의가 자리를 잃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사람들이 서로 왕래하고 경제협력이 원활이 이루어지는 것이 가능한 수준의 통일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돼. 너무 늦으면 안돼. 왜냐하면 북한도 도로도 넓히고, 발전소도 짓고 항만 건설도 해야 하고 광산 개발도 해야 하는데 돈도 없고 기술도 없어. 당연히 중국이나 러시아에 손을 내밀게 되어있지. 그렇게 되면 나중에 통일이 되어도 이러한 사업은 그들의 기득권으로 그대로 남아있게 되거든. 통일이 늦어질수록 남한의 사업기회는 그만큼 그들에게 선점 당하는 결과가 되어버려. 그런데 북한을 접근하는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어. 그것은 정부 차원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어떤 좋은 협력제안을 해도 대개는 속으로야 어떻든 거부를 하거나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게 되어있어. 정치적으로 체면과 위신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지. 왜냐하면 그들이 밤 낮으로 북한 사람들에게 남한국민들이 고생하고 못사는 것으로 귀에 못이 배기도록 선전을 해놨는데 그런 남한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정치적으로 얼마나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되겠어. 체제유지에 위협이 될 수도 있지. 그러나 민간이 나서면 북한의 부담이 덜하게 되지. 여러 가지 명분 구실을 붙일 여지가 많이 있거든. 교류도 비정치적인 분야인 스포츠,문화,관광 같은 분야를 많이 내세워야 해. 경제 분야는 우선 북한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나 그들이 추진하는 수출자유지역 사업,국제관광시설 개발 같은 것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어. 사회간접자본 건설 사업이나 광산개발 사업 같은 것은 분위기가 성숙되면서 기회를 보면 돼. 중요한 것은 어찌됐던 더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고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해. 관광사업이 단순한 수익사업 차원을 넘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정치적인 부담이 적은 일들부터 시작해 자주 만나면 서로를 알게 될 기회도 많아 지게 되지. 그러면 서서히 경계심도 늦춰지게 되고 신뢰감도 쌓이게 되지. 물론 지금까지 체험한 것 같이 북한의 체제 특성상 중간 중간에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 일이 생길 것 이야.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걸 두려워한 나머지 위축되어선 안돼. 역사 흐름의 대세는 통일로 가고 있기 때문이야. 문제는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통일이 되느냐 하는 거야. 그리고 결국 그것은 우리 손에 달려있어.”
    Premium Chosun         박정웅 메이텍 인터내셔널 대표 ltjw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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