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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의료정보 애니메이션 제작, 의사 출신 정희두 헬스웨이브 대표

浮萍草 2014. 6. 2. 11:02
    Dr. 정의 처방전은 '그림'
    복잡한 내용 환자에게 쉽게 전달 … 진료의 질 향상, 대형병원들 계약
    ▲ 의사가 환자들에게 애니메이션을 통해 치료·수술 방법과 주의사항 등을 안내할 수 있도록 한 ‘애니메이션 처방전’ 제작자 정희두 헬스웨이브 대표.서울대 외과
    전문의 출신인 정 대표는 다음 달 의사·환자용 모바일 메신저 ‘헬스 브리즈’도 출시할 계획이다. 최승식 기자
    1998년 어느 가을날 오전 3시 서울 대학로 서울대병원 입원실. 여자는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라 “당장 병원장 불러 안 나오면 병원 고소할 거야”라고 소리쳤다. 담도에 종양이 발견돼 검사를 받기 위해 입원한 지 2주가 지났지만 그녀에게 검사 내용과 수술 계획에 대해 설명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응급실-영상의학과-입원실을 왔다 갔다 한 환자는 “병원을 못 믿겠다”며 수술동의서를 작성하지 않고 버텼다. 외과 레지던트 1년 차 ‘정 선생’이 나섰다. 흥분한 환자 옆에 앉아 연필을 든 그는 A4 용지에 신체장기 그림을 그리면서 수술로 어느 부위를 잘라낼지 향후 치료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그림으로 설명했다. 십여 장의 A4 용지가 눈앞에 쌓였다. 동이 틀 때까지 세 시간 동안 설명을 다 듣고 난 환자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 수술동의서를 찾았다. 그리고 며칠 후 이 환자는 “내 말에 귀를 기울여줘 고맙다”며 ‘정 선생’에게 넥타이를 선물했다. 의료 애니메이션 콘텐트로 전 세계 의료·정보기술(IT)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헬스웨이브 정희두(41) 대표의 얘기다. 헬스웨이브는 질병 정보와 수술 방법 부작용 등 환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의료 정보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IT 기업이다. 의료진이 환자의 상황에 맞는 애니메이션을 환자의 휴대전화에 전송해주면 환자는 자신의 질병과 치료 방법 향후 계획 등을 이해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가령 내시경으로 갑상샘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내시경 갑상샘 수술의 안내와 향후 주의사항’을 애니메이션 속 의사 캐릭터가 친절히 안내해주는 식이다. 어려운 의학용어로 가득한 종이 브로슈어를 사실상 대체하는 ‘애니메이션 처방전’인 셈이다.
    ▲ 헬스웨이브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처방전’ 화면.
    현재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분당서울대병원·강남차병원·울산대병원 등 대형병원들에서 유명 중소·개인 병원 수십 곳이 애니메이션 900여 개가 담긴 프로그램(하이차트)을 쓰고 있다. 정 대표는 “의사 시절 환자들에게 수술동의서를 받는 게 다른 의사들은‘시간 많이 걸리고 힘들다’고 하는데 저는 환자를 이해시키는 일이 더 보람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쁜 응급실에서 몇 시간씩 환자·보호자에게 시간을 쏟는 그는 선배들에게 혼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환자들과 대화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의사 앞에서는 말문이 막히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찾은 부정확한 의료 정보에 의존하는 환자들 이런 환자에게 쉽게 설명할 방법을 모르는 의사. 어떻게 하면 이들이 소통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런 고민을 풀어줄 열쇠는 그의 손끝에서 나왔다. 미술교사이던 어머니 영향으로 뭔가를 그리고 만들어내는 일을 좋아했다. 외과 레지던트 시절 ‘의료계의 이원복(만화『먼 나라 이웃 나라』 저자)’ 교수를 꿈꾸며 의료계 전문지에 만화를 연재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의료 애니메이션 제작에 뛰어든 것은 2003년부터였다.
    충북 음성군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던 당시 조류독감이 충북 지역 양계농가를 강타했다. 당시 만화(카툰)가 아닌, 동영상(애니메이션)의 힘을 확인했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한 당시 충북대 의학정보연구센터와 함께 애니메이션 팀을 조직했다. ‘닭을 사시미로 먹지 않는 한 사람이 조류독감에 걸릴 위험은 없다’는 내용을 담은 애니메이션은 불안감을 가라앉히는 데 톡톡한 효과를 발휘했다. 그때 만난 애니메이션 제작 팀들이 지금도 함께 일한다. 하지만 현실은 척박했다.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돈을 벌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06년 공중보건의를 마치고 정식으로 회사를 세웠다. 하지만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했다. 정부에서 발주한 용역 사업을 닥치는 대로 따왔지만 납품하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사비를 털고 빚을 내서 회사를 운영했다. 정확한 의료지식을 알고 있는 전문의가 참여한 고품질 애니메이션이었지만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당시엔 병원들도 환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애니메이션 사용료 정도는 내겠다는 의지도 예산도 없었다. 결국 시간이 흐르길 기다려야 했다. 심장·폐·대장 등 신체 장기를 비롯해 혈액 세포 등 만들어놓은 그림들이 쌓일수록 새로 그려야 하는 콘텐트가 줄어 원가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파산 직전의 위기를 수차례 거듭하고 2010년 다시 파산을 일주일 앞둔 때 기적같이 투자자를 찾았다. 유전체 분석업체 마크로젠 서정선 회장이 헬스웨이브의 잠재력을 보고 7억원을 투자했다. 때마침 국내에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했다. 병원들도 차츰 디지털 콘텐트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11년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삼성서울병원·강남차병원 등 대형병원들이 월 300만~500만원의 이용료를 내고 헬스케이브 프로그램을 찾기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해당 병원의 의사와 환자 모두가 수십 년 묵은 체증을 해결한 듯 만족스러워했다. 진료실에서 의사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먼저 자신의 질환에 대한 애니메이션을 보고 진료실에 들어간 환자들은 의사와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기존에 말이나 문서로 환자에게 설명하던 때에 비해 진료시간을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헬스웨이브의 콘텐트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하는 의료 지식의 내용이나 의사·환자 사이의 소통 스트레스는 비슷하기 때문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병원은 올해 초 헬스웨이브와 제휴를 맺고 헬스웨이브의 애니메이션 콘텐트를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 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의 유명 병원에서도 시범 서비스 중이다. 정 대표는 “국내에선 리베이트로 의심받을까봐 광고 기반 사업을 할 수 없지만, 해외에서는 병원과 환자들에게 의료 애니메이션을 무료로 제공하고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년간 허리띠를 졸라매며 만들어놓은 애니메이션 콘텐트들이 900여 종에 달해 가격 경쟁력은 세계 최고다. 일부 특수한 경우를 빼고는 서울대병원에서 쓰는 갑상샘암 수술 안내 자료를 미국 존스홉킨스대 병원에서 그대로 써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속 의사 캐릭터의 가운에 들어가는 로고나 언어, 등장하는 의료진·환자 캐릭터를 인종별로 바꿔주면 된다. 이 같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2월에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100% 출자해 설립한 스타트업 전문투자사 케이큐브벤처스가 헬스웨이브에 5억원을 투자했다.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는“암·고혈압·심장병 같은 주요 질환에 대한 진단·치료·수술법은 표준화돼 있는데 의사 출신 제작자가 만든 고퀄리티의 의료 애니메이션 을 보유한 곳은 헬스웨이브가 유일하다”며“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비슷한 스타트업이 생기는 추세이지만 11년간 축적된 헬스웨이브의 콘텐트 경쟁력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제 정 대표는 글로벌 헬스케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준비하고 있다. 일종의 ‘헬스케어판 카카오톡’이다. 의사와 환자가 애니메이션 같은 콘텐트는 물론이고 각종 환자 맞춤형 의료 정보나 애플리케이션 정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SNS 앱 ‘헬스 브리즈’를 오는 7월 미국에서 출시한다. 정 대표는 “건강에 대한 관심은 글로벌하게 커지고 있다”며“의사와 환자가 서로 소통하고 수준 높은 건강 정보가 있는 글로벌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들어낼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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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박수련 기자 africasun@joongang.co.kr /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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