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퍼스트 펭귄

13 경북 문경 효종원 대표농부 이원규씨

浮萍草 2014. 5. 12. 11:02
    한 알에 800원, 내 사랑 오미자
    ▲ ‘효종원’에서 오미자를 가지치기하고 있는
    이원규 대표.그는“꽃을 보니 올해 농사가
    아주 잘될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울대 김난도 교수는『트렌드 코리아 2014』와『김난도의 내일』에서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블루 칼라’와 창의성 ·혁신을 추구하는 ‘화이트 칼라’를 결합한 ‘브라운 칼라’의 등장을 얘기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오미자 농원 ‘효종원’의 이원규(44) 대표는 이런 브라운 칼라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그의 명함엔 효종원의 ‘대표농부/대표이사’라고 새겨져 있다. 그는 해마다 3~5월과 8~9월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나머지 기간엔 오미자를 명품 브랜드로 키우는 것을 지휘하고 있다. 이달 7일 찾은 경북 문경의 효종원에는 4만9500여㎡(1만5000평)의 오미자 밭이 산비탈을 타고 해발 650~700m 높이에 펼쳐져 있었다. 대부분 2000~3000평 규모인 이 일대 오미자 농원들의 5배는 족히 넘는 규모다. 효종원에선 주변 다른 밭보다 단위 면적당 3배 많은 오미자가 난다. “끊임없이 가지치기를 해주고 자식같이 살피고 개간하기 힘든 산비탈에 야생 오미자가 자라는 환경을 그대로 재현해 농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오미자는 원래 야생에서 자라던 식물이다. 자생하는 열매를 채취해 말려서 한약재로 썼다. 그만큼 귀하고, 고가였다. 그러다가 2000년대 초부터 농사가 시작됐다. 사람이 재배하기 시작한 지 10년 남짓밖에 안 됐다. 오미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던 이 대표와 오미자의 인연은 다소 ‘운명적’이다. 은퇴 후 등산을 다니던 아버지 이효일(74)씨는 문경 황장산에 등산을 갔다가 오미자 밭을 보고는 연고도 전혀 없는 이 지역에서 오미자 농사를 시작했다. 화전을 하다가 버려진 첩첩산중 땅 4000평을 맨손으로 3년 간 일구었다. 충남 공주에서 한약재상을 하던 할아버지로부터 어릴 때부터 야생 오미자 약재의 좋은 점에 대해 들었는데 오미자를 농사로 재배할 수 있다니 새 세상이 열렸구나 싶었다고 한다.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 후 외국계 사모펀드가 투자한 상장회사에서 기획조정실장으로 잘나가던 이 대표는 아버지가 고생하는 게 싫었다. 농사로 허름해진 아버지의 차림새와 산속에 움막집을 짓고 사는 것도 부끄러웠다. 아버지의 결정에 반대해 2년간 연락을 끊고 살다가 그만하시라고 설득하려고 2009년 아버지의 오미자 밭을 찾았다. 그러곤 오미자의 성공 가능성을 믿게 됐다.
    ▲ 이원규 대표는 오미자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유명 셰프들과 컬래버레이션(협업)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위부터 급속 냉동한‘오미자
    생과’,레스토랑 h450의 남정석 셰프가 개발한
    '오미베리 스노우아이스’,남 셰프가 만든
    오미자 마카롱(프랑스 과자). 사진 효종원
    회사를 그만두고 2010년 영농법인 효종원을 설립했다. 아버지 이름 중 한 글자인‘효’이듬해 운영하던 무역회사를 접고 오미자 농사에 함께 뛰어든 형 종규씨의 이름 중 한 글자‘종’이 대표의 이름 중 ‘원’을 따 회사 이름을 지었다. 아버지가 빌려 개간한 땅의 명의를 정리하고,일대로 농원을 넓혔다. 단순히 오미자를 재배하는 데에서 벗어나 오미자의 가치를 알리고 제품화하는 일에 정성을 기울였다. 이 대표는"포장지나 박스에 생산자 이름과 사진을 넣은 농산물 지역 브랜드를 가진 농산물은 많지만 생산자에 대한 정보.브랜드 이미지까지 알리는 경우는 드물다” 며“생산자 이름만 보고 품질을 믿어줄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으려면 제대로 기본을 지키는 농사를 해야 한다. 이 대표의 아버지·형과 직원 두 명이 넓은 효종원을 일일이 손으로 관리하는 이유다. 그리고 ①제대로 오미자의 가치를 알리고 ②먹는 형태와 제품을 다양화하며 ③대형마트 같은 일반 유통채널이 아닌 젊고 트렌디한 유통 채널을 확보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9월 수확되는 오미자는 따자마자 짓무른다. 그래서 그간엔 집에서 우려 먹도록 말린 형태로 유통됐다. 이래서는 고급 식재료가 될 수 없었다. 이 대표는 1억여원을 들여 디자인 전문업체에 의뢰해 효종원 기업이미지(CI)와 패키지 디자인을 만들었다. 회사 설립 이듬해 매출이 1억원 남짓했던 상황에서 엄청난 투자였다. 집에서 담그는 청보다 설탕을 30% 줄이고 유효 성분을 최대한 추출할 수 있는 저온추출 공법으로 만든 오미자청 생산을 시작했다. 세련된 병에 담긴 효종원 오미자청은 백화점에 입점돼 고가에 팔려 나간다. 2011년 1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25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4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엔 효종원에서 생산된 50t 물량으로는 모자라 문경 일대 오미자를 100t 수매했다. 주변 농가에 재배법을 알리고 협력 농가 형식으로 오미자 재배 양을 늘리고 싶어 한다. 올해엔 강원도에 5000평 규모의 제2 농장도 준비하고 있다. 해마다 재배 면적을 5000평 정도씩 늘리는 게 꿈이다. 이 대표는 오미자를 진정으로 사랑한다. “단순히 건강식품으로 보기엔 신맛과 단맛이 어우러진 남다른 세련됨이 있어 다른 베리류와는 격이 다르다”고 확신 한다. 그래서 미국서 최근 인기몰이 중인 아사이베리·고지베리(한국의 구기자)처럼 수출을 위해 ‘오미베리’라는 브랜드도 만들었다. 예쁜 유리병에 담긴 ‘오미베리 RTD(바로 사서 마실 수 있도록 포장한 음료)’를 콩부인·씨네드쉐프·메조디파스타 등 유명 카페와 레스토랑에 최근 공급하기 시작했다. 오미자를 젊은 층에 알리려는 노력이다. 유명 레스토랑 셰프들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압구정동 ‘h450’ 남정석 셰프가 개발한 오미베리 빙수,오미베리 샹그리아 등 레시피 8종을 내놓기도 했다. 소비자에게 말리지 않은 형태의 오미자를 알리기 위해 조심스럽게 따서 바로 급속 냉동한 생과 제품도 2012년 내놨다. 따자마자 영하 140도로 질소 냉동한 제품이다. 열매가 익은 후 2주 안에 일일이 사람 손으로 뭉개지지 않게 따야 하고 냉동 탑차가 산꼭대기까지 와서 수송해 가기 때문에 한 알에 800원이나 받는 고가 상품이다. 그런데도 유명 호텔 등에서 식재료로 쓰이고 있다. 오미자는 전국에서 지난해 1만t, 문경에서 그중 절반인 5000t 정도가 생산됐다. 재배 면적과 양이 지금보다 10배 정도 늘어나면 현재 ㎏당 1만5000원을 주고도 못 사는 가격이 좀 내려가 폭넓은 대중화의 길이 열릴 것으로 이 대표는 내다봤다. 그는“오미베리 브랜드 상용 제품을 싱가포르·홍콩 등에 수출하는 상담을 올해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오미자 재배가 늘어도 가격이 급등락하지 않게 블루베리나 아사이베리처럼 꾸준한 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가치를 높여 오미자 재배 농가들에게 모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Joongang Joins ☜       최지영 기자 choiji@joongang.co.kr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