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힐링투어

9 야생화 트레킹

浮萍草 2014. 6. 1. 11:31
    곰배령·분주령·화절령 … 봄·여름꽃 흐드러진 천상의 화원
    ▲ 나도개감채 : 이 녀석을 만났다면 이번 야생화 여행은 성공이라고 자부해도 된다. 여간 귀한 몸이 아니시다. 강원도 깊은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거나 백두대간
    마루금에 올라서야 조우할 수 있다.나도개감채는 군락을 이루지 않고 띄엄띄엄 한 뿌리씩 흩어져 산다.꽃도 무더기로 피지 않는다.가냘픈 외줄기 끝에 두어 송이
    피어 난다.도도한 듯 우아하다. 연둣빛 도는 흰색 꽃잎에서도 세련된 멋이 난다.


    생화를 보러 가는 여행은 여느 여행보다 훨씬 성가시다. 야생화 도감도 챙겨야 하고 카메라 접사렌즈도 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트레킹 시간이 배 가까이 더 걸린다. 평소 같으면 두어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를 야생화가 주인공이면 서너 시간은 잡아야 한다. 여행의 주인공이 길섶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그랬다. 여행길에 꽃이 보이기 시작하면 나이를 먹은 거라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여행기자를 처음 시작했던 11년 전에는 멀리 서 있는 산만 보고 걸었다. 산만 바라보던 여행이 언제부터인가 길이 보였고 길이 보인 뒤로는 풀숲의 꽃에도 눈길이 갔다. 우리네 야생화는 사람을 닮아서인지 죄 잘다. 야생화가 결국 들풀인데 우리네 들풀은 하나같이 키가 작다. 무릎보다 웃자란 녀석이 거의 없다. 풀이 작으니 꽃도 작다. 새끼손가락 첫째 마디보다 큰 꽃도 거의 없다. 하지만 작정하고 들여다보면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도 없다. 수풀 사이에 비쭉 고개 내민 꽃송이를 보고 있자면 이 작은 생명이 딱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야생화를 보러 가는 여행은 걸음을 늦추는 여행이고 허리를 굽히는 여행이다.
    무릎을 꿇는 여행이고 땅에 엎드리는 여행이다. 사진이라도 찍을라치면 산들바람에도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들꽃이 평온을 찾을 때까지 마냥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혹여 다른 생명을 밟는 건 아닌지 발 아래도 조심해야 한다. 정성을 기울일수록 여행은 풍성해진다. 야생화 트레킹은 낮은 곳의 당신과 눈을 맞추기 위해 나를 낮추는 여행이다. 늘 당신을 먼저 생각하는 여행이다. 6월은 야생화 트레킹의 계절이다. 지금 산과 들에 나가면 늑장부리며 남아 있는 봄꽃과 성질 급해 꽃봉오리를 터뜨린 여름꽃을 한걸음에 만날 수 있다. 화려한 노랑무늬붓꽃과 선명한 동자꽃을 동시에 마주하는 건 이맘때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강원도 인제의 곰배령과 강원도 평창과 강릉을 가르는 선자령 강원도 정선과 태백에 걸쳐 있는 분주령과 함백산,정선의 화절령 같은 고산지대가 소위 ‘천상의 화원’ 이라 불리는 야생화 명소다. 이 중에서 곰배령과 분주령은 탐방 인원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하루에 200명만 들어갈 수 있는 곰배령은 산림청 홈페이지(forest.go.kr)에서 전달 20일까지 예약을 해야 한다. 인제국유림관리소(033-463-8166). 하루 탐방 인원을 300명으로 제한한 분주령은 태백시 환경보호과(033-550-2061)에서 예약을 받는다. 선자령·화절령은 인원 제한이 없고, 이정표도 잘돼 있다.
    참고문헌 『쉽게 찾는 야생화』(김태정, 현암사),『세밀화로 보는 한국의 야생화』(윤경은,김영사),『초록향기의 풀꽃사랑 이야기』(이병연, 예원), 『내게로 다가온 꽃들』(김민수, 한얼미디어), 『꽃에게 말을 걸다』(백승훈, 매직하우스)
    ☞ Sunday Joins Vol 377 ☜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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